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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65]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판소리 전공 전효정 졸업연주회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6-18 23:08:30
  • 수정 2023-02-15 07: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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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예술관 콘서트홀에서 서울음대 국악과 판소리 전공 전효정 졸업연주회를 관람했다.

전효정(1998~)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판소리를 배웠다. 2005년 전국학생국악경연대회에서 문화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서울음대 국악과에 진학한 후 국악뮤지컬을 비롯한 공연에 출연한 발전적인 장래가 기대되는 국악인이다.

유미리 선생에게 사사한 전효정의 판소리 춘향가 중에서 1 적성가~춘향집 당도, 2 사랑가를 고수 황규창의 타악 반주로 감상했다.

〈춘향가〉의 주제는 춘향의 정절에 대한 강조와 유교적인 열 이념의 찬양, 신분의 질곡을 넘어선 남녀의 숭고한 사랑, 불의한 지배 계급에 대한 서민의 저항, 중세의 완고한 신분 제도 및 윤리로부터의 인간 해방과 사랑의 성취 등으로 해석된 바 있다. 〈춘향가〉는 기본적으로 신분이 다른 두 남녀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다시 결합하게 된다는 사랑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의 사랑 이야기는 시공간을 초월해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대중적인 제재이다. 

〈춘향가〉는 만남과 이별, 시련과 재회라는 보편적인 공식을 충실하게 따른 사랑 이야기이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춘향과 몽룡의 사랑이 당대의 구체적인 역사적 현실과 결부되어 있다는 점이다. 〈춘향가〉의 만남, 이별, 시련, 재회의 전 과정에는 조선 후기 봉건사회에 나타났던 신분제의 질곡, 지배층의 횡포에 의한 서민들의 피폐한 생활상, 부도덕하고 탐욕스러운 지배층에 맞서는 서민층의 저항과 같은 사회상이 직간접적으로 반영되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춘향가〉의 주제를 파악할 때, '남녀 간의 사랑'이나 '서민 계급의 저항' 어느 한 쪽만을 강조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판소리 춘향가의 내용을 소개하면, 숙종대왕 즉위 초의 일이다. 남원 부사의 자제 이몽룡은 방자와 함께 광한루로 구경을 나선다. 이도령이 그네를 타는 춘향을 발견하고 그 선녀 같은 모습에 반해 방자에게 누구인지 묻지만, 방자는 짐짓 모른 체하며 애가 바짝 탄 이도령을 놀려댄다. 한참 있다 남원 퇴기 월매의 딸이나, 기생 구실을 마다하고 여염 처자로 자라난 춘향이라고 알려주자, 이도령은 기생의 딸이란 말만 듣고 기뻐하면서 춘향을 불러오라고 한다. 

방자는 "금천하지절색(今天下之絶色)이요 만고여중(萬古女中) 군자(君子)"인 춘향을 부를 수 없다고 버티나, 결국은 이도령의 명에 따라 춘향을 부르러 간다. 춘향은 이도령이 자신을 데려오라고 했다는 방자의 말에 크게 화낸다. 방자는 만일 자신을 따라가지 않으면 월매가 대신 불려가 고초를 당할 수 있다고 협박하고, 춘향은 이에 "안수해, 접수화, 해수혈(雁隨海蝶隨花蟹隨穴)"이라는 말을 이도령에게 전하도록 한다. 그 뜻을 알아차린 이도령은 방자를 통해 춘향의 집을 확인하고 책방으로 돌아간다. 춘향 생각을 하며 글을 읽던 이도령의 소리가 실수로 높아지자, 사또가 불러 그 연유를 묻는다. 이도령은 방자를 시켜 그럴 듯한 거짓말로 둘러대게 하고, 그 말에 속은 사또는 마냥 기뻐한다.

드디어 밤이 깊어지자 이도령은 방자를 앞세워 춘향 집에 당도한다. 마침 바깥에 나와 있던 월매는 이도령을 모시고 방 안으로 들어가 주안상을 내어놓는다. 이도령이 춘향과 백년가약을 맺을 뜻을 밝히자, 월매는 잠시 주저하다가 간밤의 몽조를 생각해 허락하고, 이후 이도령이 춘향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내용의 불망기(不忘記)를 받는다. 월매는 건너가고, 춘향과 이도령은 사랑을 나눈다. 

시간이 흘러 사또가 동부승지 벼슬을 제수받아 한양으로 올라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도령은 춘향 집으로 찾아간다. 이도령이 춘향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자 춘향은 따라갈 의사를 밝힌다. 

이도령이 만약 장가들기 전에 외방작첩(外房作妾)했다는 소문이 나면 곤란하다는 말을 하니, 춘향은 그제야 사태를 파악하고 슬피 운다. '체면 있는' 춘향이는 집 담장 안에서 술상을 차려 놓고 이도령과 이별하고, 거울과 옥지환을 주고받는다. 이도령은 서울로 떠나고, 춘향은 방안으로 들어와 울면서 세월을 보낸다.

