기사 메일전송
[박정기의 공연산책 18] 예술의전당과 덕우기획 공동제작, 위성신 연출 ‘늙은 부부이야기’
  • 박정기 본지 자문위원
  • 등록 2019-10-05 22:32:18

기사수정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예술의전당(사장 유인택)과 덕우기획(대표 신연욱) 공동제작, 위성신 오영민 작, 위성신 연출의 ‘늙은 부부이야기’를 관람했다.


위성신은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출신의 작가 겸 연출가로 극단 오늘의 상임연출이자 소극장 오늘의 대표다.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 ‘오감도-백수에 대하여’ ‘삼자외면’ ‘염쟁이 유씨’ 등을 통해 뛰어난 실험성과 연출력을 선보였던 젊은 연출가로 ‘일상과 이미지’라는 소재로 작품 활동을 끊임없이 해왔다. 


위성신의 작품은 사랑을 주제로 일상의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아름다움을 섬세하고 담백하게 보여주는 작업으로 일 관되어 왔으며 그의 작품을 보는 관객들에게 마음의 팔이 저절로 박수를 치게 만들었다. 


위성신은 작품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 ‘낚시터 전쟁’ ‘늙은 부부 이야기’ ‘죽은 시인의 사회’를 1년 동안에 차례로 선보인 적도 있으며 한 연출가가 네 개의 작품을 연달아 일 년에 가까운 기간을 공연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서 도전을 아까지 않는 예술가의 투혼을 보여주었다.


오영민은 ‘오랜 친구이야기’ ‘늙은 부부이야기’ 등을 발표 공연한 작가다. 



필자는 2008년에 사미자 이호성 커플과 성병숙 윤여성 커플의 ‘늙은 부부이야기’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다. 1960~70년대 서울 외곽 골목길에서 볼 수 있는 낡은 주택과 블록 담장 그리고 마당에 설치된 수도와 크고 작은 항아리와 독이 늘어선 장독대, 게다가 화분에 심은 화초가 등장하고, 6 25사변으로 또는 월남참전으로 사망한 군인의 아내가 과수댁으로 등장하고, 상처한 홀아비가 등장해 벌이는 나이든 홀아비와 과부의 사랑이야기가 당시의 늘 상 볼 수 있었던 이웃의 이야기처럼 가슴에 다가드는 내용이었기에 무척 흥미롭게 관극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번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의 무대 역시 도시 외곽의 한 주택이다. 배경 가까이 울타리가 있고, 하수 쪽에 대문이 있다. 울타리 가까이에 장독대와 수도 그리고 화분이 놓여있고, 평상이 있다. 객석 가까이에는 대청마루가 죄우로 길게 놓이고 그 양쪽에 방이 있고 방문이 달려있다. 하수 쪽 방문 옆에도 화분이 여러 개 놓이고, 상수 쪽에 부엌으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고, 그 옆에 장이 놓여있다. 


낮에는 달의 윤곽이 흐리게 배경하늘에 보이고, 밤에는 달빛과 함께 별들이 초롱초롱 빛을 발하며 배경을 밝힌다. 정전이 되면 촛불을 켜 공연을 계속하고, 다시 전기가 들어오면 무대가 밝아지면서 극이 계속된다.  이번 연극에서는 김명곤 차유경 커플과 정한용 이화영 커플이 등장해 교대로 공연을 한다.


빈방에 세롤 놓고 월세라도 받아 생활을 하려는 과부 집에 홀아비가 된 남성이 찾아와 월세를 들려고 한다. 과부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 거절을 하지만 홀아비는 월세 값을 배를 올려서라도 방을 얻으려 하고 밥까지 지어달라고 요구를 한다. 꼭 돈 때문만은 아니지만 긴 대청을 사이에 둔 양쪽 방에서 두 사람은 한집에 동거를 하는 사이가 된다. 다소 바람기가 있어 보이는 남성에 용모도 괜찮은 편이고 노래 부르는 솜씨가 있어 여인에게 노래를 부르며 접근을 하고, 두 사람은 화투를 하며 지내는 사이가 된다. 자석에 쇠붙이가 달라붙듯 여인은 자신도 모르게 상대에게 마음을 살포시 열게 된다. 


장면이 바뀌면 두 사람은 한 이부자리에서 일어나는 광경이 연출되고, 서로 부부 같은 사이로 발전한 모습을 보게 된다. 양쪽 다 자식들이 있는 것으로 설정되고, 혼례식 없이 부부생활을 하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여인은 털실로 뜨개질을 하고, 남성은 자동차 운전면허시험공부를 한다. 장면이 바뀌면 남성은 선물로 금반지를 사다가 여인의 손가락에 끼워준다. 그리고 함께 사온 남자반지를 여인에게 끼워달라고 한다. 여인은 남자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뽀뽀를 한다. 



남성은 신혼영행처럼 여행을 떠나자고 여인에게 제의를 한다. 여인은 거절하지만 그 이유를 남성에게 이야기를 하지는 못한다. 그러다가 마지못해 여행을 하겠다는 승낙을 하며 남성에게 업어달라고 한다. 남성은 여인을 업고 문밖으로 노래를 부르며 나간다. 


장면이 바뀌면 남성이 운전면허증을 땄노라고 소리치며 등장한다. 그리고 여인의 영정 앞에 운전면허증을 보인다. 다섯 번 시험을 치른 후에 합격했노라고 하면서.... 그리고 여인의 영정을 가슴에 끌어안는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울음을 터뜨린다. 관객은 여인이 숨기고 있던 지병으로 운명한 것을 알게 된다. 남성이 돌아서서 하늘을 쳐다보며 슬픔을 참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김명곤이 남성, 차유경이 여인으로 등장해 나이든 남녀 역을 탁월한 기량과 경륜으로 감정 설정은 물론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의 정서를 이끌어가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정한용과 이화영이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기획 신연욱, 프로듀서 설정호, 의상 손진숙, 조명 김상조, 조명오퍼 최희중 한원서, 음악디자인 마창욱, 음향 AV랜드, 음향오퍼 김태란, 무대디자인 박재범, 무대제작 태극무대, 분장 김미숙, 안무 박경나, 홍보디자인 박성은, 사진 이용주, 매니저 이성영, 무대감독 조연출 양현석, 제작본부장 이종령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합하여, 예술의전당(사장 유인택)과 덕우기획(대표 신연욱) 공동제작, 위성신 오영민 작, 위성신 연출의 ‘늙은 부부이야기’를 친 대중적이고 감동적인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한국의 전통사찰더보기
 박정기의 공연산책더보기
 조선왕릉 이어보기더보기
 한국의 서원더보기
 전시더보기
 한국의 향교더보기
 궁궐이야기더보기
 문화재단소식더보기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