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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2] 국립극단, 김재엽 작/연출 ‘알리바이 연대기’
  • 박정기 본지 자문위원
  • 등록 2019-10-29 08:40:29
  • 수정 2020-09-10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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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예술극장에서 국립극단의 이성열 예술감독, 김재엽 작.연출의 ‘알리바이 연대기’를 관람했다.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 은 ‘아버지와 아들’ ‘햄릿아비’ ‘벚꽃동산’ ‘과부들’ ‘봄날’ ‘여행’ ‘그린 벤치’ ‘자객열전’ ‘미친극’ ‘키스’ ‘야메의사’ ‘굿모닝? 체홉’ ‘햄버거에 대한 명상’과 무용극은 ‘비천사신무’ ‘두 도시 이야기’ ‘유랑’ ‘운수좋은 날’, 음악으로는 ‘톨스토이 IN Music’ ‘드라마가 있는 음악회’ ‘파가니니&리스트’ ‘죠르쥬’, 오페라는 ‘손탁호텔’(협력연출) 등을 연출했다. 


1998 한국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 ‘굿모닝? 체홉’, 2005 서울연극제 ‘연출상’ ‘Green Bench’, 2007 김상열 연극상 ‘물고기의 축제’, 2009 서울연극제 ‘연출상’ ‘봄날’, 작품상으로는 1997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키스’, 2004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자객열전’, 2005 올해의 예술상 ‘연극부문 최우수작품상’ ‘Green Bench’ 서울연극제 ‘우수상’ ‘Green Bench’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여행’, 2006 서울연극제 ‘우수상’ ‘여행’, 2009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봄날’ 2013 이해랑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작가 겸 연출가인 김재엽은 197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대학원 연극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4기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극단 드림플레이 대표를 맡고 있다.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 ‘문우극회’ ‘연극과 인생’에서 활동한 것을 계기로 연극을 시작했다. 1998년 ‘아홉 개의 모래시계’로 한국연극협회 창작극 공모에 당선, 2002년에는 희곡 ‘페르소나’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극작가로 등단했다. 


극단 파크 창단 멤버로 2002년 ‘체크메이트’를 쓰고 연출해 연출가로도 데뷔했다. 2003년 인디 퍼포머 그룹 ‘드림플레이 프로젝트’를 창단해 ‘샹그릴라의 시계공’(2003), ‘아홉 개의 모래시계’(2003), ‘웃지 않는 공주를 위하여’(2003) 등을 써서 무대에 올렸다. 


‘아홉 개의 모래시계’는 서울 프린지페스티벌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돼 넥스트웨이브페스티벌 ‘아시아 신세기 연극 열전’에 초청됐다. 드림플레이 프로젝트가 2005년 극단 드림플레이로 발전하면서 창단 공연으로 선보인 ‘유령을 기다리며’는 ‘햄릿’과 ‘고도를 기다리며’를 패러디한 상황 희극으로 거창국제연극제 대상과 연출상을 수상했다. 


2008년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로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연출상을, 2011년 ‘여기, 사람이 있다’로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했다.



2013년 직접 쓰고 연출한 ‘알리바이 연대기’로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하고 2014 팸스초이스 연극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이 공연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발표하는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월간 ‘한국연극’이 선정하는 ‘올해의 연극 베스트7’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조선형사 홍윤식’(성기웅 작, 2007), ‘꿈의 연극’(스트린드베리 작, 2009), ‘장석조네 사람들’(김소진 장편 연작 소설, 2011) ‘시간’ ‘죽음’ '기다림‘에 관한 철학적 우화에 바탕을 둔 재기발랄한 초기 작품에서 동시대 사회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변화를 모색하는 작품으로 관심을 확장해 왔으며 일상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동시대 현실 인식을 목표로 현재도 새로운 창작극을 활발히 선보이고 있다이 연극은 한 가족의 현대사를 서사적(敍事的)으로 그려낸 에픽 드라마(epic drama)다.


무대는 주인공 아버지의 서재다. 배경 막 앞으로 복도가 있고, 복도는 무대 외곽과 연결되어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무대 양쪽에 커다란 책장이 있고, 고서가 잔뜩 꽂혀있다. 책상과 의자가 배치되고, 그 위에 컴퓨터 노트북이 놓여있다. 배경 막에 시대적 역사적 사건의 영상과 인물들의 사진과 문자가 투사되고, 아버지가 교편을 잡던 학교건물, 부친이 6 25사변 당시 전우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이 투사되기도 한다. 왼쪽 벽에는 정치 지도자 중 1인의 사진액자나 작가부친의 사진액자가 걸린다.
 