그때 서울 자하골 사는 변학도가 남원의 춘향 소식을 듣고 신관사또로 내려온다. 신관사또는 남원에 내려온 지 셋째 날에 기생점고를 명한다. 춘향이 보이지 않자 행수기생을 보내 데려오라 하나, 춘향이 이를 거절한다. 신관사또는 이에 군로 사령을 다시 보낸다. 춘향은 술상과 석 냥씩의 돈으로 군로사령들을 대접하고, 그들을 따라나선다. 

신관사또는 춘향을 회유하지만, 춘향은 끝내 듣지 않고 "충신(忠臣)은 불사이군(不事二君)이요, 열녀(烈女)는 불경이부절(不敬二夫節)"이라며 항거하다 결국 형틀에 묶여 매를 맞게 된다. 춘향이 모진 매를 삼십 대나 맞는 광경을 목격한 남원 한량들은 집장사령이 모질다며 탄식한다. 

신관사또는 춘향에게 큰 칼을 씌워 장방청에 내치고, 이 소식을 들은 월매와 기생들이 찾아와 통곡한다. 춘향은 옥에 갇혀 울다 잠이 들어 황릉묘에 가는 꿈을 꾸는데, 이때 아황과 여영이 장독(杖毒)을 풀어줄 술과 과실을 내어준다. 이도령은 글공부에 힘써 과거에 급제하고, 한림(翰林), 주서(注書), 대교(待敎)를 거쳐 전라어사를 제수받는다. 어사는 전라도에 내려와 서리와 역졸들을 나눠 출발시키고, 초라한 행색으로 꾸민 뒤 남원으로 간다.

땅에 도착한 어사는 농부들에게 "원님은 주망(酒妄)이요, 책실은 노망(老妄)이요, 아전은 도망(賭妄)이요, 백성은 원망이라"라는 말과 춘향이가 수절을 하다 옥에 갇혀 내일 본관 사또 생신잔치 끝에 죽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때 춘향은 편지를 써서 방자 편에 한양으로 보내는데, 마침 중간에 어사가 방자를 만나 그 편지를 보게 된다. 

방자가 어사가 되어 돌아온 이도령을 알아보자, 어사는 "이놈을 며칠 붙들어 두라"라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방자를 운봉 영장에게 보낸다. 어사는 춘향 집에 당도해, 월매가 향단과 함께 정화수를 떠놓고 이도령이 전라 감사나 어사로 돌아와서 춘향을 구하게 해달라며 기도하는 모습을 본다. 

어사는 걸인인 체하고 춘향 집으로 들어가 월매에게 구박을 당하고, 새벽이 깊어서야 춘향이 갇혀 있는 옥으로 간다. 춘향은 어사를 보고 기뻐하며, 자신이 내일 죽거든 시신을 잘 묻어달라고 당부한다. 어사는 끝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못하고 다만 춘향을 위로한다.

본관 생일잔치에 찾아간 어사는 운봉 옆으로 가 주안상을 받고, 권주가를 부르게 하는 등 갖가지 밉살스러운 짓을 한다. 그런 어사를 쫓아내기 위해 본관이 시 한 수씩 짓자고 제안하고, 어사는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盤佳淆)는 만성고(萬姓膏)라. 촉루락시(燭淚落時) 민루낙(民淚落)이요. 가성고처(歌聲高處) 원성고(怨聲高)라"라는 시를 지어 주고, 바로 어사출도를 한다. 

잔치는 난장판이 되고, 어사는 다른 죄인들을 석방한 후 춘향을 불러들인다. 어사는 춘향에게 자신의 수청을 들라 명하고, 춘향이 악을 쓰며 거부하자 그제야 옥지환을 내어주며 자신을 확인하라고 말한다. 어사와 상봉한 춘향은 춤을 추며 기뻐하고, 월매도 신이 나서 엉덩이춤을 춘다. 

어사는 먼저 한양으로 올라가면서, 춘향에게는 이후에 모친, 향단과 함께 올라올 것을 당부한다. 이 일로 춘향은 열녀 표창을 받아 정열부인이 되고, 운봉 영장은 좌수사로 승직하며 남원 백성들은 세역을 감면받게 된다.

전효정의 소리는 청아한 음색에 고음까지 이른다. 은쟁반에 옥구슬이 구르는 소리인 듯싶은 느낌이다. 명창 대부분이 탁성에 고음에 갈수록 째지는 듯한 음색이지만, 전효정은 맑고 투명한 아름다운 발성으로 시종일관 열창을 한다. 이번 공연을 통해 전효정은 나름대로의 탁월한 명창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계속 정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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