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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3] 극단 유쾌한씨어터, 염창선 연출 ‘죄와 벌 in 서울’
  • 박정기 본지 자문위원
  • 등록 2019-08-11 22:59:36
  • 수정 2020-09-10 11: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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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공간 오르다 소극장에서 극단 유쾌한 씨어터의 도스토예프스키 원작, 조병진 예술감독, 이상록 각색, 염창선 연출의 ‘죄와 벌 in 서울’을 관람했다.


조병진은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와 뉴욕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청주대학교 공연영상학부 교수, 한국교육연극학회장을 역임했다.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하고, 충북연극 50년을 정리한 ‘충청의 혼, 세상의 꽃이 되어라!’의 총연출, 연극 ‘그날 그날에’ 외 30여 편을 연출했다. 논문으로 ‘공연예술의; 준비 과정’ 등 30여편이 있고 저서로는 ‘공연예술과 일상생활’이 있다. 


각색을 한 이상록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약을 끊은 사람들’ ‘죄와 벌 in 서울’을 발표 공연했다.


염창선(1977~)은 청주대학교와 동국대학교 대학원 출신의 배우이자 연출가다. 2003년 국립극장우루왕, 터키ASPENDOS THEATRE(조연출) 2003년 울할아버지 꽃상여, 문예진흥원예술극장대극장(연기) 2004년 여우야뭐하니, 예술의 전당토월극장(연기) 2005년 은어송, 공주시 공산성 공북루야외무대(연기) 2006년 마당을 나온 암탉, 서울열린극장창동(연기) 2013년 열개의 인디언 인형, 대학로 피카소1관(진행) 2013년 사이먼스팀스는 왜?죽었는가, 대학로 상상아트홀 화이트관(기획) 2014년 Welcome 2 Macbeth, 예술공간 상상화이트(진행) 2015년 문학카페에서 세자매와 차한잔을, W스테이지(연기) 2015 부산공간소극장 에우리디케 역 등 다수작품에 출연했다.


도스토예프스키(Dostoevsky, 1821~1881) 원작에서 주인공인 라스콜니코프(Raskolnikov)는 서구적인 합리주의자·무신론자이다. 빈곤에 허덕이고 고독에 짓눌린 그는 한 결 같이 추상적 사색에 몰두한다. 그의 예리한 지성은 이 고독의 사색에서 전인미답의 독창적 이론-초인사상-을 체계화시킨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인류는 '나폴레옹'과 '이(蝨)'로 분류된다. 즉 선악을 초월하고 나아가서 스스로가 바로 법률이나 다름없는 비범하고 강력한 소수인간과 인습적 도덕에 얽매이는 약하고 평범한 다수인간으로 분류한다. 



그는 자신이 전자에 속하는 것으로 확신하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한 마리의 이에 불과한 무자비한 고리대금업자인 노파를 죽인다. 그리고 또한 그 장면을 목격한 여동생, 리자베타도 같이 죽이게 된다. 살인을 저지르고 난 라스콜니코프는 전에 가지고 있었던, 자신이 나폴레옹이 되어 다수에게 행복을 주겠다는 사상은 뒤로 미뤄둔 체 죄도 없는 리자베타를 죽인 양심에 대해서, 자신을 잡으려는 사회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게 된다. 


그러다 이를 죽여 나폴레옹이 되고자 했던 자신과는 달리 자신을 죽여 생계를 유지하는 매춘부 소냐를 본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이 그릇되었음을 깨닫고 소냐에게 자신의 죄를 솔직하게 고하게 된다. 소냐는 네거리 광장으로 나가 자신이 더럽힌 땅에 키스를 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이 노파를 죽였다고 알리라고 하고 그에 라스콜니코프는 즉각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소냐는 작자가 이상으로 여긴 복음서적인 사랑과 인종의 사도이며 무신론자 라스콜니코프에 대립되는 구원의 담당자로 묘사되고 있다. 에필로그에서 그녀의 감화에 의한 주인공의 종교적 갱생과 정신적 부활이 그려지고 있다. 합리적 원리와 비합리적인 원리와의 해결하기 어려운 모순에 직면한 주인공의 심각한 고민은 투철한 심리분석과 극적인 내용으로 소설에 묘사했다. 


각색에서는 현대 한국으로 시대적 배경과 장소를 옮기고 주인공은 사법시험을 치르는 법대생으로 1차 객관시험에 합격한 후 2차 논술시험을 목전에 두고 있다. 3차는 면접시험이다. 주인공은 법대동기 친구와 바른 법 연구소를 운영하며 모의법정을 주기적으로 개최한다. 어느 날 주점에서 우연히 상봉하게 된 인물의 신세한탄 말 한마디를 가슴에 새기고, 그와 동행 그의 집까지 따라간다. 가난한 살림에 고통 받는 그의 가족을 접하게 되고, 바이올리니스트인 그의 딸과 그녀의 치고이네르바이젠(Zigeunerweisen) 연주를 듣고 연모의 정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그 집이 불법사채업자에게 빌린 채무에 시달리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얼마 뒤 채무변제를 이유로 그 가장이 살해당하는 것을 알게 된다. 주인공은 불법사채업자 여인을 살해하고, 이를 지켜보는 그녀의 여동생까지 동시에 살해한다. 주인공은 연극에서 정의는 기존 법질서보다 우위라는 신념으로 자신의 살인행위를 정당화 하려 하지만 사채업자의 동생까지 살해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시달린다. 



담당형사 격인 인물이 주인공에게 혐의를 두고 자주 찾아오고 주인공이 범인이라는 것을 추정을 하지만 증거가 없어 돌아가고 만다. 그러나 주인공은 양심으로 인해 심한 악몽을 꾸게 되고 시달리기까지 하는 장면을 보면서 관객은 현재 나라의 법질서와 체계 그리고 정치적 라이벌에 대한 가혹한 형량 등이 정당한가를 떠올리게 된다. 대단원에서 주인공은 관처럼 생긴 직사각의 조형물 속에 눕고 그 옆에서 그가 연모한 여성 바이올린 연주가가 치고이네르바이젠(Zigeunerweisen)을 연주하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홍상용이 주인공 법대생, 김서연이 바이올리니스트, 최진석이 가난한 가장, 천윤경이 사채업하는 여인, 원인재가 형사, 김준서가 웨이터, 석서현이 코러스, 서지선이 사채업자의 여동생, 주민우가 리포터, 이정은이 리포터로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물론 혼신의 열정으로 연극을 수준급으로 이끌어 간다. 김서연의 바이오린 연주는 관객을 감상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무대 조염 도상민, 영상 한원균, 디자인 권용승, 음악 박정은, 작곡 윤정인, 음향 지한결, 목소리편집 허 민, 연기지도 김진경, 드라마터그 이철용, 안무 천윤경 서지선, 조연출 서지선 이정은, 무대제작 그라프디자인, 진행 최나영 송수민, 영상촬영협찬 대핚로 해미수산, 바이올린 편곡 음원제작 강윤성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유쾌한 씨어터의 도스토예프스키 원작, 조병진 예술감독, 이상록 각색, 염창선 연출의 ‘죄와 벌 in 서울’을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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