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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미술가 로니 혼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 이승준 기자
  • 등록 2023-11-17 11: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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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기자] 미국의 현대미술가 로니 혼의 개인전 《Roni Horn》이 다음 달 31일(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국제갤러리에서 여는 다섯 번째 개인전에서 로니 혼 작가는 2018년부터 2023년 사이에 제작한 '프릭 앤 프랙스(Frick and Fracks)' 수채화 연작을 K3 공간에서 선보인다.


드로잉은 로니 혼 작업의 주축을 이루는 것으로, 작가가 활동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유지해온 유일한 매체이기도 한다.


이번 연작에서 작가는 쌍을 이루는 것, 이중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는데, 이 같은 관계성에 대한 세밀한 관찰은 사진에서 조각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다양한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엿볼 수 있는 특징이다.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 15점은 각기 여덟 장의 과슈와 수채화 드로잉으로 구성된다. 여기에서 작가는 그리고 또 그리면서 비슷한 형태를 반복해 나간다.


여타 드로잉 작업과 달리 이번 연작에는 명시적인 언어가 그려져 있지 않지만, 속담이나 은어를 적극 차용하는 작가만의 방식은 여기서도 엿보인다.


'프릭 앤 프랙'은 스위스의 코미디 아이스 스케이팅 듀오의 예명에서 비롯된 제목이다. 베르너 그뢰블리(Werner Groebli)와 한스 마우흐(Hans Mauch)는 1930년대에 처음 협업하기 시작해 50년 가까이 함께 일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1930년대 후반 미국으로 이주해 아이스쇼 투어 등을 하면서 유명해진 이후 이들의 예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심지어 둘의 구분이 불가능한 관계를 칭하는 은어로 사용된다.


'프릭 앤 프랙스'를 이루는 각 화면 안에는 하나의 추상 도형만이 들어 있다. 운율적이기도 하고, 생물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이 기하학적 이미지들의 병치는 어떤 인덱스 내지는 기호학적 체계를 연상시킨다.


이로써 이 도형들은 아주 완곡히, 관람자에게 자신만의 언어와 해석을 투영해 작품과 소통하며 새로운 관계를 맺게끔 유도한다. 각 도형을 비교, 대조하는 과정에서 관람객은 각 종이 위에 유영하는 기호 간의 변주와 관계성을 의식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슷한 도형을 찾아 짝지어주면서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기억력 게임을 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된다.


작가는 이렇게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관찰과 고찰을 이어가면서 무엇이, 어떻게, 왜, 가까워지고 멀어지는지, 다양한 관계 맺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나누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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