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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73] 극단 로얄씨어터, 김문 연출 '사이'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08-29 21: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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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드림씨어터에서 극단 로얄씨어터의 윤여성 예술감독 장성임 작 김 문 연출의 사이를 관람했다.


장성임 극작가는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공연예술과 예술학 석사출신이다. 강원대학교 연극영화과 출강해 극작법 강의 교수다. 한맥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등단작 '어느 일요일 아침에(구 ‘사모곡’의 개제)'가 이듬해에 제6회 창작마을단막극제 희곡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바다의 노래'는 2005년 문화예술위원회 창작공연활성화지원사업 선정되었다. 2014년에 '진달래꽃'은 제35회 근로자연극제에서 수상하였고, 같은 해에 '나와 그 사람 사이의 일들'이 제2회 한국여성극작가전에 참가하였다.


김 문은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출신의 작곡가 겸 연출가다. 레미제라블의 음악감독을 성공적으로 했고, 연극 사이의 연출 또한 탁월한 기량으로 한 장래가 발전적으로기대되는 음악가 겸 공연예술가다.


무대는 배경 하수쪽에 창달린 방의 조형물을 만들고 후반부에는 식당의 주방으로 사용된다. 무대 중앙에; 커다란 문틀 형태의 조형물을 가로로 세우고 좌우에 탁자와 의자를 배치했다. 징면변화에 따라 문틀 조형물을 상수쪽 극장 출입문 앞으로 이동시키고 커다란 식탁을 만들어 의자를 주변에 옮겨 놓기도 한다. 휴대전화가 소품 중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극 '사이'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060음란전화를 매개로 2030과 4060 세대의 고민을 대비적으로 그린 연극이다. 어쩌켠 70대의 기억도 소환될 것이다. 이오는 060음란전화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060이 처음이라는 손님과 전화가 연결된다. 사내는 성욕을 풀겠다고 덤비는 다른 손님들과는 달리 엄마가 되어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한다. 이오와의 역할놀이로 고인이 된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을 풀고 영혼의 자유로움을 느낀 진섭은 열 살 때부터 억눌러온 엄마에 대한 감정을 해소하려고 다시 이오에게 전화를 건다.


두 번째 역할 놀이는, 그러나 쉽게 진행되지 않는다. 사내가 망설이며 통화료만 쓰는 틈에 이오도 1년째 사귀다가 헤어진 쭌과의 연애고민, 취업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한다. 마침내 사내가 역할놀이를 시작하며 한마디를 요구한다.


한 달만에 술집에서 재회한 이오와 쭌. 사귀자는 말을 듣고 싶은 이오는 관계 규정에 대한 모순투성이 논리를 펴는 쭌과 입씨름할수록 그와 미래가 없다는 걸 절감한다.


그때 옆 테이블에 중년의 커플이 앉는다. 진섭 부부다. 서로 얼굴을 알 리 없는 진섭과 이오가 마주치게 되는데…


이어 “요즘 20대의 현실은 극중에서 ‘이오’가 일하는 관 속처럼 비좁은 음란전화업체의 사무실로 상징된다. 불안정한 직업, 컴퓨터와 머리에 쓴 헤드셋을 이용해서 인터넷과 전화 통화하는 삶의 환경, 익명으로 맺는 간접적이며 허구적 인간관계, 가족도 SNS 친구 이상의 친밀감은 없으며, 애인도 ‘사귀는 사이’로 규정되지 못하고 미래 또한 불투명한, 바로 MZ세대의 현실이다. 한편 대기업 간부 ‘진섭’ 부부가 보여주는 중년의 현실도 맺힌 구석이 많다. 오래된 부부 사이는 헌 옷처럼 편하지만 설레지 않는다. 많은 중년 부부가 자녀교육, 재테크와 주변인들과의 관계에 공동 대응하는 동지로서 살아간다. 그것으로 부족한 사람들은 불륜을 저지르고, 그런 사회적 역할에 적응한 부부들은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고 설명한다.


또한 “한국의 거의 전 세대가 직간접으로 공유한 경험은 시집살이, 시댁과의 갈등이다. 따라서 이 작품에 묘사된 고부간의 문제와 그 사이에 낀 남편의 곤혹스러움도 남녀 모든 세대의 공감을 얻을 것이다”라면서 “이렇듯 각 세대가 처한 삶의 단면을 무대에 형상화함으로써 관객에게 자신의 삶에 대한 깨달음과 감동을 선사하고자 한다. 또한 시대를 담는 그릇으로서의 연극예술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힌다.


출연 배우로는 진섭 역에 윤여성, 아내 역 조정은, 쭌 역 최정필, 이오 역 조소현과 김지은, 경준·술집종업원 역에 송하민과 박민서가 출연해 기량을 다한 호연으로 관객의 폭소와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 박재범, 음악 김 문, 조명 이상근, 무대감독 이시운 등 스텝진이 가세하여 극단 로얄씨어터의 윤여성 예술감독 장성임 작 김 문 연출의 사이를 독특한 소재와 구성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관객의 기억에 오래 남는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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