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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325] 제8회 늘푸른연극제 극단 은하, 김삼일 연출 '언덕을 넘어서 가자'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4-01-08 09: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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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공연장 메리홀에서 제8회 늘푸른연극제 극단 은하의 이만희 작 김삼일 연출의 언덕을 넘어서 가자를 관람했다.


이만희 작가는 1954년 충남 대천 생으로 1973년에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 출신이다. 1979년 동아일보 장막희곡 공모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미이라 속의 시체들>이 입선되어 등단했다. 이 작품은 <돼지와 오토바이>로 개작되어 1993년 3월에 북 창우극장 개 기념으로 공연되었고, 1997년에는 두산 소극장에서 장기간 재 공연되었다. 


1980년에는 <처녀비행>을 발표하고, 1983년에는월간문학신인문학 상을 받았으며, 1989년에는 <문디>를 발표하였다. 1987년에는 <처녀비행>이 주 사랑방 소극장 공연되었고, 1989년에는 바탕골 소극장에서 <문디> 가 공연되었다. 1990년에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를 발표하여 삼성문예상과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받았으며, 1991년에 는 백상예술상 희곡상을 수상했다. 1992년에는 <불 좀 꺼주세요>를 발표하고, 1993년에는 <돼지와 오토바이>와 <피고지고 피고지고>를 발표했다. 


1994년에 영희연극상을 받았다. 1995년에는 원작 <문디>를 개명한 <한놈 두 놈 삑구 타고>를 공연하고, 2005년엔 <풍인>이라는 제목으로 바꿔 재공연 되었다. 1996년에는 <돌아서서 떠나라>와 <아름다운 距離>를 발표하고, 동아 연극상 희곡상을 수상하였다. 1997년에는 <용띠 위의 개띠>를, 1998년에는 <좋은 녀석들>을 발표했다. 


그리고 1998년에 대표작 10편을 골라서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문디>, <불 좀 꺼주세요>, <돼지와 오토바이>, <처녀 비행> <피고지고 피고지고>, <좋은 녀 석들>, <아름다운 距離>, <돌아서서 떠나라>, <용띠 개띠>를 담아서 이만희 희곡집1, 2을 출간하였다.


김삼일은1963년 KBS포항방송국 전속 성우 공채 1기로 방송 성우로 데뷔해 성우들과 극단 `은하극장’을 창단해 문화의 불모지였던 포항에서 본격적인 연극 활동을 시작한 연출가다.

 

극단`은하극장’ 대표와 포항시립극단 연출자를 겸하고 있던 1985년 충북 청주에서 열린 제3회 전국연극제에 차범석 작, 김삼일 연출 <대지의 딸>이라는 작품을 가지고 경북대표팀으로 참가해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당시 여주인공 이휘향씨도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그때 심사를 맡은 연극평론가들이 중앙일간지에 평을 쓰면서`기적의 연출가’로 표현한 것이 지금까지 닉네임처럼 불리고 있다.

 

연출한 작품은 차범석의 <산불>, <대지의 딸>, <청기와집>, <장미의 성>, 이근삼의 <국물있사옵니다>, 유치진의 <조국>. 외국작품은 유진오닐의 <고래>, <밤으로의 긴 여로>, <지평선 넘어>, 입센의 <인형의 집>, <유령>, 안톤체홉의 <갈매기>, 세익스피어의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드> 등 4대 비극, 러시아 극작가 고골리의 <검찰관> 등이다.


<언덕을 넘어서 가자>는 2017년 늘푸른연극제에서 선정되었던 작품이다. 내용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초등학교 동창인 세 친구의 이야기다. 제법 많은 땅과 재력이 있으면서도 고물상을 운영하며 매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자린고비처럼 살아가는 무뚝뚝하고 까다로운 성미의 구두쇠노인 완애(백진기)와 매사에 티격태격 하지만 완애 옆에서 갖은 구박에도 칠 년째 빌붙어 얹혀살면서 돈만 생기면 도박장으로 달려가는 철부지친구 자룡(이태훈), 완애의 고물상에 어린 시절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황혼의 나이에도 보험설계사로 뛰어다녀야 하는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다혜(최지혜)가 등장인물이다.


