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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7] 한국생활연극협회 송년공연, 강영걸 연출 ‘아름다운 인연’
  • 박정기 본지 자문위원
  • 등록 2019-11-25 02:48:19
  • 수정 2020-09-10 11: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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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사)생활연극협회의 정중헌 제작총괄, 이규식 예술감독, 선욱현 작, 강영걸 연출의 ‘아름다운 인연’을 관람했다.


정중헌 제작총괄은 (사)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이다. 조선일보사의 문화부 기자, 문화부장, 문화 담당 논설위원으로서 당대에 명성을 날리고 현역에서 은퇴한 후 서울예술대학교 교수와 부총장을 역임하고, 70대에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가 제정한 2016년 최우수 예술가상 평론 부문 수상자다.


현역에서 은퇴한 후 신문 기자 재직 시에 쓴 글을 모아 ‘문화부 기자는 재밌다’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냈으며, 미술 평전으로 ‘천경자의 환상여행’ ‘황용엽의 인간풍경’, 영화 부문의 ‘우리 영화 살리기’를 저술했는가 하면 김종원 평론가와 공저로 ‘우리 영화 100년’, 오명환 신상일 씨와 공저로 를 발간하고, 대학로에서 관람한 연극에 대한 리뷰를 페이스북에 써온 정중헌 씨는 이 글 중 100여 편을 모아 최근 ‘연극동네 대학로는 재밌다’라는 제목의 SNS평론집을 발행하기도 했다. 2017년 (사)한국생활연극협회를 창단하고 전국에 지부를 결성한 한국문화예술계의 선도자다.


이규식 예술감독은 한남대학교 프랑스어문학과장, 사회문화대학원장, 문과대학장, 대전예술의 전당 운영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문학평론가, 충청투데이 논설위원, 대전고등법원 민사가사 조정위원회 부회장, 한-세네갈 상공문화협회 공동대표 (사) 한국 생활 연극 협회 부이사장이다.



선욱현(1968~)은 광주광역시 출생,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뛰어난 배우이자, 극작가 겸 연출가다. 극단 필통 대표를 역임했고, 현재 강원도 도립극단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연기로는 연극 ‘황야의 물고기’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몽실언니’ ‘살인교습’ ‘14대 품바’, 영화 ‘미인도’ ‘쏜다’ ‘열혈남아’ ‘녹색의자’ ‘봉자’ 등에 출연하고, 연출로는 ‘이발사를 살해한 한 남자에 대한 재판’ ‘물싸움2’ ‘물싸움1’ ‘영종도 38킬로 남았다’ ‘악몽’ ‘불면’ ‘피카소 돈년 두보’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하고, 극작으로는 ‘절대사절’ ‘악몽’ ‘고추말리기’ ‘황야의 물고기’ ‘이발사를 살해한 한 남자에 대한 재판’ ‘영종도 38킬로 남았다’ ‘의자는 잘못 없다’ ‘피카소 돈년 두보’ 그 외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한 한국연극의 기둥이다.


강영걸(1943~) 연출은 작품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행간의 섬세한 상징을 끄집어내는 치밀한 연출방식으로 정평이 나있다. 수 많은 연극과 뮤지컬을 연출해 서울연극제 작품상, 백상예술상 연출상, 제19차 예총예술문화상을 수상했으며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19 그리고 80’ ‘불 좀 꺼주세요’ ‘피고지고 피고지고’ ‘꿈 먹고 물 마시고’ ‘그 여자의 소설’ 외 다수 작품을 연출한 배우가 되었어도 좋을 미남 연출가다. 


‘아름다운 인연’은 극단 민예에서 ‘고추말리기’라는 제목으로 정현 연출로 초연이 되어 주목을 받았고, 극단 배우세상에 의해 ‘아름다운 인연’으로 제목을 바꾼 후, 강영걸 연출로 2008년과 2009년에 대학로 배우세상 소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어 호평을 받았고, 2011년에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재 공연된 흥미만점의 창작극이다.


무대는 한옥의 지붕과 담장형태의 조형물을 배경과 무대 좌우에 세우고 중앙에 영상으로 산부인과, 무속적 그림의 영상이나 영정사진을 투사하거나 처녀상을 배치한다. 중간에는 긴 휘장을 무대 좌우로 연결시키고 수많은 인형으로 꼭두각시극을 연출한다. 객석에까지 대사용지를 배포해 작중인물의 주문에 따라 관객이 낭독을 한다.
 


