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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레퍼토리 ‘라벨과 스트라빈스키’
  • 김진성 기자
  • 등록 2019-05-02 10: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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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성수)의 레퍼토리 작품 ‘라벨과 스트라빈스키’가 5월 3일부터 4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김진성 기자]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성수)의 레퍼토리 작품 ‘라벨과 스트라빈스키’가 5월 3일부터 4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라벨과 스트라빈스키’는 지난 2년간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았던 ‘쓰리 볼레로’(2017년 초연)와 ‘쓰리 스트라빈스키’(2018년 초연)를 함께 볼 수 있는 자리로, 각 공연의 대표작을 하나씩 선정해 발전시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쓰리 볼레로’에서는 김보람 안무가의 ‘철저하게 처절하게’가, ‘쓰리 스트라빈스키’에서는 안성수 안무가의 ‘봄의 제전’이 선정됐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안성수 예술감독 취임 후, 작품 및 기획에서 예술적 깊이는 더하고 대중과의 거리는 좁히기 위해 고민과 노력을 거듭해왔다. 이러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쓰리 시리즈’이다. 


반복과 변주를 통해 절정으로 치닫는 라벨의 ‘볼레로’, 예측 불가능한 변칙적 박자와 소리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음악사와 무용사에서 모두 중요한, 빛나는 고전 두 곡을 2019년 국립현대무용단이 다시 깨운다. 


박용빈 지휘자의 편곡으로 신선함을 더한 음악 ‘볼레로’를 배경으로, 김보람 안무가가 날카로운 음악적 분석과 움직임 연구를 거쳐 작품 ‘철저하게 처절하게’를 완성했다. 


이어 안성수 안무가는 우아하고 때로는 광적인 움직임으로 원곡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작품 ‘봄의 제전’을 선보인다. 현대음악계 두 거장의 조합만큼 흥미로운 두 안무가의 만남이 새로운 명작의 탄생을 알린다.


# 음악을 해부하는 통찰력과 김보람 특유의 유쾌함이 만나다
-‘철저하게 처절하게’ 그려지는 김보람의 볼레로



작품 ‘철저하게 처절하게’ 구상 단계에서, 무용수들은 먼저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렸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서 움직임 고안을 시작할 만큼, 김보람 안무가는 치밀한 음악적 연구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처절하게’를 완성했다.


작품 제목의 ‘철저하게’는 이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철저한 움직임을 말한다. 음악에서의 규칙성이 춤으로 시각화되는 과정을 집중해 감상한다면, 음악의 절정 부에서 느껴지는 쾌감을 객석에서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반면, 제목 속 ‘처절하게’는 ’철저한‘ 춤의 어법이나 음악적 규칙을 지키면서도, 그 속에서 끊임없이 자유와 발전을 갈망하는 움직임의 처절함을 표현한다. 


‘철저하게 처절하게’에는 ‘음악 이전의 소리’ ‘춤 이전의 몸’에 대한 김보람 안무가의 꾸준한 관심이 담겨 있다. 라벨의 원곡 ‘볼레로’는 작품 ‘철저하게 처절하게’ 안에서 해체 및 재조립되고, 연주 악기 또한 다양하게 변주된다. 


작품 음악의 편곡은 박용빈 지휘자가 맡았다. 음악 작업 당시 안무 과정을 함께 지켜보았기에 더욱 ‘철저하게 처절하게’ 작품에 부합하는 음악이 제작될 수 있었다. 


박용빈 지휘자는 원곡에서 한 프레이즈를 하나의 악기, 한 군의 악기 또는 하나의 조합이 이끌어가는 규칙에서 벗어나 한 프레이즈에서도 다양한 질감의 음색이 드러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음악 표현에서 자유로움을 더하되, 원곡의 에너지와 흐름은 파괴하지 않는 방향과 의도로 곡 작업을 진행했다.


# 누가 산 제물로 바쳐질 것인가?
-안성수가 초대하는 원시적 축제 ‘봄의 제전’



‘봄의 제전’ 해석에 탁월한 감각을 보유한 것으로 정평이 난 안성수 안무가가 2018년 발표한 ‘봄의 제전’을 한 번 더 공개한다. 안성수가 해석한 ‘봄의 제전’은 2009년에도 한 차례 작품으로 발표된 적이 있는데, ‘장미’가 그것이다. 


기존의 ‘장미’가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의도를 구현하는 데에 집중했다면, 이번 공연에서 ‘봄의 제전’은 움직임에서 드러나는 강인함과 섬세함의 대비를 조금 더 강화했다. 안무가의 음악적 감수성과 해석을 바탕으로, 섬세한 표현과 역동적 에너지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움직임에 주목한다면 ‘봄의 제전’ 감상이 더욱더 즐거워질 것이다.


스트라빈스키가 자신의 신곡을 안무가 니진스키의 춤과 함께 대중에 공개한 만큼, ‘봄의 제전’은 이미 그 출발선에서부터 춤곡으로서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풍요로운 삶을 기워니 위해 대지에 인간을 제물로 바친다는 파격적 서사에 니진스키 이후에도 다양한 안무가들이 매료됐고, 수많은 춤 작품이 창작됐다. 


안무가마다 해석의 관점이 달라, 프랑스 안무가인 모리스 베자르는 생명의 재생산을 위한 성(性)의 결합을 표현했고, 독일 표현주의 무용의 시초인 안무가 피나 바우슈는 극한의 상황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이기심과 집단화된 폭력 등을 표현했다. 


이번 안성수 안무가의 작품에서 주목할 부분은, 희생 제물의 역할이 남성 무용수에게 맡겨진다. 니진스키가 안무한 원작을 포함해 대다수의 작품에서 단 한 명의 희생제물을 여성으로 결정해왔다면, 안성수의 ‘봄의 제전’에서는 사제인 여성이 남성을 제물로 삼는다는 역발상적 해석이 돋보인다. 


안성수 안무가는 원곡에 내재된 스토리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캐릭터를 추출하고, 이를 작품에 반영했다. 무용수 캐스팅 과정에서부터 작품 속 캐릭터를 고민했기 때문에, 공연을 감상하는 관객들이 이러한 캐릭터를 유추하면서 이야기 흐름까지 파악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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