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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공연산책 266] 극단 노마드, 김민경 각색/연출 '하녀들'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07-09 21: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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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74에서 극단 노마드의 장 주네 작 김민경 각색 연출의 하녀들을 관람했다.


장 주네 (Jean Genet, 1910년~1986년) 는 실존주의파에 속하는 프랑스의 시인·소설가·극작가이다. 파리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창부였던 어머니의 버림을 받고, 10세 때에는 굶주린 배를 억제하지 못하고, 애정에 굶주려 절도죄로 감화원(感化院)에 들어갔다. 그 후 탈옥하여 거지·도둑·남창 (男娼)·죄수 생활을 하면서 유럽 전역을 방황했다. 점령 중에 투옥되었을 때에는 1942년 프렌 형무소에서 데뷔작 소설 <꽃의 노트르담> 및 자전(自傳)의 <도둑일기>를 썼다. 


1947년에 주베가 <하녀들>을 공연한 것으로 극작가의 길을 열었는데, 이후 그 전작(前作)인 <엄중경계>를 비롯하여 <발 콘> <흑인들> <간 막이>가 상연되어, 찬부(贊否) 양론을 낳았다. 그것들은 어느 것이나 남색(男色)과 반역과 증오와 범죄가 지배하는 암흑의 세계를 가장 외설스럽고 난잡한 비어음어(卑語陰語)와 빛나고 투명한 시어로써, 독창적이고도 난해한 문체로 그려내서 관객을 현대의 흑막세계로 안내했다. 


그것은 반역과 악의 찬가(讚歌)이며, 순수성에의 역설적인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장 폴 사르트르는 주네에 대한 평전 《聖 주네》를 저술하면서 그의 문학을 "말로 표현된 고행승적 (苦行僧的) 실험"이라고 평했다.


장 주네의 대표작으로서는 시집 <장미의 기적>과 빈민 구제사업의 도움으로 살아난 자기의 이야기를 쓴 소설 <도둑 이야기>, 그리고 희곡 <하녀들>이 있다.


연출가 김민경은 상명대학교 연극학과와 대학원 출신으로 극단 노마드 대표다. 미추연극학교와 한극극작가 교육원에서 공부했다. <메이데이>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어멈> <지귀, 하늘을 꿈꾸다> <트로이의 여인들> <피의 결혼> <백묵원-유전유죄, 무전무죄> <보이체크 신드롬> 등을 연출했고, 부산국제연극제 Go World Festival 우수상, 2016 대한민국 신진연출가전 작품상, 2018 서울연극인대상 연출 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연출가다.


<하녀들> 원작의 내용은 하녀들이 주인인 마담을 골탕 먹이려고 마담의 정부인 무슈를 경찰에 고발해 붙잡혀가도록 만든다. 마담이 없는 때에는 하녀 자매는 마담놀이를 하며 자신들의 불만을 해소시킨다. 그런데 무수가 가짜편지 때문에 잡혀온 사실이 드러나 가석방되니, 하녀들은 자신들이 벌인 일이 마담에게 발각될까 두려워 마담을 수면제를 탄 차를 먹여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정작 마담이 들어오니, 하녀들은 마담에게 고분고분하기가 애완용 동물은 저리 가라싶을 정도이다. 


마담은 하녀들을 아랫것 대하듯 하다가 애정을 표하기도 하고, 하녀들이 가져다 준 수면제를 그대로 둔 채 무슈가 구치소에 갇힌데 대한 걱정과 절망으로 생의 의욕이 없는 듯 하녀들에게 자신의 옷을 나누어 주기도 한다. 하녀들이 수면제 차를 계속 권하니, 차가 식었다며 쏟아버린다. 그리고는 마담은 집에 수화기가 바닥에 내려져 있는 까닭을 하녀들에게 묻는다. 


하녀들은 무슈가 가석방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반가운김에 수화기를 떨어뜨렸다는 소리를 하니. 마담은 왜 일찍 알려주지 않고 이제야 알려주느냐며 무슈의 석방을 기뻐하며 하녀가 다시 가져다주는 수면제가 든 차를 마시지 않고 외출을 한다. 독살에 실패한 하녀자매는 다시 마담놀이를 하며, 마담대신 수면제를 탄 차를 마시고 쓰러진다. 그러나 마담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하녀들의 행동이 다시 시작되면서 연극은 끝이 난다.


원작을 각색한 하녀들에는 여인이 아닌 남성이 하녀 중 1인으로 출연한다. 미담 역할도 남성이 한다. 마담의 남편 이야기는 삭제되고, 마지막 부분에 마담이 죽기를 바라고 권한 하녀들의 수면제를 마시고 깊은 잠에 빠지는 것으로 설정된다. 


이에 마담이 죽지 않은 것레 놀란 하녀가 결국 자신의 동료인 남성하녀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사라진다. 대단원은 잠에서 깨어난 마담이 하녀들을 사랑했다며 미소를 띄운 모습에서 공연을 끝이 난다.


무대는 화장대의 거울만을 우뚝 세우고 그 양쪽에서 하녀들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등받이 없는 의자형태의 조형물을 배치하고, 무대 바닥에 4m 크기의 정사각의 공간 안에 1m 간격으로 선을 가로 세로로 긋고 16개의 칸을 그려놓았다. 중앙 선과 상수쪽 객석 가까운 선 끝에 직사각의 공간을 두 개 그려 그 안에 소품을 넣고 다른 직사각의 공간으로 옮겨놓기도 한다. 남성하녀는 흑색의상에 백색 띠나 에이프런을 두르고, 마담은 적색 숄을 상체;에 두르고 적색 하이힐을 신고 등장한다. 소품으로 찻잔이 사용되고 외부음성이 벽에 있는 장비가 조명으로 밝아지면서 들린다.


이미라 (쏠랑쥬), 정성진 (끌레르), 이정모 (마담) 등이 출연하여 남성은 남성음색으로 성격창출에서부터 감성표현에 이르기까지 열정을 다한 호연과 기량을 발휘한다.


조연출 김홍주, 조명디자이너 김윤희 등 스텝진의 기량 역시 하나가 되어 극단 노마드의 장 주네 작 김민경 각색 연출의 하녀들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장 주네의 고국 프랑스에서 공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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