8대독자인 황 씨 가문의 종손을, 어머니 대에는 딸만 열둘을 출산한 후에, 겨우 아들을 낳아 대를 잇게 되었고, 그 아들은 딸만을 내리 다섯을 낳은 후 부인의 몸에 태기가 생기자, 노모(老母)는 출생아를 두고, 길흉화복과 태아의 남녀를 구분하는 홍 장군이라는 점쟁이 무당을 찾아간다. 


그간 노모와 가족은 가족과 연관이 있는 산부인과에 산모를 입원시킨 후 아이를 출산했는데, 그 산부인과에서는 유독 사내아이가 출산할 경우마다, 아이가 사산을 하거나 산모까지 난산으로 죽게 되니, 노모는 홍 장군을 찾게 되고 그 점쟁이 무당에 의해 아이 출생과 출생 후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황 씨 집의 종손이 탄생하게 되지만, 성장 후 술과 여자와 도박으로 패가망신할 운명이고, 설사 장성하드라도 노모보다 앞질러 자살을 할 것이라는 점괘와 예언에, 노모의 12명의 딸들은 종손을 포기하기로 결의한다. 


그러나 종가집의 온갖 고난과 역경을 뚝심으로 버텨온 노모의 지극정성과 부적을 통한 액땜으로, 열망하던 종손의 탄생을 보게 된다는 줄거리다. 


이 극을 통해 산부인과에서의 유산과 낙태의 범람이, 우리 고유의 토속 신앙 속 인물인 삼신할미의 역할 포기와 처녀 낙태귀신의 역할을 상승시켜, 염라국 사자조차 임무수행은커녕 능력조차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등, 자연의 섭리를 부정하고, 인륜을 파괴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또한 삼신할미조차 자신의 역할을 포기하고, 지하철 역사를 배회하며, 라면이나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노숙자의 형상으로 변모해, 점쟁이 무당 홍 장군의 도움을 받는 형편으로 전락한 모습에서 낙태와 임신중절 그리고 유산이 천신과 지신을 노하게 하여 그들의 역할마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신격 포기현상까지 창출시킨다. 


이 연극은 낙태만연의 현실과 세태를 하나의 위기의식과 경고로 관객에게 제시하고, 삼신할미는 홍 장군과의 만남에서만 겨우 속내를 보일 뿐, 저승사자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직분포기마녀의 모습으로 등장시키고, 낙태귀신은 배꼽이 없는 한풀이로, 인간을 저주하고 인간의 영아를 죽이도록 만들어, 처녀낙태귀신의 배꼽을 부착해 주기위한 노모를 비롯한 여러 딸들의 단합된 노력은 대단원에서 낙태귀신에게 배꼽을 마련해 달아주는 등의 작가의 무궁무진한 창의력이 이 작품에 잘 들어나 있다. 



이 연극은 인간과 귀신, 영과 속, 실제와 환상, 현실과 이상을 극명한 대비로 보여주었고, 20명에 이르는 수많은 등장인물로도 부족해, 객석에 좌정한 관람객까지 동원시켜 12명의 딸들 중 소식만 전하는 딸의 역할을 관객에게 분담시키는 등 관객과의 일체감과 긴밀 감 그리고 공감대까지 거의 완벽하게 형성시킨 공연이다.  


출연진인 박영갑, 김진태, 이화시, 장민정, 김진성, 김성식, 윤수진, 이지현, 권은규, 이주연, 유동주, 정애경, 김아천, 은화신, 염미선, 이서순, 권양자, 정해자, 남상남 등 출연진의 아마추어 같지 않은 호연과 열연이 돋보인 공연이다. 홍장군 역의 김진태와 모친 역의 장민정의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무대 신황철, 조명 이상근, 분장 박팔영, 음악음향 현 철, 의상 권양자, 소품 정해자, 사진 김일현, 조연출 강윤경 주애리, 디자인 손희진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혼연일체가 되어 (사)한국생활연극협회 송년공연 정중헌 제작총괄, 이규식 예술감독, 선욱현 작, 강영걸 연출의 ‘아름다운 인연’을 국적이 분명하고, 우리 고유의 민속적이고 토속적 향취와 색갈이 뭉클하게 배어난, 가장 한국적인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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