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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47] 극단 불 드림시어터 소극장, 전기광 연출 '공공공공'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5-10 11:36:14
  • 수정 2023-02-15 07: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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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드림시어터 소극장에서 극단 불 & 드림시어터 소극장의 주수자 작, 전기광 연출의 <공공공공>을 관람했다.

저자 주수자는 시인이자 소설가, 희곡작가이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그 후 미국, 프랑스, 스위스 등지에서 23년간 해외생활을 하면서 한국어로 소설을 써서 등단한 작가다. 그는 시와 소설, 희곡 장르를 넘나들며 그의 국제적 배경에 못지않게 다른 예술 분야에도 다양한 경험과 작품들을 소유하고 있는 독특한 예술가다. 작품으로는 빗소리 몽환도, 안개동산, 유리가 있는 풍경, 붉은 의자 등이 있다.

전기광(全基光, 1966~)은 서울예술대학 출신으로 황산벌, 비단구두, 라디오 스타, 쉬리, 내 청춘에게 고함, 평양성 그 외의 영화에 출연하고, 방송극 딸부자집, 야인시대, 뮤지컬 번개 맨의 가족뮤지컬 밀림의 왕 타잔, CAT'S, 님을 찾는 하늘 소리, 아가씨와 건달들, 얼레야, DMZ, 광개토대왕, 베이비 베이비, 스팅, 연극으로는 방황하는 별들, 꿈꾸는 별들, 불타는 별들 등에서 기량을 발휘한 미남배우다. 연출작으로는 서도소리극 추풍감별곡, 개 같은 날의 오후, 시집가는 날, 방황하는 별들, 팔관회, 고양시 열린 음악회, 한강문화축제, ROCK페스티벌, 빗소리 몽환도, 괜찮아요, 등을 연출했다.

무대는 감방이다. 상수 객석 출입구가 감방 문 역할을 한다. 공공공공이라는 번호가 없는 무기수인 노 죄수가 죄수복이 아닌 실내복 차림으로 작은 벤치에 좌정을 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이상한 울부짖음 같기도 하고 비명 같기도 한 소리가 간간이 들려온다. 간수가 1234라는 번호표를 단 청년을 데려와 감방에 집어넣는다. 청년은 반항심과 분노, 불만으로 가득 찬 듯싶은 모습이라, 노년의 무기수는 청년에게 이 것 저 것을 물어본다. 그러나 청년은 대답을 잘 하지 않고 무기수에게 소리를 지르고 대어들기까지 한다. 무기수는 질문을 포기한다. 

간수가 이번에는 주식 브로커라는 남성과 가슴에 666이라는 번호표를 단 자칭 신의 예언자라는 남성을 한꺼번에 감방에 집어넣는다. 주식 브로커의 자기자랑과 신이란 신은 다 들먹이며 예언자처럼 행세하는 남성을 보고 청년은 사기를 전문으로 하는 악인과 신을 빙자해 거짓 예언을 하는 사기꾼의 모습에 혐오를 느낀다. 수감생활자들은 함께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얇디얇은 밀가루 전 같은 식사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감방생활을 한지 얼마 아니 되어 청년과 브로커 그리고 예언자는 말다툼을 벌이다가 폭력행사까지 하게 된다. 노죄수가 말리지만 소용이 없다. 간수까지 뛰어들어와 싸움을 말린다. 그러다가 청년이 식사시간에 감춰둔 포크로 브로커를 찌른다는 게 노 죄수를 찌르고 만다. 노 죄수는 절명한 듯 쓰러진다. 괴이한 비명소리와 울부짖음이 계속 들린다.

장면전환이 되면 노 죄수와 간수만 등장한다. 다툰 사람들은 달리 독방신세가 되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노 죄수와 간수의 대화가 시작된다. 장기간 두 사람이 가까워지면서 비밀 이야기까지 하는 사이가 된 모양이다. 두 사람은 친구처럼 다정하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간수가 비밀이라며 노 죄수의 귀에 대고 천기를 누설하듯 속삭인다. 노 죄수도 간수의 귀에 대고 똑 같이 천기를 누설하듯 속삭인다. 그러면서......

문경민이 무기수인 노 죄수, 이윤상이 간수, 권동렬, 임지상, 이재현, 최주원, 김재한이 죄수로 날자 별로 출연한다. 출연진의 성격창출에서 감정표현은 물론 호연과 열연으로 극을 이끌어 갈채를 받는다. 박세아가 국악연주로 분위기 창출을 돕는다.

포스터그림 정성순 화백, 조명 김철희, 무대 박재범, 영상 장재호, 소품 김종한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불 & 드림시어터 소극장의 주수자 작, 전기광 연출의 <공공공공>을 감방 속의 풍경이 아닌 한편의 현실 풍경 같은 독특하고 탁월한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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