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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57] 극단 초인, 박정의 연출 '특급호텔'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06-10 20: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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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울 꿈의숲 아트센터에서 극단 초인의 라본느 뮐러 작 최영주 번역 박정의 연출의 특급호텔을 관람했다.


번역을 한 최영주는 동국대학교에서 「셰익스피어 인물의 재현성과 연희성」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연극 평론가, 드라마투르그로 활동하며 경기대학교와 청주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셰익스피어라는 극장 그리고 문화』, 『글에 담은 연극사랑』(연극평론집), 『동시대 연출가론-서구편』(전2권, 편저) 등의 저서와 다수의 논문을 집필했고, 「폭파」, 「4.48 싸이코시스」, 데이비드 헤어의 「유다의 키스」, 라본 뮬러의 「특급 호텔」 등 여러 희곡을 번역했다.


박정의(1967~)는 현재 서울연극협회 회장이다. 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출신의 연출가로 극단 초인의 대표다. 2004년 박정의 작 “기차”로 거창국제연극제 금상을 수상, 카이로 실험연극제 초청 (기차) 아르메니아 국제 연극제 초청 (기차), 2005년 “기차”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오프 참가2006년 “기차” 요코하마 국제연극제 초청, 2006년 아비뇽 오프 참가, 2006년 독일 SOMMERWERFT FESTIVAL 초청, 2006년 에딘버러 프린지 참가, 2007년 “기차” 싱가폴 에스플라나다 극장 초청, 2007년 “선녀와 나무꾼” 아비뇽 오프 참가, 2007, 2008년 “선녀와 나무군” 에든버러 프린지 참가, 2008년 “선녀와 나무꾼”, 두바이 샤자 문화 궁전 초청 공연, 2009년 “선녀와 나무꾼”, 이란 국제연극제 초청 공연, 2009년 “선녀와 나무꾼”,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연제 초청 공연, 2009년 선녀와 나무꾼 영국 New Theatre Royal, South Hill Park Theatre, The Tron 공연, 2009년 선녀와 나무꾼 미국 San Francisco International Art Festival 참가, 2009년 이탈리아 Scalettine ‘IL GIARDINO DELLE ESPERIDI’ Festival 참가 및 워크숍, 2009년 아일랜드 Cairde Festival, Earagail Arts Festival, Junction Festival, Pavilion Theatre 2009년 선녀와 나무꾼 프랑스 Nuits de la Mayenne Festival 공연 참가 및 워크숍, 2009년 특급호텔 대학로예술극장 공연, 2009년 특급호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Buenos Aires International Festival 공연 초청, 2010년 맥베스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 공연, 2010년 기차 한국 - 카자흐스탄 문화교류 초청공연, 2010년 내 창문을 두드리는 전쟁 광주국제공연예술제 공연, 2010년 어느 배우의 슬픈 멜로드라마 맥베스 동숭무대 소극장 공연, 2011. 1 선녀와 나무꾼 네덜란드 투어, 2011. 2 특급호텔 대학로 인큐베이팅 사업 선정작 남산예술센터 공연, 2011.3 특급호텔 스페인 DFERIA 페스티벌 초청 공연, 연출작으로는 <선녀와 나무꾼> <맥베스> <특급호텔> <게르니까> <독고다이 원맨쇼 맥베스> <동화동경> <유리동물원> <봄날> <스프레이> 등이 있는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연출가다.


일본군 ‘위안부’는 일본군의 성욕 해결을 위하여 일본군과 일본정부가 중일전쟁 및 아시아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점령지나 주둔지 등의 위안소에 배치한 여성이다. 정신대·군위안부·종군위안부라고도 한다. 일본군이 있었던 거의 전 공간에 배치되었던 조선인 여성은 취업사기·유괴·공권력 등에 의한 협박·인신매매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동원되었다. 일제에 의해 철저하게 기획된 일로서 수많은 희생을 낳았지만 서둘러 봉합하려고만 하는 일본의 자세 때문에 그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군이 성욕 해결과 성병 예방 등을 목적으로 여성들을 동원하여 설치한 시설물을 ‘위안소’라고 부른 것은 상해(上海)사변이 있었던 1932년 전후였다. 당시 위안소에 수용된 여성을 ‘예기(藝妓) · 작부(酌婦)’라고 하였는데, 이외에도 매음부, 접객부, 종업부, 영업자, 기녀 등 갖가지 명칭으로 부르다가 상당히 다양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대체로 ‘위안부’라는 말로 수렴되었다. 현재 발굴된 문서상으로는 1939년 6월 중국에 있던 독립 산포병(山砲兵) 제3연대의 『진중일지(陣中日誌)』에서 위안부라고 부른 것이 처음이다.


