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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11] 극단 MARK 117, 이태리 각색/연출 ‘큰아들’
  • 박정기 본지 자문위원
  • 등록 2019-08-05 00:08:36
  • 수정 2020-09-10 11: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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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혜화당에서 극단 MARK 117의 서 철 예술감독, 알렉산드르 밤삘로프 작, 이태리 각색 연출의 ‘큰아들’을 관람했다.


소극장 혜화당에서 극단 MARK 117의 서 철 예술감독, 알렉산드르 밤삘로프 작, 이태리 각색 연출의 ‘큰아들’을 관람했다.


알렉산드르 밤삘로프(1937∼1972)는 1960년대 러시아 드라마를 대표하는 단편 작가이자 극작가이다. 그는 작품 경향 뿐 아니라 작가 경력 또한 체호프와 매우 유사하여 제2의 체호프라고 불린다. 


이르꾸츠끄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밤삘로프는 싸닌이라는 필명으로 신문에 소설을 기고하여 단편 작가로 명성을 쌓는 한편, 신문 기자로도 활동한다. 이후 그는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되고 단막극 ‘창문이 있는 들판 위의 집’과 첫 장막극 ‘유월의 이별’을 발표하여 극계의 주목을 받는다. 


대표적인 희곡 작품들로는 ‘큰아들’ ‘천사와의 20분’ ‘오리 사냥’ ‘출림스끄에서의 지난 여름’ 등이 있다. 밤삘로프는 낚시를 하다가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한 후 익사한다. 당시 35세였다.


예술감독 서 철(1979~)은 정화예술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연기전공, 세종대학교 대학원에서 공연연출전공, 러시아 쉐프킨연극대학교 연기과 출신의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 교수인 배우이자 연출로 극단 MARK 117의 대표다.  ‘황제의 전갈’ ‘인형의 가’ ‘시라노’ ‘주눈’ ‘일지춘심을 두견이 알랴’ ‘사천의 착한여자’ ‘선샤인 프로젝트’ ‘보이체크’ ‘갈매기’ 등에 출연해 탁월한 연기력을 보이고 연극 ‘E M C’를 연출했다.



이태리(1983~)는 서울예술대학 연기과 출신의 배우로 ‘E M C’ 각색 ‘큰아들’을 각색 연출했다. ‘가리봉 파출소’ ‘해가지면 달이 뜨고’ ‘청춘다방’ ‘꽃바람 살랑’ ‘변신’ ‘그래도 살아’ 그 외 단편영화에 출연해 호연을 보인 배우이자 연출가다. 


무대는 천정에서 내린 줄에 두 개의 들보를 아래위로 연결해 매달고, 들보 양쪽에 문틀과 창틀을 매달아 놓고 배우들이 회전을 시키며 장면변화에 대처한다. 입체로 된 사각의 조형물을 들여다 의자로 사용한다.


한적한 지역으로 놀러간 두 청년이 마지막 기차를 놓치고 벌이는 행동이 연극으로 전개된다. 두 청년은 주점에서 늦도록 음주를 했다는 설정이고, 여인들에게 한눈을 팔다가 그만 기차를 탑승하지 못하자 잠을 잘 거처를 찾게 된다. 두 청년은 집 안이 들여다보이는 집으로 와 문을 두드리고 밖을 내다보는 여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묵어가기를 청하지만 당연히 거절당한다. 


여인은 관능미가 넘쳐보이고, 한 중년남성이 여인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두 청년은 보게 된다. 들보가 움직이고 창틀과 문틀 위치가 바뀌면서 두 청년은 다른 한 집에 들어가 여행용 트렁크를 끌고 나오는 그 집의 젊은 아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며 대화를 나눈다. 


그러자 두 청년이 첫 번째 부탁을 했던 여인 집으로 들어갔던 중년남성이 젊은 아들 집으로 들어오면서 이 집 가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중년남성의 여성편력을 빌미로 두 청년 중 한 명을 과거 20여 년 전에 태어난 중년남성의 아들인 것으로 소개한다. 당연히 중년은 과거 자신과 몸과 마음을 밀착시켰던 여인을 차례로 회상을 하며, 24년 전 가까이했던 한 여인을 떠 올린다. 청년 중 한명은 자신이 스물네 살이라고 소개하며 아버지라고 중년남성을 부른다. 


젊은 시절 여인 한두 명과 사귀지 않은 남성이 없듯이 중년남성은 청년을 아들로 흔쾌히 인정을 하고 껴안는다. 이 집의 젊은 딸이 등장을 하고 아버지의 장남 격인 오라비를 반긴다. 계속 창틀과 문틀의 위치가 회전을 하며 바뀌면서 청년 한 명은 관능미가 넘치는 여인과 가까워진다. 



그러나 형이 나타난 것을 안 젊은 아들은 아버지 곁을 떠나려 한다. 막내인 젊은 딸은 장남이 여동생이 아닌 사랑하는 여인처럼 대하고 안고 껴안고 하니 어리둥절해 한다. 젊은 딸의 연인이 이 집을 방문한다. 그리고 장인이 될 중년남성을 보고는 머리를 갸웃거린다. 한동안 그러더니 일주일 전 중년남성이 술에 대취해 벌인 실수를 기억해 낸다. 중년남성은 치욕을 느끼는 듯싶다. 결국 아버지 격인 중년남성은 아들과 딸이 행복하게 살도록 집을 주고 자신이 떠나겠노라고 한다. 거짓 장남 노릇을 하던 청년은 더 이상 속일 수가 없어 자신이 거짓으로 엉뚱한 아들노릇을 했음을 사과하고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이제 친구와 함께 떠나가겠노라고 이야기 한다. 모든 사실이 밝혀지자 중년은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청년을 큰아들로 평생 여기고 사랑하겠노라 껴안는다. 결국 두 청년은 타고 떠나야 할 기차시간도 지난 데다 중년남성의 따뜻한 마음씨에 이끌려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 머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유창민이 큰아들, 이선규가 친구, 변지석이 중년남성, 고현진이 딸, 박정석이 젊은 아들, 전승희가 관능미 넘치는 여인, 홍대교가 딸의 연인으로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녹음방초(綠陰芳草) 같은 연기는 관객을 심취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받는다. 


음악감독 민혜리, 무대디자인 임 민, 조명디자인 김효진, 의상 소품 신정민, 기획 홍보 김은혜, 폭스터디자인 김영욱, 진행 김예솔, 조명오퍼 조수민, 음향오퍼 김경수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합하여, 극단 MARK 117의 서 철 예술감독, 알렉산드르 밤삘로프 작, 이태리 각색 연출의 ‘큰아들’을 연극성 대중성을 갖춘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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