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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공연산책 265] 명배우 박규채를 추모하며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07-09 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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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 단원장례문화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방문했다. 1938년 강원 속초 태생인 고인은 서울 양정고와 고려대 농학과(58학번)를 나와 국립극단과 극단 실험극장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또 1961년 MBC 성우극회 1기 성우로 활동했고, 1962년엔 한국방송공사(KBS) 전신 서울중앙방송과 TBC-TV, 1969년 부터 MBC-TV 전속 탤런트로 활약했다.


MBC 드라마 '제1공화국'에서 이승만 정권의 2인자 이기붕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널리 알렸다. 또 공주 갑부 김갑순에 타이틀롤로 출연해 "민나 도로보데스"라는 유행어를 남기기도 했다. '제2공화국'에서도 이기붕 역을 맡았고, '제3공화국'과 '제5공화국'에도 잇따라 출연했다. MBC 드라마 '박순경'은 고인이 박순경 역을 맡아 한국방송대상에서 TV연기상을 수상한 특기할 만한 작품이다. 이어서 '전원일기' '조선왕조 오백년' '마포 무지개' '폭풍의 계절' SBS 드라마 '삼김시대' '코리아게이트' 등 여러 인기 드라마에 출연했다. 가장 최근작은 2007년 방영된 SBS '연개소문'이다. 고인은 지난 2005년 모교인 고려대 100주년 기념 연극 당나귀 그림자 소유권에 관한 재판에도 출연했다.


1987년 13대 대선 때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후보 지지 찬조 연설을 하며 요즘은 흔해진 연예인들의 정치인 지지 첫 본보기가 되었다. 이와 관련, 2008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1990년대부터 브라운관(TV)에서 얼굴 보기가 힘들어진 적이 있다"는 질문에 "김영삼 후보 지지 연설을 하는 바람에 MBC에서 쫓겨났다. 그러고 나서 아무것도 못 했다. 집도 팔아먹은 채 셋방살이를 했다"며 "당시 문화예술인으로는 유일하게 저만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 그래서 제 2의 박규채를 못 나오게 하려고 방송국에서 나를 자른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고인의 야당 후보 지지에 따른 '후폭풍'은 당시 정치권과 문화예술계가 함께 주목했다. 이에 고인의 YS(김영삼) 후보 지지 7개월 후쯤인 1988년 6월 한 언론에서는 고인의 사정을 두고 '정치적 실업'이라는 제목을 단 보도를 내면서 '수입원이 뚝 끊겨 25년 동안 살던 서울 은평구 응암동 집을 팔려고 내놨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보도에서는 고인과 인터뷰를 갖고 '그럼에도 연기를 계속할 것인지' 물었는데, 고인은 "연기는 내 30년 인생을 바친 천직이다. 언제 다시 출연할지 모르지만, 결코 포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인은 13대 대선 다음 14대 대선을 통해 출범한 김영삼 정부의 후반기인 1997년 영화진흥공사 사장으로 임명돼 1년여 동안 재임하기도 했다 그리고 월남 이상재를 기념하는 활동을 하였다. 이상재를 기념하여 그의 아호를 따서 특별상을 수여하는 월남장(月南章)을 증정하는 위원회의 대표 월남장증정위원회장, 월남이상재선생기념사업회 재정위원장 등을 지냈다.


필자와 TBC-TV에서 MBC-TV로 함께 전속계약금을 받고 이동했고, 대원군 같은 개국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고, 실험극장 연극에도 함께 출연했다. 우리 집이 불광동이었을 때 고인이 녹번동에 살아 자주 내왕을 했고, 고인이 김천연극제 심사을 하며 내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고인이 최근까지 안산시 본네르 빌리지 아파트에 거주했기에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고인의 고려대 동기인 나영세, 여운계, 유용환, 유길촌 등이 별세를 했고 선배인 김성옥 목포문화예술회관 예술감독도 얼마전 별세를 했으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추모글을 마무리 한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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