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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전시2] 세계문화관/고대그리스도-로마(1)
  • 우성훈 기자
  • 등록 2024-05-03 03:25:42
  • 수정 2024-05-03 19: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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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훈 기자] 고대 그리스도와 로마가 우리에게 안긴 유산은 넓고도 깊다. 민주정, 로마법, 철학 등 오늘날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유산은 물론이거니와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컴퓨터게임, 영화나 드라마, 브랜드 등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와 로마는 각각 역동적인 역사와 풍요로운 문화를 가졌음에도 두 나라를 어떻게 함께 묶어 이야기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을 품고 고대 그리스도와 로마의 문화를 '신화의 세계, 인간의 세상, 그림자의 제국'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본다. 1부 '신화의 세계'에서는 그리스에서 로마로 전래된 신화를 다루는데, 특히 그리스 신화와 전적으로 다른 로마만의 신화가 형성된 적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2부 '인간의 세상'에서는 그리스와 로마의 독자적인 발전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초상 미술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3부 '그림자의 제국'에서는 죽음과 죽음 이후의 세계를 바라보는 사후관을 보고자 했다. 신화를 공유한 그리스도와 로마사람들은 특히 장례 문화에서 서로 가까웠다. 



이 고대 그리스 로마실은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의 소장품으로 꾸몄다. 이번 전시가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2027년 5월 30일까지 이어진다. 


# 신화의 세계


그리스.로마 신화는 어떻게 해서 생겨났을까? 라틴어권에서 신화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어 '뮈토스'에서 유래했는데, '만들어 낸 이야기'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자연을 움직이는 막강한 힘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그리스 사람들은 신의 분노, 신들의 싸움, 영웅의 활약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물리적 세계와 사물의 기원을 파악하려고 했다. 다시 말해 신화는 인간 나름의 세계에 대한 해석이었다. 물론 신화의 바탕에는 역사적 사건, 고대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가치가 담겨있다. 그리스-로마 문화권에는 헤라클레스의 열 두 가지 과업이나 인간의 라피타이족과 반은 인간, 반은 말인 켄타우로스의 싸움과 같은 이야기들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함께 공유했던 지식과 이야기들은 문화적 정체성과 사회적 응집력을 강화했다. 신전, 도서관, 체육관, 극장에서 신화의 내용을 시각화한 예술품이나 공연, 문학 작품을 쉽게 만날 수 있었고, 사람들은 옳고 그름의 기준과 삶의 문제에 대한 답을 신화에서 구했다. 이렇듯 신화는 그리스도인과 로마인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세상만사를 움직이는 신들


그리스의 종교는 신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다. 남신과 여신이 있고, 각각의 신성은 고유의 이름을 가진 하나의 인격으로 여겨졌고 각자 관장하는 영역이 있었다. 예를 들어 포세이돈은 바다, 아레스는 전쟁을 통제하고 주관했으며, 디케(정의), 에로스(사랑)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 역시 의인화한 신격으로 하나의 체계 속에 통합되었다. 이와 같은 신들의 관장 영역은 고대 그리스도인들이 생각했던 세상을 구성하는 개념 단위라고 할 수 있다. 


신화 발생 초기에는 서사가 다양하게 각색되어 구전되다가 기원전 8세기에 이르러 기록되기 시작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야',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는 신들의 출생, 성격, 인간과 맺었던 관계 등이 기록되었다.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서 가장 중요한 신은 올림포그산에 살았던 12신이었으나 이들 외에도 많은 신이 존재한다. 


# 신들의 왕/대리석 흉상, 로마 1-2세기, 후대에 코와 가슴.받침대 추가



모든 신화가 그렇듯이 그리스.로마 신화도 천자창조 이야기로 시작한다. 태초의 카오스 이후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태어나고 이후 수많은 신이 탄생했다. 여러 세대를 거치며 신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나고 이는 신들의 치열한 권력 투쟁으로 이어졌다. 제우스와 형제, 자매들은  아버지 크로노스 세대에 도전하며 투쟁한 끝에 제우스가 최고의 권좌에 올랐다. 제우스는 형제, 자매들과 권력을 나누고 자식들을 협력자로 삼아 올림포스 12신 체계를 안착시켰다. 


# 만물의 시작과 끝과 중간을 손아귀에 쥔 신/청동상, 로마 1-2세기, 후대에 왼팔 추가



제우스는 날씨를 비롯한 하늘의 힘을 통제하는 최고의 권능을 가진 신이다. 오른손에 든 번개 다발은 이 힘을 상징한다. 왼손에는 원래 왕홀을 들었을 것이다. 제우스는 로마 신화에서 유피테르로 불렸다. 이 유형의 상은 그리스 시대 제우스상을 모델로 해 로마시대에 만들어 진 것이다. 이런 작은 크기의 청동상을 성소에 봉헌물로 바치거나 가정의 제단에 두고 섬겼다. 


