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기자] 간토대학살 100년을 기억하는 특별전 '노란 기억(Yellow Memory)'이 다음 달 31일까지 서울시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고결, 김중원, 조지은 세 작가가 결성한 시각연구밴드 이끼바위쿠르르(ikkibawikrrr)는 영상 작품 '열대이야기'(2022)에서 제주도와 미크로네시아의 섬들, 인도네시아를 아우르는 아시아 태평양 전쟁의 흔적을 따라가며 한반도와 동남아시아의 연결고리를 조명한다.

아시아 태평양 전쟁 시기 일본은 미 연합군과 전쟁이 격해지자 광산에서 일하던 조선인을 비롯해 오키나와인, 미크로네시아 원주민 등을 팔라우 섬의 보크사이트 광산, 앙가울 섬의 인광산에 강제동원했다.

이끼바위쿠르르는 각 광산의 흙을 채집해 '기념비'(2022)라는 작품을 만들어 그들의 흔적 없는 죽음을 기린다. 붉은색은 보크사이트, 회색은 인광석, 검은색은 제주도 해녀들이 일본군에게 납품해 폭탄 재료로 사용된 감태를 태운 재로 만들었다.

영상설치 미술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 임흥순의 영상 작품 '파도'(2022)는 고통스러운 역사의 아픔을 잊지 않고 알리면서 위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베트남에서 벌어진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생존자인 응우옌 티 탄의 말을 한국에 전달해온 통역사 시내(응우옌 응옥 뚜옌), 그리고 여순항쟁의 왜곡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온 역사학자 주철희,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천도제를 지낸 미술교사 출신 영매 김정희의 이야기가 담겼다.

작가는 세 사건에서 ‘국가 폭력’과 ‘바다’라는 공통점을 찾고 각 사건의 중심에 선 매개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작품을 통해 매개자의 역할과 가능성을 모색하고 남성의 역사, 공적인 역사, 기록의 역사 대신 새로운 역사 쓰기를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