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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1] 서울연극협회 동대문지부 설립추진위원회 입체낭독공연 장경섭 연출 ‘12인의 성난 사람들’
  • 박정기 본지 자문위원
  • 등록 2019-10-20 09: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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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무학로 선농단 역사문화관에서 서울연극협회 동대문지부 설립추진위원회의 낭독공연 레지날드 로즈 작, 장경섭 연출의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관람했다.


레지날드 로즈(Reginald Rose, 1920~2002) 원작의 ‘12인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은 1948년부터 1954년까지 약 10년 간 CBS를 통해 방영된 인기 드라마다. 원래는 무대공연을 위해 집필한 단편 소설이었다. 16세 소년이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뒤, 이를 참관한 12명의 배심원들의 평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장경섭은 작가 겸 연출가다. ‘헌법 1조 1항 욕’ ‘약속’ ‘기적’ ‘도미부인’ ‘블랙커피’ ‘능소전’ ‘아차산 이야기’ ‘가족 만들기’ ‘패밀리 빼밀리’ ‘종이비행기’ ‘하루’ ‘희망아리랑’ ‘달과 푸른 장미’, 그 외 다수 작품을 집필하고 ‘굿 문’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약속’ ‘하루’ ‘희망 아리랑’ ‘클로닝’ ‘환’ ‘왕따들의 반란’ ‘종이비행기’ ‘가족 만들기’ ‘패밀리 빼밀리’ ‘욕 그 참을 수 없는’ ‘여자만셰 II’를 연출했다.
 
배심제(陪審制, jury system)는 법조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 재판 과정에 참여하여 범죄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사법제도를 말한다. 특히 영미 권 국가에서 중요한 제도이다. 종류로는 기소를 평결하는 대 배심(the grand jury)과 재판을 참여하는 소 배심(the petit jury)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민 참여 재판제도로 배심 제도가 실시되어 있는데 이름은 참심제 같지만 강제력이 없다.
 
소 배심(the petit jury)은 또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으로 구분되는데, 형사사건의 경우 배심원의 만장일치로 유죄여부를 판단하며, 민사사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을 결정한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소년의 살인은 소 배심에 속한다.
 


11명의 배심원이 소년의 유죄를 확신하는 반면 한 명의 배심원은 11명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죄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소년의 대변인이 국선변호사인 점, 증인들의 증언이 믿을 수 없다는 이 두 가지를 들어 누가 보아도 유죄인 사건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12인의 성난 사람들’이 다루고 있는 살인과 같이 예민한 사안, 기술적, 전문적으로 접근해 들어가야 할 부분에 대해 과연 일반시민에 불과한 12인의 배심원들이 정확하고 정당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게다가 유죄를 주장하는 배심원들의 상당수가 판결보다 개인적인 문제에만 관심이 있어 한시라도 빨리 논의를 끝내고 싶은 심정들뿐이다. 바로 이러한 상황을 배심재판의 모순과 부적절함을 비판 대에 올린 연극이다.
 
영화에서는 배심원 12인이 백인이고, 살해용의자는 흑인소년이다. 배심원들이 처음부터 소년의 유죄를 주장하며 성의를 보이지 않은 것은 그 소년이 백인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고, 인종편견을 빗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로 기억된다.
 
내용은 아버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소년의 재판에서 배심원이 평결에 도달할 때까지 배심원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논의 하는 모습을 그렸다. 법정에 제출된 증거나 증언은 피고인인 소년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것이며, 배심원의 대부분은 소년 의 유죄를 확신한다. 전체 배심원 일치로 죄가 된다고 생각 했는데, 단 한명의 배심원이 소년의 무죄를 주장한다. 그는 다른 배심원들에게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증거의 의심스러운 점을 하나하나 재검증 할 것을 요구 한다.
 


그 한명의 배심원의 열정과 권유, 추리에 의해 처음에는 소년의 유죄를 믿지 않던 배심원들의 마음도 서서히 변화가 찾아온다. 마지막까지 유죄라고 부르짖던 인물은 자신의 아들에게 주먹으로 뺨을 맞은 인물로 자식에 대한 원한을 살해용의자에게 풀려는 듯 한 심정을 드러내다가 대단원에서 결국 무죄로 돌아선다.


원작자인 레지날드 로즈(Reginald Rose),는 1955년에 이 작품을 연극으로 각색 했다. 향후 여자 배우가 캐스팅 되는 경우 ‘12 Angry Jurors’ ‘(12 명의 성난 배심원)’ 및 ‘12 Angry Women’(12 명의 성난 여자)로 제목을 바꾸는 등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연극은 피고인 없이 배심원만의 평결이 시작된다. 12인의 남성과 여성이 배심원으로 구성된다.
 
최초에는 11인의 유죄평결과 1인의 무죄평결에서 출발한다. 말을 더듬는 듯싶은 여인의 무죄평결과 그 까닭이 몇 사람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히지만 차츰 공감대가 형성되는 과정이 극에 그려지고, 배심원들 간의 반목과 갈등이 노정된다. 고함을 치는 상황도 전개된다. 


젊은 여인이 여자노인에게 덤벼드는 광경이 펼쳐지지만 각자 예의를 지키자며 자제를 하도록 권유한다. 피고인이 살해하는 현장을 보았다고 증언을 한 나이든 노파의 청력과 시력이 문제가 되면서 의자를 배치해 실제로 노파가 가서 보았다는 시각과 배심원들이 같은 거리를 걸어간 시각과의 차이가 큰 것에서 노파가 거짓 증언을 했음이 밝혀지면서 배심원들의 유무죄 추정의 수자가 뒤바뀌지만, 배심제가 만장일치제이기에, 마지막까지 유죄를 주장하던 배심원의 의지가 대단원에서 꺾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낭독공연에서 배우들이 형사사건의 ‘피고인’을 ‘피고’라고 부르지만, ‘피고’는 민사사건에서 사용되는 호칭이라, 이번 낭독공연은 형사사건을 다루었기에 ‘피고인’이라 부르는 것이 원칙이다.


입체낭독공연은 설립추진위원 국민성, 총기획 이정혁과 홍보 N개의 서울이 스텝으로 참여하고, 12명의 출연진과 한근욱의 음성녹음으로 이루어졌다. 출연진은 1번 배심원장 ‘손선근’, 2번 배심원 ‘김태리’, 3번 배심원 ‘권동렬’, 4번 배심원 ‘임상현’, 5번 배심원 ‘박태원’, 6번 배심원 ‘정아미’, 7번 배심원 ‘허정애’, 8번 배심원 ‘문경민’, 9번 배심원 ‘김용선’, 10번 배심원 ‘김명중’, 11번 배심원 ‘차은진’, 12번 배심원 ‘김진아’ 등이 참여해 실제 공연에 방불한 성격설정과 감정표현은 물론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을 완전히 낭독공연에 몰입시키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냈다. 


이정도 고수준과 풍부한 경륜의 연기자들과 실력파 연출가가 합세한다면 서울연극협회 동대문지부의 발전적인 장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루 빨리 서울연극협회 동대문지부결성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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