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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69] 쏭 기획 GLC 컴퍼니, 배석준 연출 '세일즈맨의 죽음'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07-21 15: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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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그린씨어터에서 쏭 기획 GLC 컴퍼니의 아서밀러 작 장두이 각색 배석준 연출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관람했다.


아서 밀러(Arthur Miller, 1915~2005) 작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은 시대적 배경인 20세기 중엽의 미국의 서민가정의 생활과 모습을 그렸지만, 21세기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부합된다.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은 1949년 2월에 커밋 블룸가든(Kermit Bloomgarden) 제작과 엘리아 카잔(Elia Kazan) 연출로 뉴욕 브로드웨이의 모르스코 씨어터(Morosco Theatre)에서 초연되었다. 아버지인 윌리 로만(Willy Loman)은 명배우 리 제이 콥(Lee J. Cobb), 어머니 린다(Linda) 역으로는 밀드렛 던넉(Mildred Dunnock), 큰아들 비프(Biff) 역에 역시 명배우 아서 케네디(Arthur Kennedy), 막내 해피(Happy) 역에는 카메론 미첼(Cameron Mitchell)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고 최우수 연극상인 토니 상(Tony Award)과 퓨릿처 상(Pulitzer Prize), 그리고 뉴욕 연극비평가단체상 등을 수상했다.


그 후 여배우 제인 맨스필드(Jayne Mansfield)에 의해 1954년 10월 텍사스의 달라스(Dallas)에서 재공연 역시 성공을 거두자 파라마운트 영화사(Paramount Pictures)에서 흑백영화시절인 1951년 라즐로 베네데크(Laszlo Benedek) 감독과 명배우 프레데릭 마치, 밀드레드 더녹, 케빈 맥카시, 캐머런 미첼 등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나라에는 1985년에 미국과 서독 합작영화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 더스틴 호프만, 케이트 레이드, 존 말코비치, 스티븐 랭이 출연한 <세일즈맨의 죽음>도 상영되었다.


기왕에 아서 밀러(Arthur Miller)를 좀 더 소개하면, 그는 소년시절에 몰아닥친 대 불황으로 고등학교를 나온 후 접시 닦기, 급사, 운전기사 등을 하다가 늦게 미시간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했다.


2차 세계대전 중의 군수산업의 경영자와 아들의 갈등을 다룬, 전쟁 비판적인 심리극 <모두가 나의 아들 (All My Sons)>(1947)을 써서 비평가 및 일반 관객의 절찬을 받았고, <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1949)으로 퓰리처상 및 비평가 단체상을 받고, 브로드웨이에서 2년간의 장기공연에 성공했다.


그 후 아서 밀러(Arthur Miller)의 <시련 The Crucible>(1953)에서는 리얼리즘의 수법을 버리고, 17세기 뉴잉글랜드에서의 마녀재판(魔女裁判)을 주제로, 그 당시 전 미국을 휩쓸었던 매카시 선풍을 풍유(諷喩)했다. 그 후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 결혼을 했으나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은밀히 먼로를 유혹하니, 결혼 5년 만에 그녀와 이혼했다(1960). <다리 위에서의 조망 A View from the Bridge>(1955, 퓰리처상 수상)과 마릴린 먼로를 모델로 한 <전락(轉落) 후에 After the Fall>(1964) 등의 희곡과 소설을 썼고, 라디오 드라마와 평론 등을 쓰다가 2005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아서 밀러(Arthur Miller)는 희곡 대부분이 미국인의 서민생활을 주제로 한 점에서 큰 공감대를 형성시켰고 작품마다 성공작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화섭 역으로 '테라트르 리이블'(1953. 12), '신협'(1957. 1), '드라마센터'(1962. 11) 등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2023년 현재까지 각 극단의 공연이 지속되고 있다,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는 1970년대 연세대학교에서 공연한 이영후 연출과 박정국 주연의 공연, 1975년 극단 산하의 차범석 문고헌 연출 한인수 주연의 공연, 1978년 현대극장의 표재순 연출과 이순재 주연의 공연, 극단 실험극장의 1980년 윤호진 연출과 김동훈 주연의 공연, 1993년 극단 현대예술극장의 정일성 연출과 최불암 주연의 공연, 1994년 극단 신협의 이종한 연출과 김성옥 주연의 공연, 2004년 권오일 연출과 이호재 주연의 공연, 2015년 (주)선아트컴퍼니의 김명곤 대본·연출, 김성노 협력연출의 <아버지>, 2016년 창작집단 혼의 박병수 연출의 이순재 배우인생 60년 기념공연, 2017년 성북동 비둘기의 김현탁 연출 이진성 주연의 공연, 2018년 제3회 늘푸른 연극제 극단 그루의 김진만 연출과 전무송 주연의 공연, 2019년 극단 허리의 박동훈 연출과 유준식 주연의 공연, 2023년 유 엔텔플레이와 주 YM 스토리 제작 신유청 연출과 박근형 주연의 공연이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 윌리 로먼으로 출연하는 장두이(1952~)는 신일고,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서울예술전문학교 연극과 무용과, 뉴욕 시립대학교 브루클린 칼리지 연기전공의 만능배우로 인덕대학교, 중앙대학교, 대경대학교, 서울예술대학교 교수다. 현재 두잇 액팅스쿨 학원의 원장이다.


연출을 한 배석준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미추연극학교,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석사출신으로 신시뮤지컬 컴퍼니 단원이자 배우 겸 연출가다.