음악은 재일동포 여가수 미소라 히바리의 명가요 ‘川の流れのように(흐르는 강물처럼)’가 흘러나오고, 고 김정호의 ‘하얀 나비’, 그리고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의 멜로디가 극의 내용과 조화를 이루어 분위기 상승의 주요한 역할을 한다.
 


내용은 주인공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오사카에 거주할 당시 일본의 패망을 알리는 방송이 있자, 아버지는 일본에서 성장하고 교육을 받았기에 일본사람들처럼 일본의 패망을 슬퍼한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등장해 “우리는 조선 사람이니, 슬퍼할 이유가 없다.”면서 귀국을 종용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귀국해 경북 구미에 거주하면서 이웃에, 후에 대통령이 된 박정희라는 인물이 부근에 살고 있었음을 알린다. 할아버지는 귀국한지 얼마 안가 별세하고, 6 25가 발발한다. 아버지는 다른 젊은이들처럼 군에 입대한다. 사변이 끝나고, 아버지는 귀향해 학교 선생노릇을 하며, 아내와 함께 자식들을 키우고, 학교도 보낸다. 그리고 많지 않은 봉급으로 경향각지를 다니며, 외국서적을 고서적 책방에서 구입해, 그걸 읽고 저장한다. 후에 아버지의 장서는 대학도서관에 기증되어 그곳에 보관된다.
 
극중 이승만 정권, 장면정권, 박정희 정권과 유신시대, 그리고 군사정권시절이 차례로 펼쳐지고, 김대중 정권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성장한 자식들이 학교에 다니며 정치적 소요와 이에 따르는 시위에 참가하는 모습도 그려진다. 간혹 자식이 시위에 연루되어 유치장에 끌려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버지는 화를 내는 법이 없다. 


그저 담담하게 사건의 경위를 물을 뿐이다. 그리고 정치 지도자를 평할 때에는 장준하 선생을 으뜸으로 치고, 선생이 벼랑에서 떨어져 사망했다고 하니, 장 선생이 전쟁 때 산악전투요원이었음을 회고하며 암벽에서의 낙상 사에 고개를 갸웃하던 모습을 전한다. 


아버지는 장준하 선생이 작고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훌륭한 지도자가 되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작가의 형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다녔고, 작가 자신은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다녔는데, 원래 법대를 지망했으나, 2지망으로 국문과를 원서에 기록한 아버지 덕분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와, 기왕에 문학을 하느니, 희곡을 쓰고 싶다는 아들의 희망에, 아버지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에 관해 들려주던 놀라운 사실을 전하기도 한다. 



그리고 6 25사변기간 중, 군에 귀대하지 않고, 탈영병이 되었던 이야기와 휴전협정이 체결된 후, 다시 입대해 대위로 예편한 내력을 아버지는 알리바이처럼 엮어 이야기한다.
 
아버지는 말년에 암 투병을 하게 되고, 수술을 받았으나 여의치가 않자, 아버지는 아들인 작가에게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이른다. 아버지는 집에서 생을 마감한다. 대단원은 아버지와 작가가 자전거를 타고 무대를 안팎으로 서로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남명렬이 아버지 김태용, 백운철이 신문 팔이 외 1인 다 역, 유병훈이 사촌형 외 1인 다 역, 유종연이 선거운동원 전투경찰 외 1인 다 역, 유준원이 큰 아버지 교장, 이종무가 김재진 외 1인 다 역, 전국향이 어머니, 정원조가 작가 김재엽, 지춘성이 아버지의 소년시절 외 1인 다 역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은 물론 호연과 열연으로 극을 성공으로 이끌어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투르기 이지현, 무대 서지영, 조명 최보윤, 의상 오수현, 음약 음향 한재권, 영상 윤인철, 소품 박현이, 분장 이지연, 무대감독 신승호 나혜민, 기술감독 김무석, 기획 제작 총괄 지민주, 프로듀서 김철순, 제작진행 신지우, 사무국장 오현실 외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국립극단의 이성열 예술감독, 김재엽 작·연출의 ‘알리바이 연대기’를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을 한편의 걸작 에픽 드라마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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