한편 일본군이나 일본정부에서 위안부라는 용어를 널리 사용한 것과 달리 일제시기 조선에서 위안부란 용어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였다. 해방 이후에도 한국에서는 ‘정신대(挺身隊)’라는 용어가 위안부보다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그 이유는 일제시기부터 1990년경 위안부 문제 제기 이전까지, 식민지적 특성과 가부장성 등에 의해 위안부 동원 과정이나 실상이 왜곡 은폐되었던 것과 관련이 있다. 여성운동단체에서도 1990년대 전반까지는 정신대와 (종군/군)위안부라는 용어를 함께 사용하였다. 최근에는 일본군이 취하려 한 ‘위안’의 허구성을 드러내기 위해 역사적 용어로서의 위안부에 ‘위안부’라고 표시하여 사용하거나, 본질을 잘 드러내는 용어로서 ‘성노예’ 즉 ‘일본군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게 개항을 당한 이후 일본의 근대화는 주변 국가의 침략을 통해 이루어졌다. 19세기~20세기 초 대규모 참전시 성병에 의한 병력 손실을 경험한 일본군은 전쟁 중 군인의 성욕 해결과 성병 예방의 문제를 중요한 과제로 삼게 되었다. 중일전쟁 이후 대량의 일본군이 중국에 투입되자 일본군은 「야전주보규정(野戰酒保規程)」의 개정(1937.9.29)을 거쳐 군의 위안시설로서 위안소 설치를 중요한 일로 삼았다. 일본군은 일본 내무성 · 외무성 등 일본중앙정부와 조선총독부 · 대만총독부 등 식민지 권력기관을 통해 군'위안부' 동원을 요구하였고 이후 관련기관의 협조로 군‘위안부’ 동원시스템이 작동되었다.


일본인 여성 동원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1938년 2월 23일 내무성 통첩[지나도항부녀(支那渡航婦女)의 취급에 관한 건]으로 정해졌다. 이것은 일본에서조차 취업사기, 인신매매 등 불법적 동원방식이 난무한 것에 대해 내무성이 동원 대상 여성에 대해 기준을 정하여 제한한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불법적인 일본군 '위안부' 동원이 ‘황군’을 위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 지방정부 등을 이해시키기 위해서였다. 그 직후인 3월 4일에는 육군성에서 북지방면군(北支方面軍) 및 중지파견군(中支派遣軍)의 참모장 앞으로 보낸 통첩[군위안소 종업원 등 모집에 관한 건]으로 군에서도 위 방침을 수용하여 자체 내 기준을 제시하였다. 이와 같은 방침이 조선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았으나 척무성(拓務省)이나 육해군성 등을 통해 조선총독부와 조선군사령부로 전달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1930년대에 오면 일본정부도 19세기 때와는 달리 국제적 인신매매나 노예제 및 강제노동 금지 등을 규정한 국제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조선에도 같이 적용된 일본 형법 제226조 등에서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 국외이송을 금지하고 있었던 것은 이러한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국제법에서는 개인이 성매매를 위한 인신매매를 시도하는 행위도 범죄로 보고 조약에 가입한 국가들로 하여금 이를 막으라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일본은 국가적 차원에서 군'위안부' 동원이라는 범죄행위를 기획 실행하였다. 이 때문에 발굴된 공문서에는 '위안부' 용어부터 시작하여 이들의 동원에 대해 매우 완곡하게 표현하고 징집과 수송, 위안소 운영 등에 대해서 상당히 비밀스럽게 다루거나 혹은 은폐 · 축소하려는 태도를 취하였다.


<특급호텔>은 여류작가 라본느 뮐러(Lavonne Mueller)가 일본에 체류하던 중 우연히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를 스쳐듣고 거기에 시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이 극은 "일본 군대에 유린당하고 성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었던 네 여인의 삶을 호소력 있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미국 알칸소 주립대학에 본부를 두고 매년 제정되는 2001국제평화상을 받았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라본느 뮐러(Lavonne Mueller)는 5년간 콜롬비아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Woodrow Wilson 객원 학자로서 미국 내 여러 지역의 대학에서 집필 프로그램을 설립하였다. 현재 인도, 핀란드, 루마니아, 일본 및 노르웨이에서 USIS 소속 미국 예술분야의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고, Edward Albee Foudation, Djerassi Foundation, 스코틀랜드의 Hawthorden Castle, 스페인의 Funduncio Valperasio에 투고중이다.


각종 역사적 문제의식을 주제로 작품을 쓰는 라본느 뮐러의 주요 작품으로는 <감옥에서 딸에게 쓴 편지(Letters to A Daughter from Prison)><도발적인 평화(Violent Peace)><작은 승리들(Little Victories)><단 하나의 여장군(The Only Woman General)><특급호텔(Hotel Splendid)><울지 못할 상처(The Wounded Do Not Cry)>등이 있다.


종군 위안부 동원에 관계한 일본인의 증언을 소개하면 1943년부터 1945년 8월 8일 패전(敗戰)까지 일본 야마구치 노무보국회 동원부장으로 일했던 요시다 세이지는 1991년 11월 21일 훗카이도 신문과의 회견에서 '유언하는 심정'으로 조선 여성들을 일본군 위안소로 강제 연행한 자신의 체험을 털어놓았다. 요시다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조선 여성들을 강제 연행하여 종군위안부로 보낸 사실을 생생하게 밝혔다. 요시다는 '인간 사냥꾼'이 되어 부녀자 6천명을 연행한 자신의 비인도적 행위는 뒤늦게나마 눈물로써 참회했다.