연극은 도입에 주인공이 오래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현미의 “보고 싶은 얼굴”을 들으며 혼자 라면을 끓여먹고 설거지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곧이어 친구가 등장하면 주인공은 라디오를 끄고 친구에게 나가라고 고함을 지르며 냅다 식기를 집어던진다. 친구든 그걸 피해 문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다, 그런 장면이 반복이 되지만 친구는 다시 들어온다. 그리고 주인공 앞에 무릎을 꿇고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노라 약속을 한다. 


연극에서 도박이야기와 상처를 하게 된 이야기, 거기에 복선으로 주인공이 유기 견 여덟 마리를 데려다 기르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남학생들의 연모의 대상이었던 여학생의 이야기와 그 여학생이 이 집을 방문하게 되는 내용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그 여학생이었던 동창여인을 껄끄럽게 대하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친구는 그 여인과 무척 다정한 사이로 설정이 된다. 그리고 그 동창여인이 이 집을 방문하게 된 동기는 노름꾼 친구가 사고로 양손과 다리를 다쳤기 때문에 위로 차 하는 방문이다. 드디어 70이 가까운 나이임에도 날씬한 체격에 미모를 갖춘 동창여인이 등장을 한다. 


무대는 붓꽃향기가 흩날리는 듯싶은 분위기로 바뀐다. 당연히 주인공은 본체만체 껄끄럽게 여인을 대하고, 친구는 동창여인을 대하는 태도가 삽살개가 주인마님을 대하는 모습에 방불하다. 친구는 손목이나 팔이 잘리어 나가도 노름버릇을 끊지 못하는 노름꾼들의 양태를 드러내고, 주인공이 가출을 했을 때에는 여인이 보는 앞에서 주인공의 예금통장을 선반에서 찾아내어 다른 장소에 감추기도 한다. 동창여인은 아들의 사고 치료비를 비롯해 나름대로 무척 어려운 입장이지만 하소연이나 발설을 하지를 않는다. 여인의 휴대전화 통화내용으로 그런 사정이 객석에 전달될 뿐이다. 친구가 다친 데가 다 낳아 병원에 붕대를 풀러 갔을 때 동창여인이 주인공이 혼자 있는 집에 모습을 드러낸다. 


두 사람 다 껄끄럽고 서먹하게 대하지만, 주인공은 동창여인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아는지 천 여 만원이 든 봉투를 여인에게 조용히 쥐어준다. 여인은 눈물을 쏟으며 고마워한다. 그러면서 여인은 왜 초등학교 시절부터 자신에게 껄끄럽게 대했는가를 주인공에게 묻는다. 주인공이 주저주저하고 대답을 못하자 동창여인은 주인공이 즐겨 듣는 라디오가 실은 자신이 어렸을 때 주인공에게 남몰래 가져다주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주인공은 현재까지 궁금해 했던 라디오에 관한 수수께끼가 풀리자 비로소 자신도 동창여인을 짝사랑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겨울시냇물처럼 얼어붙었던 두 사람의 마음이 봄바람에 눈이 녹듯 풀리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선다.


장면이 바뀌면 친구와 여인이 여행가방과 옷차림으로 터키의 이스탄불을 가려한다는 것이 소개가 된다. 드디어 주인공이 말끔한 백색정장에 중절모를 쓰고 내실에서 나온다. 어두컴컴한 옷만 입던 주인공의 변신을 보고 객석은 환호성으로 뒤덮인다. 세 사람이 함께 여행을 하려고 문을 나서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백진기, 이태훈, 최지혜가 경륜있는 기량과 호연으로 연극을 이끌어 가고 갈채를 받는다


제작진행 최희만, 협력연출 복진오, 총진행 최원학, 무대감독 김기철, 기획 변선민, 음향감독 한 철, 음향제작 백선종 강승민, 음향 남기웅, 분장 백가영, 진행 김정하 정순락, 무대 김예기, 조명 문영철, 홍보 서종숙, 섭회 허지은, 조연출 박세이 등 스텝진의 기량도 드러나 제8회 늘푸른연극제 극단 은하의 이만희 작 김삼일 연출의 언덕을 넘어서 가자를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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