# 유피테르를 새긴 카메오/옥수제 카메오, 로마.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 



제우스 또는 유피테르는 보통 풍성한 곱슬머리와 턱수염이 난 모습으로 묘사한다. 이러한 유형의 얼굴은 기원전 4세기에서 기원전 1세기 헬레니즘 시대에 많이 제작되었다. 작은 돌을 세밀하게 조각해 만드는 카메오 제작 기술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특히 높은 수준으로 발달했다. 주로 반지같은 장신구로 카메오를 착용했다. 


# 에우로페를 납치하는 납치하는 제우스



제우스가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페를 그리스의 크레타섬으로 납치하는 장면이 그릇 안쪽에 표현되어 있다. 이 때 제우스는 흰 소로 모습을 바꾸어 에우로페에게 접근했다. 에우로페의 두 다리가 한 쪽으로 치우쳐 있고, 한 손으로 겨우 잡은 옷자락이 펄럭이고 있어 끌려가는 순간의 다급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제우스와 에우로페 사이에서 태어난 미노스는 유럽 최초의 문명이라고 불리는 미노스 문명을 세웠다. 


# 신들의 화합/적회식 크라테르, 에테네.기원전 4세기 전반, 이탈이아 산타가타 데 고티 출토



물과 포도주를 섞는데 사용한 그릇이다. 바깥면의 그림에 제우스, 아폴론, 헤르메스와 세 명의 여신이 옴팔로스를 가운데 두고 모여 있다. 옴팔로스는 고대 그리스에서 지상의 모든 생물이 태어난 곳이라고 믿는 종교적 상징성을 가진 돌이다. 백조를 탄 여신이 왼쪽으로 제우스가 왕홀에 몬을 기대고 손을 들어 말을 하는 몸짓을 하고 있다. 백조의 오른쪽에는 아폴론이 월계수 지팡이를 들고 앉아 있고, 그 뒤로 헤르메스가 전령의 막대를 들고 있다.


# 아테나의 탄생/적회식 펠리케, 아테네,기원전 490년-기원전 480년, 이탈리아 남부 놀라 출토



기원전 700년경 헤시오도스가 기록한 '신들의 계보'에 의하면 아테나는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났다. 이러한 아테나의 탄생 과정은 그의 뛰어난 지혜와 영리함을 상징한다. 이 펠리케의 그림도 아테나가 아버지 제우스의 무릎에 서 있는 모습으로 탄생 장면을 표현했다. 아테나는 갓 태어났지만 투구를 쓰고 창을 든 프로마코스(선봉장) 유형으로 그려졌다. 출산의 여신 에일레이티이아가 아테나와 마주 서 있다. 


# 올빼미, 아테나와 아테네의 상징/적회식 스키포스, 아테네, 기원전 5세기



올리브 가지 사이에 앉아 있는 올빼미가 양면에 그려진 작은 술잔이다. 올리브 가지와 올빼미는 모두 아테나 여신을 상징한다. 기원전 6세기 후반부터 아테네에서 발행한 동전의 뒷면에 아테나의 상징 동물인 올빼미가 등장한다. 아테네에서는 기원전 5세기 초에 이러한 형태의 술잔을 널리 사용했고, 에트루리아와 이탈리아 남부에서도 비슷한 잔을 많이 만들었다. 


# 아테나와 헤라클레스/흑회식 레키토스, 아테네, 기원전 510년경



향유를 담은 그릇인 레키토스에 아테나, 헤라클레스와 그의 아내 헤베로 추정되는 인물을 흑회식 기법으로 그렸다. 아테나는 투구를, 헤라클레스는 사자 가죽을 머리에 쓰고 있다. 아테나와 헤라클레스 사이에 보이는 날개 달린 작은 인물은 승리의 관을 씌우기 위해 날아가는 승리의 여신 니케다. 레키토스는 망자의 무덤에 비치는 용도로 많이 만들어졌다. 


# 디오니소스와 추종자들/ 적회식 크라테르, 아테내, 기원전 430년-기원전 420년



포도주와 물을 섞는 그릇인 크라테르의 겉면에 디오니소스 세계에 속하는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중앙에 왕관을 쓴 디오니소스가 칸타로스 잔과 포도나무 잎이 얽힌 지팡이를 들고 있다. 화면의 왼쪽에는 디오니소스의 열정적인 추종자인 마이나스가 햇불과 술병을 들고 다가오고 있다. 그 뒤에는 반인반수의 늙은 세일레노스가 따르고 있다. 화면의 오른쪽에는 포도주 부대를 들고 탐욕스럽게 마시는 반인반수의 젊은 사티로스가 있다./다음 회에 계속[사진-우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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