극단 초인의 연극 ‘특급호텔’은 미국 여류극작가 라본느 뮐러의 작품이다. 라본느 뮐러는 외국인의 시선으로 일본군 위안부를 묘사했다. 이에 공연은 굉장한 객관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한국 관객에게 절대로 객관적일 수 없다. 제국주의 군대에 짓밟힌 우리나라 소녀들의 현실 앞에 모든 이성과 계산이 중단된다. 관객은 오로지 멈춰지지 않는 감정과 앞서는 본성으로 네 명의 소녀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무대 위에서 그녀들은 고통스럽고 치욕스러웠던 사건들을 내뱉는다. 뚜렷한 기승전결도 없이 사건들이 나열된다. 극은 줄거리 없이 그들에게 생긴 일들만이 배우의 입을 통해 들려준다. 칼로 가슴이 도려내진 일, 자신이 셀 수 있는 것 보다 더 많은 숫자의 남자들의 욕정을 받아내야 했던 일, 폭탄 맞은 친구의 하체를 붙잡고 일본군이 행한 일 등 끔찍하게 나열되는 대화 앞에 사사로운 감정은 허무하다. 기승전결 없이 전달되기에 연극 ‘특급 호텔’은 더욱 무섭고 두렵다. 기승전결의 구조는 극적 재미를 높이고, 주제를 전달하기에 더욱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스스로 그것을 거부한다. 극적 전개 대신 절제된 언어를 선택했다. 그 때문에 관객은 부담스럽다. 배우들이 전달하는 고통과 치욕을 여과 없이 경험한다. 감정이 다른 곳에 분산될 틈을 주지 않는다. 일본의 항복 선언 직전 일어난 선희의 자살은 그래서 놀랍거나 슬프지 않다. 오히려 예상된다. 그녀들의 고통만이 오롯이 전달된 결과다.


무대는 배경 앞에 높은 단을 좌우로 연결시키고 난간을 달고 양쪽에 계단을 놓았다. 그 알으로 네개의 낮은 단을 좌우로 때어놓고 단 앞에 계단을 놓고 단위에는 조그만 의자를 올려놓았다. 객석 가까이에도 직사각형의 아주 낮은 단을 깔아놓았다. 남성 출연진은 일본군 의상을 착용하고 등장하고 카미가제 모자를 쓴 인물도 있다. 여성 출연진은 원피스를 입고 등장하고, 아기 인형을 등에 업은 출연자도 있다.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 전자건반악기 연주자가 자리를 잡고 도입부터 끝부분까지 연주로 극 분위기를 창출시킨다.출연진의 대사는 물론 극단 초인만이 가지는 몸 언어가 공연에서 찬란하게 반영된다. 과장되지만 절제되고 정확한 몸짓이 무대에서 언어로 피어나 흡입력을 높인다. 검고 검은 배경에 마지막 장면에; 천정에서 내려진 빨간색 목 매다는 줄은 휘나레을 장식하는 소품으로 일품이다.


연극 ‘특급호텔’은 애써 관객에게 모든 상황을 구구 절절 이야기 하지 않는다. 무대 위 그들의 언어는 압축적이고 상징적이다. 그러나 관객들은 어렵지 않게 모든 것을 알아듣는다. 알아들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깊이 공감하고 그려낼 수 있다. 우리 역사를 무대로 올린 극이 가지는 힘이다. 그 힘은 관객을 현실에 직면시킨다. 고통과 상처의 역사를 잊을 수 없게 만든다. 극단 초인은 이 지점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포장 없이 무대에 올린다. 진실의 반대는 망각이라고 외치는 연극 ‘특급호텔’의 잔상이 강하다. 일본군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지만 바로 일본군을 하룻밤에 30여 명 씩 상대하며 지낸 일, 비참하고 혹독한 생활의 연속이지만 한줄기 희망을 간직하며 견뎌냈던 일, 젊고 착한 군인에게 연정을 느끼고 몸과 마음을 밀착시킨 일, 참담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탈출을 꾀하지만, 결국 붙잡혀 와 다리가 잘렸던 사연 등이 담담하게, 또는 절규하듯, 발광하듯 극 속에 펼쳐지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아름답게 다가온다.


금순 역에 한다희, 옥동 역에 김민정, 선희 역에 박현숙, 보배 역에 최예은, 카미카제 역에 이세훈, 군인 1에 강태우, 군인 2에 유태혁 등이 출연해 열정과 기량을 다하는 호연으로 연극을 이끌어 가고 전가건반악기 연주로 유수진이 기량을 발휘한다..


번역 최영주, 각색 조연출 이상희, 무대감독 이동인, 조명감독 김수원, 작곡 조선형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도 드러나, 극단 초인의 라본느 뮐러 작 박정의 연출의 특급호텔을 관객의 기억에 길이 아로새겨질 한편의 걸작 공연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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