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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09] 극단 창고극장, 박종철 작/연출 '처용의 시계'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2-11-07 07: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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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소극장에서 극단 창고극장의 박종철 작 연출 처용의 시계를 관람했다.


극단 창고극장은 1976년 4월, 연극인 양성을 위한 교육과 자체공연, 소극장 운영과 신인양성, 연극자료수집 및 연극전문서적 출판 등과 PD시스템[producer system: 연출자 중심의 연극]을 목표로 하여 대표 이원경(李源庚)을 중심으로 창단하였다.


창고극장(倉庫劇場)은 1983년까지 주로 삼일로(三一路) 창고극장에 공연을 했고, 공연연보가 93회에 이를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이 극단은 1984년 최인훈(崔仁勳) 작·이보라(李保羅) 연출 「한스와 그레텔」로 제8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참가한 이후1986년까지 문예회관 소극장 등에서 100회 공연을 끝마쳤다. 이 극단은 연중무휴공연을 자체극장인 소극장 창고극장에서 시도하고, 소극장은 당시 많은 연출가들의 실험무대 구실을 하였고, 특히 창작극 발굴을 목표로 레퍼토리를 선정하였다. 이처럼 극단 창고극장은 1970∼1980년대에 우리나라 소극장운동에 커다란 공로를 세웠다. . 이후 거의 중단 상태였던 극단 활동은 2001년부터 현 대표이자 이번 공연의 예술감독인 이강렬(李康列)에 의해 운영되었으나 현재 박종철 대표가 이끌고 있다.


박종철은 전문예술단체 한국창극원, 창덕궁 소극장 대표인 작가 겸 연출가다. 서울시 국악발전위원, (사)한국전통예술진흥회 부이사장, (사)판소리고법보존회 이사, (사)한국문인협회(희곡)회원, (사)한국연극협회(연출)회원, (사)한국소극장협회 회원이다.


전 국립극장 기획위원(기획홍보실장 겸임), 광복50주년 전문위원, 미래문화연대 대표, 월간 우먼골프 발행인, (사)국악협회 이사, (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오유란 전> <김홍도와 샤라쿠 사라진300일> <천상지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사도세자> <유리벽 속의 왕> <눈꽃나비 雪花> <백야>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박종철<1952~)은 원래 연극 배우였다. 그는 70~80년대 쯤 뮤지컬을 하며 의문이 들었다. 당시 한국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은 대부분 외국 작품이었다.</p>


박종철은 주장한다. “다 흉내 내기였죠. 당시에는 창극을 보기 힘들었어요. 전통 작품이 공연되지 않는 현실이 고민스러웠어요. 그러다 창극 역사에 공을 세운 선생님들을 만나게 됐고 작업을 같이 하면서 결심하게 되었어요. 창극은 발전할 가치가 있다고 확신하게 된 거죠.”


창극의 시초는 판소리다. 고수 1인을 동반해 명창 혼자서 부르던 판소리는 20세기 초에 남창과 여창으로 나눠졌고, 도창(導唱)의 주도하에 각각의 배역을 나눠 부르는 대화창(對話唱)으로 발전했으며,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고 연기도 하는 창극에 이르게 되었다.


일본의 다카라즈카처럼 여성단원으로만 구성돼 있는 여성 국극도 있다. 여성 국극은 창작극 공연으로 인기를 얻었고, 창극은 판소리 작품을 골조로 하여 다채롭게 제작 공연되었다.여성 국극과 창극 모두 국악전문 악단과 협연한다. 민족적 색깔을 확연하게 드러내면서 대중 친화적인 공연을 진행한다. 각 지방의 특색 있는 판소리로 공연하기 때문에 관객의 공감대를 얻는다.하지만 창극은 아직 대중화되기에 이르지는 못했다. 보편화되기 전 단계에 머무른 상태다. 오페라와 뮤지컬은 비싸도 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외국의 전통 문화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창극은 한국인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으로 관광 온 외국인 관객들에게 인기가 더 많을 정도다.


그러나 박종철은 서두르지 않고 버틴다. “우리 색에 맞는 공연으로 오랫동안 대중들과 교감하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 음악과 우리 극 형태로 만들어서 소극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공연예술로 발전시켜야 해요. 외국작가의 작품을 번안해서 공연하는 것보다 창작창극을 하겠다는 의식이 우선이고 과제입니다.”


