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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이야기 51] 도시 새의 보금자리-춘당지 & 창경궁 팔각칠층석탑/창경궁(3)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4-03-04 17:55:01
  • 수정 2024-04-15 17: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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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경궁의 창경원, 다시 창경궁이 되기까지'



[박광준 기자] 창경궁은 창덕궁과 별개의 공간이 아니었으므로 창덕궁의 후원을 함께 이용했다.


본래 춘당지는 활을 쏘고 과거를 보던 춘당대(창덕궁) 앞 너른 터에 자리했던 작은 연못(지금의 소춘당지)이다. 지금의 춘당지에는 백성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왕이 직접 농사를 지었던 '내농포'라는 논이 있었다. 




일제가 이를 파헤쳐서 큰 연못으로 만들었고, 1983년 이후에 전통양식의 연못으로 새롭게 조성한 것이 오늘날의 춘당지이다. 춘당지는 서울 도심에 흔치 않은 넓은 연못으로, 주변의 숲도 울창해 많은 새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원앙도 춘당지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소춘당지

춘당지의 원앙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창경궁 건너편의 함춘원에 있던 수은묘(사도세자의 사당)를 경모궁으로 고쳐 짓고, 경모궁이 잘 보이는 궁궐 내 언덕에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자경전을 지었다. 통명전 뒤쪽 언덕이 자경전 터이다. 


자경전터월근문정조는 경모궁을 수시로 참배했고, 경모궁으로 이동할 때 번거롭지 않도록 홍화문 북쪽에 담장을 헐고 월근문을 냈다. 눈길을 끌지 않는 문이지만 조선 후기 '문예 부흥'과 혁신 정치를 이끈 정조의 깊은 내면, 효심으로 생겨난 궁궐 공간이다.


# 창경궁 팔각칠층석탑



창경궁 안에 있는 팔각칠층석탑은 중국식 석탑으로서, 기존의 석탑과는 양식을 달리하는 탑이다. 높이 6.5m 규모인 이 탑은 현재 창경궁 내 식물원 앞 연못 춘당지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 1992년 1월 15일에 보물로 지정됐고, 창경궁 관리소에서 관리해오고 있다.


창경궁 팔각칠층석탑은 현재 춘당지(春塘池)와 소춘당지 사이의 비탈진 대지에 있다. 하지만 언제 어디에서 어떤 연유로 이곳에 옮겨 세웠는지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


기단부 몸돌의 화문 세부/문화재청

석탑은 여러 개의 장대석으로 구축한 2중의 4각형 지대 위에 세웠는데 기단부로부터 탑신부에 이르기까지 평면이 8각으로 이뤄졌고, 단층기단 위에 탑신부를 형성하고 정상에 상륜을 장식했다. 이중의 지대는 석질로 보아 하단부는 옮겨 세울 때 새로 만들어 탑구(塔區)를 마련한 것으로 보이고, 상단은 본래의 것으로 생각된다.


기단부는 상단의 지대석 위에 3단의 굄을 놓아 면석을 받도록 했는데, 각 굄돌에는 안상(眼象)과 연화문을 장식하고 있다. 면석의 각 모서리에는 죽절형(竹節形)의 원주(圓柱)를 모각하고 각 면에는 꽃문양을 장식했다.


기단부의 각종무늬/문화재청

갑석은 하면에 큼직한 부연(副椽)을 마련하고 32판의 앙련(仰蓮)을 돌려 굄단의 복련석(覆蓮石)과 대칭을 이루게 했고, 그 위 갑석 측면에도 각 면의 좌우에 원형문을 장식해 상단굄석과 대칭을 이루게 했다.


갑석 상면은 평평하고 그 위에 높직한 원형 연화대석을 놓았고 이 위에 다시 낮고 작은 원형 간석을 하나 끼웠다. 그 위에 큼직한 8각 연화대석을 놓아 탑신석을 받도록 했다. 탑신은 하단부가 8각으로 좁아들었고, 상부는 넓어지면서 원형을 이루었고, 상단부에는 초층옥개석을 받고 있는 낮은 탑신석이 놓여 있다.


1층탑신석 및 기단부/문화재청

이 탑신석의 윗부분에는 대리석 1장을 끼워넣어 1행 3자씩 4행으로 조성기(造成記)를 오목새김했다. 말미에 ‘요양중개산도 강정옥암수탑 대명성화육년 경인세추칠월 상한길일조(遼陽重開山都綱珽玉巖壽塔大明成化六年庚寅歲秋七月上澣吉日造)’라는 명문이 오목새김돼 있어 그 조성 연대가 1470년(성종 1)임을 알려준다.


7층의 탑신부는 옥개석과 그 위층의 탑신석이 동일석으로 조성돼 층층이 놓여 있고, 옥개석의 하면은 그 밑의 탑신석에 놓이는 부분에 받침 1단씩을 조각했을 뿐 별다른 시설은 없다. 각 층의 탑신석은 우주(隅柱) 등의 모각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옥개석 상면의 낙수면부는 기왓골이 표현됐고, 전각부의 막새기와의 모각은 마치 장막을 늘어뜨린 것처럼 보인다. 


8각의 합각머리는 뚜렷하고 전각(轉角)의 반전도 표현됐다. 상륜부는 화강암 1석으로 보주형(寶珠形)을 이루고 있는데 이것은 새로 만든 것이다. 구전이지만, 이 석탑은 만주로부터 이왕가박물관(李王家博物館)에 옮겨진 것이라고 한다.


현재 각 부재에 마모되고 파손된 부분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아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고 한국에 있는 유일한 중국 석탑이라는 점에서 석탑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사진-박광준 기자,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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