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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4] 2019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신진연출가전, 박문수 연출 ‘빨간 도깨비’
  • 박정기 본지 자문위원
  • 등록 2019-09-01 23:48:43
  • 수정 2020-09-10 1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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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아트홀에서 2019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이사장 윤우영) 신진연출가전 노다 히데키 작, 박문수 연출의 ‘빨간 도깨비’를 관람했다.


노다 히데키는 배우이자 작가 겸 연출가다. 2009년부터 도쿄예술극장의 예술 감독을 역임했다. 2005년 ‘빨간 도깨비’와 2013년 ‘더 비’(THE BEE), 2014년 ‘반신’ , 2017년 ‘밖으로 나왓!’ 등이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바가 있다.


박문수는 공상집단 뚱딴지 소속의 연출가다. 그 옷, 그게 아닌데, 하지만 내 꿈인걸, 오슬로, 자기 앞의 생, 거리의 사자 등을 연출과 조연출을 한 발전적인 앞날이 기대되는 신진연출가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언덕이 조성되어 있고, 옷가지가 잔뜩 샇여 있다. 다 해지고 너널 너덜한 붉은 색의 파라솔을 언덕 중간에 세워놓고, 출연자들이 언덕 아래 위를 종횡으로 누비며 열연을 펼친다.



언덕 중앙에 기어들어갈 수 있는 토굴로 설정된 공간이 있고, 배경에 파도치는 영상이나 별빛이 초롱초롱한 하늘 그 외의 영상을 투사해 극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긴 천을 무대 좌우에서 흔들어 대면서 파도 영상을 투사해 실제 폭풍우 속에서의 파도치는 광경에 방불하다. 섬에 상륙한 사람들은 평상복을 착용하고, 섬사람들은 검은색 타이즈, 빨간 도깨비는 붉은 색 정장에 얼굴을 붉은색으로 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연극은 도입에 폭풍과 파도가 일면서 남녀 3인이 섬에 도착해 의식을 잃는다. 섬사람들이 와서 이들을 깨워낸다. 음식을 먹이고 기운을 돋아주려 하지만 원주민의 음식이 맞지를 않는지 여인은 구토를 한다. 그 여인은 아기를 임신한 것으로 소개가 된다. 3인은 토굴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아기 출산과 영양부족으로 여인이 실신상태에 들어갔을 때 또 한사람의 표류자가 등장한다. 


이 인물은 붉은 색 정장에 얼굴까지 홍색인종이고 언어도 전혀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인다. 홍색인은 기진해 쓰러져 우는 아기를 돌보지 않는 여인 대신 아기를 데려다 돌본다. 이상하게도 아기는 홍색인간에게 적응하는 듯싶다. 표류자들과 섬사람은 홍색인간을 빨간 도깨비라 지칭한다. 



홍색인간을 빨간 도깨비라 칭하면서 사람들은 그를 마치 귀신을 대하듯 하지만 아기 엄마인 여인만은 그에게 사람대접을 한다. 자연히 홍색인간은 여인과 가까워지고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의사소통까지 하게 된다. 


여인은 자신의 일행인 두 남성과 홍색인간을 가깝도록 만든다. 그러나 섬사람들은 이와 정반대다. 표류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처럼 행동을 보이지만, 홍색인간은 귀신이나 도깨비처럼 취급하고 처치하려고 덤벼든다. 그를 위한 여인의 감싸기와 애절한 변명도 섬사람들에게는 당나귀 귀에 찬송가 부르기나 다름이 없다. 결국 섬사람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표류자와 홍색인간은 섬 밖으로 탈출을 한다. 


연극의 도입에서처럼 폭풍과 파도가 일고, 파도가 잔잔해지지만 그들에게는 먹을 음식이 전혀 없다. 여인이 다시 기절상태에 들어가고 배는 육지에 도착한 것으로 설정이 된다. 표류한 남성이 여인에게 음식을 먹인다. 홍색인간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여인이 기력을 회복하자, 자신이 먹은 음식이 무슨 음식이냐고 묻는다. 



표류자 중 한 남성이 대답한다. 빨간 도깨비를 잡아 만든 음식이라고... 여인은 첫 장면처럼 구토를 한다. 그러면서 언덕위로 올라간다. 인간들의 편견과 인종차별로 애꿎은 한명의 인간이 목숨을 잃은 것을 원망하듯 여인이 허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박진호가 빨간 도깨비, 김신실이 여인, 김세중과 심태영이 표류자, 나하연과 정다연이 섬의 여인, 김태완이 섬의 남성으로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열과 성을 다한 호연과 열연은 물론 독특한 성격 창 출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빨간 도깨비 역의 박진호는 창아기발(創雅奇拔)한 연기로 일생일대의 명연을 펼친다.


조연출 남욱, 기획 김유정, 무대 유태희, 조명 박지선, 음악 류승현, 의상 김사랑, 사진 김루비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드러나, 2019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이사장 윤우영) 신진연출가전 노다 히데키 작, 박문수 연출의 ‘빨간 도깨비’를 연출가와 출연자의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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