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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74] 극단 이우아구, 정재호 연출 '변신'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08-29 21: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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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극단 이구아구의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원작, 김철리 번역, 정재호 연출의 ‘변신(變身)’을 관람했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는 유대계 독일 작가로, 현대 사회 속 인간의 존재와 소외, 허무를 다룬 소설가이다. 그는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상황 설정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끊임없이 추구한 실존주의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력한 인물들과 그들에게 닥치는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20세기 세상 속의 불안과 소외를 폭넓게 암시하는 매혹적인 상징주의를 이룩했다는 평을 받는다.  


카프카는 프라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한 보험국 관리로 일하며 밤에는 필사적으로 글을 쓴 사람이다. 프라하와 자신의 답답한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 했건만 결국 떠나지 못한 사람, 세 번이나 약혼하였으나 평생 독신이었다가 마흔한 살 생일을 앞두고 결핵으로 죽은 사람, 문학에 유래없을 만큼 모든 것을 걸었으면서도 작품을 불사르게 하고 나머지도 없애라고 유언을 하고 간 작가 등이 카프카에 대한 요약일 것이다.  1922년에 ‘성’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변신’ 외에 대표작으로 ‘심판’ ‘성城’ ‘실종자’ ‘유형지에서’ ‘시골의사’ ‘시골에서의 결혼 준비’ 등 다수가 있다.


번역을 한 김철리는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의 연출가다. 국립극단 예술감독 역임, 한국연극연출가협회 부회장, 한국연극협회 이사, 문예진흥원 선정 해외연수(런던), 백상예술대상신인연출상, 동아연극상 연출상, 영희연극상, 서울연극제 번역상, 제7회 한국뮤지컬대상 연출상 등을 수상했다.


정재호 연출가는 경기도 양평 출생으로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이다. 연극 국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전천후 연출가로 서울문화예술대학 교수다. 극단 광장, 극단사조에서 조연출, 무대감독, 연출을 하며 열과 성을 다해 연극현장에서 연극의 길을 쉼 없이 걷고 뛰어왔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사)한국연극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연극과 뮤지컬 ‘이구아나’ ‘천년도’ ‘도착, 양인대화’ ‘팝페라 WHITE LOVE’ ‘황진이’ ‘카프카의 변신’ ‘바우덕이’ ‘백애’ ‘들뜬도시’ ‘일곱난장이’ ‘I am 신데렐라’ 등을 연출했고, 극단 이구아구의 대표다.


무대는 중앙에 갑충으로 변한 주인공의 방이 있고, 배경에 천정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고, 방 좌우에 八자형으로 된 철 사다리기 세로로 배치되어 있다. 방 천정으로 기어 다니도록 철제로 된 봉을 연결시키고 무대 여러 곳에 철제 기둥을 세웠지만 정작 방문은 없고 방문을 두드리는 연기와 노크 소리로 대신한다. 무대 전면 객석 가까이에 원형의자 세 개를 배치해 출연자들이 앉아서 연기를 펼치기도 한다.


연극의 주인공은 어느 날 아침 벌레가 되어 깨어난다. 그는 출장 영업사원으로서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다섯 시에 기차를 타러 가야 하는 고달픈 신세다. 천식을 앓는 어머니,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 17살도 안 된 여동생을 위하여 열심히 일해 온 성실한 남자다. 주인공이 시간이 지나도 출근하지 않으니 회사 지배인은 직접 찾아와 주인공이 왜 출근을 하지 않았냐며 따져 뭇는다. 하지만 벌레로 변한 주인공은 그야말로 속수무책,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 그의 말은 인간이 아닌 벌레의 언어로 바뀌었기에 예전과 같은 의사소통은 전혀 불가능하다.


마침내 그가 흉측한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지배인과 집안 식구들은 모두 경악한다. 지배인은 도망가고 어머니와 아버지, 여동생은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며 주인공을 돌봐주기 시작하지만 생계유지에 필요한 수단을 마련하자 갑충으로 변한 주인공을 귀찮아하게 된다. 특히 훌륭한 연주자가 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해 주인공이 도우려던 여동생은 노골적으로 오빠를 매몰차게 대한다. 견디다 못해 주인공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주인공의 시체를 치운 다음에 가족들은 따뜻한 해살을 쬐며 교외로 여행을 떠난다.


카프카의 ‘변신’에서의 주인공은 생각하는 벌레다, 다시 말해 몸은 벌레이나, 영혼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로서, 주인공은 변신 이전의 부정하고 싶은 상태에서 벗어나, 오히려 생각하는 존재의 모습을 충실하게 보여준다.


벌레가 되면서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고 할까. 판에 박힌 생활을 하면서 벌레 같은 삶을 살던 과거와, 벌레이면서 새로운 삶,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현재가 교묘하게 병치된다. 무엇이 벌레이고 무엇이 인간인가? 주인공이 생각하는 벌레로 변신했다는 사실은 시종 일관 연극 속에 명료하게 강조되고, 관객에게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각자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현실에 대한 깊은 생각과 함께 극장을 나서게 되는 연극이다.


서광재와 김명중이 잠자로 더블 캐스팅, 이은향과 임은연이 잠자 부인으로 더블캐스팅, 정형렬과 강운이 벌레가 된 주인공으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정다은이 누이동생으로 출연하고, 엄지용과 정지환이 지배인으로 더블 캐스팅되어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열과 성을 다한 호연과 열연은 물론 성격창출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드러내면서 연기자 상호간의 완벽한 조화까지 이루어 관객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고희선, 가획 신호정, 음악 박광배, 무대디자인 민병구, 조명디자인 이상근, 그래픽디자인 박희승, 무대설치 정광세, 홍보 정영숙 이철, 진행 장주연, 마임지도 현대철, 기획 임 밀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역시 조화를 이루어, 극단 이구아구의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원작, 김철리 번역, 정재호 연출의 ‘변신(變身)’을 연출가와 출연자 그리고 스텝진의 기량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원작을 100% 뛰어넘는 한편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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