<세일즈맨의 죽음>의 줄거리를 소개하면, 회사 사장과 개인적인 친분을 나눌 정도로 성공한 세일즈맨 윌리 로만에게는 비프와 해피라는 두 아들이 있다. 비프는 훤칠하고 인기 많고 풋볼도 잘 하는 고등학생으로 특히 윌리는 비프에게 매우 큰 기대를 건다. 인기와 개성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 윌리는 그의 가치관에 따라 비프가 성공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윌리는 비프에게 자신의 성공관에 따른 기대를 주입시켰고, 비프에게는 도벽 증세가 생기는 등 점점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윌리는 비프에 대한 훈육을 거의 방임하다시피 한다.


설상가상으로 비프는 수학 시험에서 낙제하면서 대학 진학까지 어려워지게 된다. 비프는 낙제하고 난 후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윌리가 출장 나간 보스턴을 찾아가지만, 호텔에서 윌리와 내연녀가 바람을 피운 것을 알게 된다. 윌리는 비프에게 매달려 너무 외로워서 그랬던 것이라며 변명을 하지만, 큰 충격을 받은 비프는 대학 진학을 아예 포기하고,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인맥도 능력도 다 떨어진, 남은 것이라고는 할부금밖에 없는 윌리는 예순이라는 나이까지 세일즈맨 일을 하느라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고, 환각 증세까지 겪는 등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 비프는 서른넷임에도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했으며, 해피는 문란하고 향락적인 생활에 빠져있었다.


비프는 오랜 방황 끝에 집으로 다시 돌아와 올리버 사장에게 찾아가 일자리를 구해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윌리도 이에 힘을 받아 자신을 다른 부서로 옮겨달라고 사장에게 말하기로 결심한다.


윌리는 하워드 사장에게 고된 외판원 일 대신 다른 부서로 이직을 요청하지만 '이제 쉬실 때가 되셨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오히려 하루아침에 해고당하고 만다. 윌리는 그 동안 무시해왔던 이웃 찰리의 아들 버나드가 법관이 되어 성공한 것을 보고 성공의 비결을 묻는데, 버나드는 비프가 보스턴에 다녀오더니 풋볼도 때려치우고(버지니아 대학이라 적힌 풋볼 운동화를 불 속으로 던져 버렸다고) 그 모양이 되었다면서 윌리에게 비프와 보스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역으로 되묻는다. 결국 비프가 그렇게 된 것이 자신의 불륜 때문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 윌리는 고통을 겪는다. 한편 비프는 과거 자신이 일하던 회사의 사장 빌 올리버를 찾아가 사업을 도와달라고 하지만 올리버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고 거절당한다.


윌리는 여전히 비프가 자신을 존경하며 크게 성공하리라고 믿고 싶어했지만, 비프는 그런 윌리에게 아버지가 자신에게 헛된 기대를 불어넣어 자신의 인생을 망쳤고, 아버지나 자신이나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며 날선 말을 쏟아내고는 감정에 지쳐 울음을 터뜨린다. 윌리는 그런 비프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보험금을 남겨주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는, 일부러 차 사고를 내고 만다.


윌리의 장례식장에는 그의 가족과 찰리, 버나드만이 조촐하게 자리를 지킨다. 비프는 윌리가 잘못되었고 그가 꾸었던 꿈이 허황된 것이었다고 말하지만, 해피는 그런 형에게 아버지가 헛되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내 혼자서 무덤 앞에서 '당신의 보험금으로 마지막 빚을 다 갚아 드디어 자유로워졌는데 당신은 어디 있느냐'하고 오열하면서 막이 내린다.


연극은 도입에 무대 중앙에 여행용 가방이 놓여있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곧 이어 아버지가 여행용 트렁크를 끌로 집에 도착하면서 원작의 내용에 따라 전개되지만, 아버지의 정신혼란 증세를 절묘하게 부각시켜 미국으로 떠난 아버지의 형이 회상 속에 자주 등장하고, 세일즈 맨 노릇을 하면서 외도를 하던 일과 이 일을 큰 아들이 알게 되면서 아들의 발전적 장래가 차단된 일, 수십 년간 해 온 세일즈맨 생활을 접고 종사하던 회사의 사무직을 원하지만 사장의 대를 이은 현재 사장인 아들은 게임놀이를 방해했다는 이유에서인지 거절을 하게 되고, 큰 아들마저도 구직대상에서 제외된다. 결국 만사포기상태에 이른 아버지는 밤늦게 호미를 들고 밭을 일구겠다는 핑계로 결국 자결을....마지막 장면은 검은색 상복을 입은 가족과 친지들이 등장하고 고인을 애도한 후에 퇴장하면 무대 중앙에 붉은색의 꽃다발이 놓여있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난다.


장두이가 윌리 로먼, 홍성경이 린다 로먼, 김승대와 김은우가 비프 로먼, 권오성이 해피 로먼, 김 영이 찰리, 문장원이 버나드, 김왕근이 벤 로먼, 김진철이 하워드 와그너, 임초혜와 정희진이 제니, 박종호가 스탠리, 강유정과 김도연이 미스 포사이드와 레타로 출연한다. 출연진의 열연과 호연도 인상적이지만 장두이의 윌리 로먼 역은 연기가 아닌 실제 같은 감성으로 전달되기에 아서 밀러가 출연한 듯 싶은 새로운 세일즈맨의 죽음을 관람한 느낌이다.


무대디자인 양이삭, 조명디자인 김종석, 의상디자인 오수현, 소품디자인 윤미연, 분장디자인 이 율, 분장팀 이진영과 정재현, 포스터디자인 박초아, 촬영 최치원, 기획 쏭 기획과 GLC 컴퍼니, 홍보마케팅 김금인, 제작 퓨리파이, 후원 시제스 컬쳐와 풍신, 협력 프로듀서 추태영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쏭 기획 GLC 컴퍼니의 아서밀러 작 장두이 각색 배석준 연출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최초로 작품성격을 제대로 표현한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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