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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6] 유니버설발레단과 통일그룹의 춘향
  • 박정기 본지 자문위원
  • 등록 2019-10-05 22: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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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유니버설발레단과 통일그룹 제작의 ‘발레 춘향’을 관람했다.


‘발레 춘향’은 2007년 세계초연과 2009년 재공연을 통해 국내외에서 예술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유니버설발레단의 두 번째 창작품이다. 창단 30주년을 맞은 2014년에는 안무, 무대, 의상까지 대대적인 수정작업을 거쳐 완전 새로워진 모습을 선보여 발레 팬들에게 큰 호응과 관심을 받았다. 2018년에 이은 ‘발레 춘향’은 또 한 번의 업그레이드 된 공연을 통해 한층 고수준 고품격의 발레 작품으로 관객의 찬탄을 받았다. 


한편 ‘세계 속에 발레 한류’의 힘찬 비상을 위한 유니버설발레단의 노력이 또 한 번 결실을 맺었다. ‘발레 춘향’이 2018년 9월 콜롬비아 보고타 훌리오 마리오 산토도밍고 마요르극장에서 초청공연에서 대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2014년 유니버설발레단이 ‘심청’을 공연했던 극장으로 당시 오랜 동안 이어진 기립박수로 진한 감동을 안겼던 극장이다. ‘발레 춘향’의 해외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4월 오만 로열오페라하우스의 초청으로 세계 최고의 발레단들과 함께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초청됐던 유니버설발레단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관객들에게 한국 창작품의 우수성을 크게 알릴 수 있었다. 



문훈숙 단장은 오늘날 가벼운 인스턴트식 사랑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춘향’의 곧은 절개와 지조, 춘향과 몽룡의 조건 없는 사랑이 주는 교훈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말한다. “단순한 사랑이 아닙니다. 신분과 조건을 초월한 사랑과 이를 지켜내는 ‘춘향’의 지조를 떠올리며 사랑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보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우리가 ‘발레 춘향’을 통해 관객들께 전하고픈 진정한 메시지입니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2018년 공연은 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참가작으로 무대에 올라 대호평을 받았다. 2019년에는 이데일리 문화대상 무용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창작발레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표방한 ‘발레 춘향’은 한국의 고전소설에 클래식 발레와 음악을 접목시켜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환영을 받고 뛰어난 예술성을 인정받을 작품이 되었다. 안무와 연출을 맡은 유병헌 예술감독은 차이콥스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들을 직접 선곡하고 편곡자인 모토야마 후미요의 세심한 손길을 더해 지금의 발레곡을 만들었다. 


춘향과 몽룡이 추는 사랑의 2인무에 등장하는 ‘만프레드 교향곡(Manfred Symphony, Op.58, 1885)’과 ‘템페스트(The Tempest Op.18, 1873)’, 풍운아 변학도의 해학성을 묘사한 ‘교향곡 1번(Symphony No.1, O9.13, 1866)’ 및 방자와 향단의 코믹함을 극대화시킨 ‘조곡 1번(Suite No.1, Op.43, 1878~1879)’ 등은 마치 차이콥스키가 이 작품을 위해서 작곡한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로 어울려 관객을 깊은 감상의 세계로 빠져들도록 만든다.    이 작품의 백미는 춘향과 몽룡의 ‘긴장과 설렘(초야初夜)-슬픔과 애틋함(이별)-기쁨과 환희(재회)’ 세 가지 유형에 사랑의 감정을 아름다운 몸짓언어로 담아낸 2인무이다. 이 춤은 작품에 환상적인 아름다움과 사랑의 감성을 표현한다. 



1막 ‘초야 파드되’는 부부의 연을 맺은 춘향과 몽룡이 첫날밤에 겪는 설렘과 황홀함을 2인무로 표현했는데, 다음 장면인 과거시험을 위해 한양으로 떠나는 몽룡과 이별하는 춘향의 장면과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또한 2막 ‘해후 파드되’는 온갖 역경을 뚫고 다시 만난 춘향과 몽룡의 되찾은 진정한 사랑의 기쁨을 온몸의 율동으로 구현시켜 발레 춘향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홍향기와 이동탁, 강미선과 블라디미르 쉬클리아로프가더블캐스팅되어 ‘춘향’과 ‘몽룡’으로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섬세한 감정표현과 열정적이고 우아한 율동적 표현은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변학도로 강민우와 알렉산드르 세이트칼리예프가 변학도로 출연해 발군의 기량과 열정으로 변학도 역을 구현해 낸다. 박수경이 향단 오타 아리카가 방자로 출연해 탁월한 기량과 혼신의 열정으로 역시 갈채를 받는다. 


월매 역으로 배현경과 이다정이 열연을 하고, 몽룡의 아버지로 엄재용이 출연해 역시 호연을 보인다. 엄재용은 과거시험장의 왕 역도 한다. 몽룡의 어머니로 최지원이 출연한다. 그 외의 출연자들도 놀라운 기량과 열정을 발휘해 관객의 찬탄과 함께 갈채를 받았다. 



최진규가 무대장치, 장수호가 무대 영상을 맡았다. 이번 공연의 무대장치와 영상 또한 탁월하다. 그림과 자수를 놓은 것 같은 배경, 나뭇잎과 꽃잎이 흩날리는 영상, 기와 집 앞에 좌우로 펼쳐진 돌담, 과시장의 좌우로 열결된 단, 단오날 탁 트인 남원광장 등 기억에 남는 장치와 영상이 극 분위기 창출을 상승시킨다. 이정우의 의상.... 발레 공연에 어울리는 주요배역의 한복의상, 기녀, 서민, 임금, 어사호위무사 등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의상은 발레공연에 어울려 기억에 아로새겨진다. 서경원의 조명 또한 분위기 창출에 기여하는 기량을 드러냈다.


무대감독 김승철, 조명디자인 서경원, 음향감독 윤준철, 의장감독 정연주 그 외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2019년 10월의 ‘발레 춘향’은 유병헌의 안무 연출과 코리아쿱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미하일 그나노브스키의 지휘에 따른 선율에 맞춰 혼신의 열정과 함께 발레의 진수를 드러내 작품성 예술성을 고루 갖춘 고수준 고품격 세계정상급 발레 공연임을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고 평하겠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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