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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63] 극단 코너스톤, 이철희 각색/연출 '그, 윷놀이'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06-24 14: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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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씨어터에서 극단 코너스톤의 윤조병 원작, 이철희 각색 연출의 그, 윷놀이를 관람했다.


윤조병(1939~2017) 작가는 충남 조치원에서 태어나, 1963년 영화전문지 월간 국제영화사의 시나리오 공모에 ‘휴전일기(休戰日記)’로 입선하면서 등단했다. 윤조병 작가는 유치진·차범석으로 이어진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계승자로 평가받았다., <건널목 삽화>(1970), <참새와 기관차>(1971), <향기>(1973), <고랑포의 신화>(1975), <꽃보라>(1977), <술집과 한강>(1978), <참새와 기관차> <갯벌>(1978), <새>(1980), <농토>(1981), <겨울 이야기>(1983), <모닥불 아침이슬>(1984), <풍금 소리>(1985), <초승에서 그믐까지>(1986) 등을 발표하였다. 1981년 대한민국연극제 대상(‘농토’), 1985년 대한민국연극제 희곡상(‘모닥불 아침이슬’), 1990년 전국연극제 대상(‘아버지의 침묵’) 등을 받았다. 1995~1998년 한국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아시테지) 이


사장, 서울아동청소년공연예술제 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 후, 86년에 한국연극협회의 '월간 한국연극' 편집위원와 한국희곡작가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90년에 인천시립극장 창단 상임연출, 그 외에도 문협, 극협, 아시테지 등의 자문위원과 극단 하땅세의 예술감독 등을 맡으며 극작가로서 활동해왔다.


윤조병 작가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사실주의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그 형식과 표현 방법에 있어 비사실주의적인 특징을 자주 드러낸다. 극중 장면의 사실적 묘사라든지, 사건의 논리적 전개와 합리적 결과를 추구하는 태도는 사실주의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농토>, <농민>, <농녀> 등은 이러한 사실주의 경향이 주로 전면에 부각된 대표적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그 밖의 많은 작품들에서, 진부한 산문적 묘사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정감과 심층심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시적이고 상징적인 기법상의 혁신을 모색하였다. 이는 세계와 인간의 사실적 표현에 충실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 추상적 표현에 어느 정도 의존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미학적 원리를 깨달은 것이었다. 그는 이미지에 의한 영상적 투사를 통해 리얼리티를 재구성하려 하였다. 또한 희곡의 언어에 있어서도 은유의 기능과 리듬의 효과를 살리려 애썼다. 이 같은 사실성과 추상성 사이의 괴리가 한 작품의 경향을 모호하게 만들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이러한 일련의 노력은 그가 즐겨 다루는 좌절과 패배의 인물상들에게 정서적인 리얼리티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철희는 배우로 시작한 작가이며 연출가이다. 벽산희곡상 당선작가다. 훤칠한 모습에 연기력도 뛰어나지만 저력 있는 연출력을 발휘해 <닭쿠우스> <조치원 해문이> <외경> <진천사는 추천석>의 작품을 쓰고 연출했다. 그리고 극단 코너스톤을 만들었다. 연출작은 <프로메테우스의 간>, <환상회향>, <기계장치의 신> 등이 있다.


윷놀이의 기원은 고려설과 신라설, 부여설, 더 위로 거쳐 올라가면 고조선설도 있다. 최근 연구 동향에 따르면 (주로 원형) 윷판형태 암각화가 지속적으로 발견되면서 고대인들의 천문 활동이 유희로 전승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윷판의 중심 자리가 북극성으로서 북극성 주변을 운행하는 별의 일주 현상을 담고 있다는 것.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는 별의 일주 운동 방향과 현재 말이 움직이는 방향이 다른 점, 천원지방에서 벗어난 현재의 정방형 윷판 모양 등 등 현대 윷놀이 유희 방식과는 차이가 있으나, 다만 윷놀이에서 쓰이는 용어는 부여어라는 게 중론이다. 중국 북송 때의 《태평어람》에서도 부여 관련 얘기로 나온다. 일본에서 8세기경 편찬된 《만연집》에서도 윷놀이를 이용한 언어유희가 나오는 걸로 보아 그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한민족과 함께 이어져 온 오래된 전통 놀이임에는 확실하다. '모 아니면 도'라는 관용어가 널리 퍼질 정도로 사랑받는 놀이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익은 “고려의 유속으로 본다”고 했으나 최남선은 그 기원을 신라시대 이전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신채호는 그 기원을 고대 부여에 두면서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부여의 지배체제는 제가(諸加)인 마가(馬加) 우가(牛加) 저가(猪加) 구가(狗加)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했다. 곧 각기 말, 소, 돼지, 개를 상징으로 하는 집단이 각기 한 구역을 다스렸다는 것이다. 이들 제가는 각기 사방을 경계 지은 사출도(四出道)를 맡았다. 사출도는 전시체제에서 군사조직의 출진도(出陣圖) 모형이라고 한다. 윷놀이는 비단 놀이뿐만이 아니라 점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무대는 하수 쪽 배경 가까이에 두 개의 조명을 바닥 조금 높이에 설치하고 천정에서 백열등 한 개를 내려뜨린 것 이외에는 장치는 없이 공연된다. 본래 있는 극장 기둥에 입춘대길이라고 흰 종이에 써서 붙여놓았다. 도입에 조명이 비추이는 공간에 스모그가 뿜어지면 출연진이 등장해 나란히 서서 판토마임 같은 동작으로 연극이 시작된다, 소리를 낮은 음색으로 합창해 가면서 마을 공동체의 현상황을 알리면서 차례로 출연진의 성격과 나이 그리고 개성이 노출된다. 철저하게 계산된 마임과 동작은 물론 대사까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관객을 공연에 몰입시키고, 향후 1시간 가량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옛날이라는 설정이고. 구정에서 보름 사이의 충청도 시골에서 벌어지는 일상적 일화다. 하릴없는 나날을 보내는 농민들은 마당에서 햇빛을 쬐다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윷놀이를 시작한다. 마임이기에 윷이나 말판은 등장하지 않고 마임으로 처리된다. 윷을 하는 동안 윷판이 도, 개, 걸, 윷, 모로 떨어진 것도 대사로 처리될 뿐 시종일관 마임으로 처리된다. 이러면서 충청도 방언으로 서로 다투기도 하고 화도 내고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지만, 해가 저물면서 다툼은 사라지고, 윷놀이는 마을사람들의 일상처럼 처리되면서 하루의 한 때가 마무리가 된다. 마지막 장면은 배경의 두개의 조명이 스모그 속에 비추어지고 입춘대길 글자가 반짝이면서 출연진이 차례로 퇴장을 하면 공연은 끝이 난다.


강일이 박석구, 곽성은이 여인, 고병택이 김봉달, 이강민이 임진태. 윤슬기가 송기대. 정홍구가 장말두로 출연하여 열정과 기량을 다한 판토마임과 충청도 방언으로 호연을 펼친다. ⠀홍보 이선희, 조명 신동선, 작창/음악 장서윤, 안무/움직임 이경구, 사진/그래픽 박태양, 조연출 김혜주, 기획 구선정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도 하나가 되어, 극단 코너스톤의 윤조병 원작 이철희 각색 연출의 그, 윷놀이를 독창적이고 탁월한 연출방법으로 공연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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