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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75] 여류화가 신애선 제9회 기념전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09-07 15: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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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여류화가 신애선(辛愛善) 약사의 9번째 개인전이 열렸다.


오랜 세월 약사생활을 하며 취미로 그림을 시작한 신애선 작가는 현재 (사)한국미술협회 자문위원으로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한 수채화 분야의 대표적인 원로 작가다.


신 약사는 "아홉 번째 개인전을 하게 됐다. 3년 전에 뇌경색이 와서 많이 힘들었을 때, 전시회 활동을 정리할 때가 됐구나 생각했다. 그림은 계속 그리겠지만 앞으로 전시회는 열지 않을 생각이다"며 "그동안 그림을 그리기 위해 국내외를 많이 다니면서 정말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수채화의 완성을 위하여'로 약 60점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대표작인 △축복의 열매3를 비롯해 △몬스테라가 있는 식물원 풍경 △오랜친구 붉은 크레마티스 △백만송이 꽃(코스모스) △백만송이 꽃(자주색 장미) △충만한 빛2 등을 선보였다.


특히 과천 대공원의 식물을 화폭에 담은 '몬스테라가 있는 식물원 풍경'은 신 약사의 꺽이지 않는 의지가 반영된 작품이다. 그는 뇌경색 후유증으로 오른손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지만, 젓가락으로 콩을 집는 훈련을 하면서 손의 감각을 끌어내 작품을 완성시켰다.


신 약사는 모든 작품들이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친다며, 매번 고민을 거듭하는 것이 작가의 창작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을 그리는 과정은 정말 힘들다. 그림 속 주인공을 정하면 구도를 설정하기 위해 사진을 100장 이상 찍고,작업실 바닥에 깔아 놓는다. 그걸 보면서 주인공과 어울리는 배경을 찾기 위해 그림을 상상한다. 머릿속에서는 여러 예시안들을 넣고 빼고 반복한다. 이런 과정이 작가의 창작력이다"고 설명했다.


신애선 약사가 자신의 작품인 '몬스테라가 있는 식물원 풍경' 을 보고 있다.



이날 전시회에서는 신 약사의 출판기념회도 함께 진행됐다. 신 약사가 출간한 화집에는 작가로서 고심했던 모든 과정과 수채화 기법이 담겼다. 신 약사는 책을 통해 수채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신 약사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쌓인 그림 그리는 방법과 노하우를 책에 담았다. 실크스크린 기법부터 배경처리, 물감 선택 등의 내용을 넣었다"며 "수채화를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출간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신 약사는 이번이 마지막 개인전이지만, 수채화 그리기는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애선 화가는 수도여고와 덕성여자대학교에서 약학을 전공해 50대까지 약국을 경영했다. 신애선 여사는 수도여고 재학시절 은사인 고 윤재우(尹在玗) 화백에게서 미술을 배웠다. 윤재우 화백은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선생의 후손으로, 윤 화백의 친형이신 윤재천 옹께서는 별세하기 직전까지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茶山草堂)을 관리한 분이시다. 윤재우 선생은 서울고, 수도여고, 서울대, 홍익대 등에서 미술을 가르쳤고, 초대 미술교육감을 역임한 서양화가이자 국전추천작가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에는 서양미술사와 함께 화가들의 일대기를 배우처럼 표정까지 지으며 열정적으로 소개해, 윤재우 화백의 화가 이야기는 당시 학생들의 뇌리에 명 강의로 각인되기도 했다. 필자 역시 윤재우 선생의 영향으로 미술을 전공하게 되었으니, 신애선 여사와는 사형, 사매지간이라 부를 수 있겠다.


특히 윤재우 화백은 일찍이 제자인 신애선 여사의 그림재주를 평가하고, 그녀에게 화가의 길을 가도록 권했으나, 신애선 여사는 부친의 권고대로 약대를 들어가 약학을 전공하고, 약국을 운영했고, 결혼 후 부군은 공인회계사로 명성을 날렸기에, 약국을 그만두고 주부생활에만 전념하였다. 자녀들이 출가를 하고, 50세가 지나자 신애선 여사는 소시 적에 못 다한 그림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녀는 우선 우리나라 수채화계의 거목인 여류수채화가 유명혜 선생에게 그림을 사사하고, 꽃과 수목을 하나 둘 화폭에 옮겨 그리기 시작했다. 얼마 후 한국수채화가전에 출품된 신애선의 그림은 화가들과 평자는 물론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림은 부드러운 색감과 서정적인 분위기, 그리고 담백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배경처리 등은 대가들의 작품 못지않은 구성과 표현으로 호감을 샀다.


그리고 국전이나, 그룹전을 비롯해 각종 전시회에 출품작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법이 일취월장할 뿐 아니라, 발전적이기에 사람들은 놀라움으로 그녀의 작품 앞에 다가섰다.



근자에 이르러 우리나라 화가 중 세계미술사에 새로운 화풍인 하모니즘을 을 개창한 화가 김흥수 선생의 작품이 하나의 캔버스 속에 구상화와 비구상화를 동시에 그려 넣음으로써 조화를 이루어, 세계에 그 명성과 화풍이 회자(膾炙)되었듯이, 신애선 여사는 화폭을 사각의 부분으로 나누어 꽃이나 수목을 사실적인 기법과 밝은 색감으로 앞에 들어나 보이도록 그려 넣고, 그 배경은 반대색으로 어둡고 심연 같은 그늘의 세계를, 신비하고 환상적으로 깊이 있게 그려 넣음으로써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기에, 김흥수 선생이 하모니즘의 개창자라면, 신애선 여사는 완성 자로써의 역할을 한 것으로 평할 수 있겠다.


특히 이번 인사아트센터에 전시된 그녀의 작품 중 몬스테라를 그린 생명력, 섬 초롱꽃, 성하의 해바라기, 푸른 클레마티스, 새를 닮은 꽃, 엉겅퀴, 하하 농원의 원추리, 파초, 극락조화, 포도, 축복의 열매, 빛과 사랑, 아름다운 계절, 포도가 익어갈 때 등은 아름다움과 향이 나부끼는 듯싶은 생생함, 그리고 고품격으로 해서 세계 어느 곳에 내보여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이기에, 신애선 여사에게 파리나, 뉴욕에서의 전시회를 개최할 것을 적극 권한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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