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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332] 극단 지우, 홍현우 각색/연출 '망원동 브라더스'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4-02-26 02: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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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유니플렉스 3관에서 극단 지우의 김호연 원작, 홍현우 각색 연출의 ‘망원동 브라더스’를 관람했다.


김호연은 영화.만화.소설을 넘나들며 온갖 이야기를 써나가는 전천후 스토리텔러다. 1974년 서울생. 고려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인 영화사에서 공동 작업한 시나리오 「이중간첩」이 영화화되며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다. 두 번째 직장인 출판사에서 만화 기획자로 일하며 쓴 「실험인간지대」가 제1회 부천만화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만화 스토리 작가가 되었다. 


같은 출판사 소설 편집자로 남의 소설을 만지다가 급기야 전업 작가로 나섰다. 이후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를 실천하던 중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로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소설가가 되었다.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2013), 『연적』(2015), 『고스트라이터즈』(2017), 『파우스터』(2019)와 산문집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2020)를 펴냈고, 영화 「이중간첩」(2003), 「태양을 쏴라」(2015)의 시나리오와 「남한산성」(2017)의 기획에 참여했다. 2021년 『망원동 브라더스』에 이은 ‘동네 이야기’ 시즌 2 『불편한 편의점』을 출간했다.


홍현우는 ‘망원동 브라더스’, ‘체홉, 여자를 읽다’, ‘이땅은 니캉 내캉’, ‘바다와 양산’, ‘군상’, ‘부족한 그대로 동지’, ‘카페 삿뽀루’ ‘유리동물원’ 외 다수작품을 연출한 베테란이다.


무대는 정면에 옥탑방의 조그만 문과 쪽마루, 그리고 조그만 평상이 놓여있고, 극 줄거리에 따라 소형 텐트가 자리를 잡는다. 장면이 바뀌면 무대 오른쪽과 왼 쪽에 작은 주점과, 역시 오른 쪽에 반 지하에서 거주하는 예쁜 처녀의 손바닥만 한 방이 회전하듯 펼쳐진다. 간이주점은 식탁과 의자를 무대 가운데로 들여다 설정해 놓는다. 옥탑방 뒤쪽으로 건물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다.


옥탑 방에 거주하는 오영준은 한때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만화가다. 하지만, 뜻대로 책이 안 팔려 이렇다 할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무명 만화가로 전락한 신세다. 그러던 어느 날 전직 출판사 영업 부장이었던 김 부장의 갑작스러운 전화연락으로 둘은 다시 마주한다. 김 부장은 어떤 사고 이후 일을 그만두고 가족들과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는데, 어떠한 영문인지 아내와 딸을 두고 다시 귀국한다.


무명만화가로 지내는 터라 가진 거 없는 영준에게 있는 유일한 터전은 보증금500에 월세 30만 원짜리 망원동의 8평 옥탑 방이다. 월세마저 제때 내지 못하여 보증금에서 까이는 처지다. 김 부장은 기어이 옥탑 방 앞마당에 텐트를 치며 자리를 잡는다. 김 부장은 구직사이트를 이곳저곳 뒤지며 살길을 찾는다. 캐나다에 있는 아내와 딸에게 생활비를 보내 주어야하는 기러기 아빠 김 부장...


어느 날 만화가 모임에 일거리라도 얻으려 참석한 영준은 뜻밖의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그 만남이 참으로 요란스럽다. 술주정을 부리며 끌려 나가는 ‘사부’ 그는 영준의 스승이다.


사부 역시 유명한 작가이다. 그는 자신이 쓴 시나리오가 영화가 되기도 하고, 여러 곳에서 시간강사 제안도 받는 잘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슬럼프를 겪고 대신 아내가 미용실을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해 나간다. 지친 아내는 결국 그 에게 이혼을 요구하게 되는데, 그는 가출 한 것이라며 영준의 옥탑 방에 잠시 머물기로 한다. 사부를 싫어하진 않지만 같이 지낸다고 생각하면 영준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사부는 영준에게 소중한 사람이다. 사부가 영준에게 가르쳐준 건 만화 스토리 쓰는 법이 아니라, 사는 방식이었다. 대학에서도, 직장에서도 그런 걸 배운 적은 없다. 사부는 가난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쳤고, 청춘이라 불리기 힘든 나이 임에도, 영준보다 더 젊게 행동했다. 정답을 말하진 않지만, 오답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사부다.


이렇게 두 사람을 떠맡게 된 영준에게 어느 날 또 다른 사내가 나타난다. 대학 동아리 후배였던 '재완' 그는 고시공부를 하는 사법고시 준비생 이다. 우연히 만나 나중에는 옥탑 방을 자기 집처럼 들락날락 거리기 까지 한다.


집주인인 복덕방 할아버지 일명 '슈퍼 할아버지' 라 불리는 그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며 그의 주특기인 잔소리를 총알처럼 퍼 붇는다.


20대 만년 고시생인 재완, 30대 백수 무명만화가 오영준, 40대 기러기 아빠 김 부장, 50대 황혼이혼남 사부, 60대 복덕방 슈퍼 할아버지. 세대별 문제 남성들이 종류별로 진열된 곳이 바로 영준의 옥탑 방이다.


거의 매일 때를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시는 4인의 거주자, 이들을 닦달하는 복덕방 슈퍼 할아버지....


옥탑 방과는 반대로 반 지하에 거주하는 예쁜 처녀가 있다. 예쁜 처녀는 자신을 알바의 신이라 자처한다. 8년간 알바란 알바는 거의 다 해보았기 때문이다. 예쁜 처녀의 손바닥만 한 방에 그녀의 친구가 합방을 하자며 들어온다. 그런데 그 친구가, 예쁜 처녀가 알바를 하러나간 사이에, 남자친구를 데려다 동침을 한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노상 반복이 된다.


그러자 예쁜 처녀는 다른 방을 구하려고 인터넷을 비롯해 여기저기에 수소문을 한다.


옥탑 방의 영준도 동거생활로 인해 한 발자국도 일이 진척되지 않고, 동거인들과의 갈등마저 생기니, 참다못해 방을 구하려 한다.


이런 영준과 예쁜 처녀가 방 때문에 서로 연결되어 만나게 된다. 그리고 운명처럼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상대에게 이끌리고, 입술을 마주 대는 사이가 된다.


대단원에서 결혼날짜를 받은 영준과 예쁜 처녀가, 술을 끊고 학교 강의를 나가는 말끔한 차림의 영준의 사부와 음식점을 시작한 단정한 차림의 김 부장, 그리고 김 부장을 돕는 깔끔한 차림의 고시생 재완이, 그리고 복덕방 슈퍼 할아버지에게, 새로운 만화작품으로, 옥탑 방 거주 인들의 생활을 그린 ‘망원동 브라더스’를 신작의 제목으로 정했다고 발표를 하면서 다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호준, 정지환, 문재웅, 신정만, 맹상열, 김 현, 황원상, 오치운, 강대수, 안지후, 차윤오, 김초록, 양현석, 박창희, 한병수, 정다운, 이연우, 김민성 등 트리플 캐스팅된 출연진이 날자별로 출연하여 기량을 다해 호연을 펼친다.


프로듀서 황기현, 음악감독 김은지, 무대디자인 이창원, 조명디자인 김병철, 무대제작 주 빛나, 무대디자인 김리나 등 스텝진의 기량도 드러나, 극단 지우의 김호연 원작 홍현우 각색 연출의 ‘망원동 브라더스’를 친 대중적인 폭소만점의 걸작희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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