박종철은 뮤지컬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는 스타 배우들이 있듯이 창극에도 유능한 스타가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그는 작은 창극단들이 외국의 공연기획자들에게 초청되고, 창극이 한국의 문화상품으로 등극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처용의 시계>는 삼국유사 처용에서 소재를 따 현대로 옮겨 각색한 작품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처용은 헌강왕 때 뱃길을 통해 개운포, 그러니까 지금의 울산항으로 들어온 이방인으로 추정된다. 그에 대해선 일찌감치 서역에서 온 외국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각종 사서에 언급된 그의 외모 때문이다.

『삼국사기』도 처용에 대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네 사람이 왕의 수레 앞에 와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데 생김새가 달랐다”며 익숙한 외모가 아니란 걸 분명히 한다. 그래서인지 처용무(處容舞)에 사용되는 가면도 검은 얼굴과 매부리코, 길게 튀어나온 턱이 특징이다.


“왕은 나라의 동쪽 지방의 주 군에 행차하였다. 이때 알지 못하는 사람 4명이 어전에 나타나서 노래하고 춤추는데 그 모양이 괴이하고 의관도 다르므로 사람들이 말하기를 ‘산해(山海)의 정령(精靈)’이라 하였다.”


용의 아들인 처용은 헌강왕을 따라 수도 서라벌에 와서 벼슬을 하는데, 어느 날 밤 역신이 자기 아내와 함께 동침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용이 그걸 보고도 태연하게 노래를 지어 부르며 춤을 추었더니, 역신이 모습을 나타내 처용의 관대함에 감복하여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는 앞으로 대문에 처용의 얼굴을 그린 그림을 붙여둔다면 그 집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 하였다.


그 후부터 백성들은 처용의 형상[1]을 그려 문간에 붙여 귀신을 물리치고 경사가 나게 하였다. 그리고 헌강왕이 세운 절 이름을 망해사(望海寺), 혹은 신방사(新房寺)라고 하였다는 이야기이다. 망해사는 울산 울주군 청량읍 울주군청 뒤에 있었는데 지금은 절터와 보물로 지정된 승탑만 남아있다.


이때 처용이 춘 춤이 악부(樂府)에 처용무(處容舞)라 전해지고 이 춤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정재(呈才) 때와 구나의(驅儺儀) 뒤에 추는 향악(鄕樂)의 춤으로 발전하였으며, 이를 처용무라고도 한다.


연극에서는 처용의 처가 딸과 함께 사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처용의 처는 어머니에게 자주 휴대전화로 연락을 하고, 집나간 처용을 아예 잊고 사는 것으로 설정된다. 그러든 어느날 한 밤에 처용이 나타난다. 딸은 놀라 웬 남자가 남의 집에 들어왔느냐고 고함을 지르고 처용의 처도 합세한다. 그러나 처용이 11년만에 귀가했노라고 자신을 알린다. 처와 딸은 충격을 받지만 처용을 받아들인다. 처용은 가장이 아닌 머슴노릇을 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기 시작한다. 이러고 지내기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여인이 이 집을 찾아 들어온다. 여인은 처용의 소실인 것으로 밝혀진다. 한바탕 난리가 벌러지지만 처용의 처는 여인을 받아들인다. 삼국유사에서 처용의 처의 불륜장면에 분노를 표하지 않고 춤을 추었던 것처럼, 이 연극에서는 처용의 처가 관대한 아량을 보인다. 그러고는 얼마 되지 않아 처용이 사망한다. 세 여인은 초상을 치른 후 처용의 유서를 보게 된다. 처용이 불치의 병에 걸려 자연치유를 하려고 집을 떠났다는 사실과 11년동안 모은 재산을 남긴 것을 유서에 고백한다. 세여인의 처용에 대한 따뜻한 마음씨로 애도하는 장면에서 공연은 갈채 속에 끝이 난다.


이승옥이 처용의 처, 이미자가 처용, 전예주가 소실, 신예주가 딸로 출연해 열정과 기량을 다한 연기와 창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이강렬, 무대감독 임일애, 조연출 조원희, 홍보 남덕봉, 운영위원 박정재, 조명 조성한, 무대미술 정혜나, 디자인 서주원, 음향감독 김현준, 섭외 전태준, 제작지휘 태정, 소품 류상우, 진행 박은석, 프로듀서 박효진, 제작총괄 박미경 등 스텝진의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창고극장의 박종철 작 연출의 처용의 시계를 관객의 기억에 남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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