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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유형문화재 26] 보타사 대웅전 뒤쪽 화강암 암벽에 조각된 고려시대의 '마애불'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3-10-15 23: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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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89호 보타사마애불 (普陀寺磨崖佛)


[박광준 기자] 서울특별시 성북구 안암동 개운사의 암자인 보타사 대웅전 뒤쪽 화강암 암벽에 조각된 고려시대의 마애불상이다. 이 불상은 1992년 서울문화사학회가 정기 답사 때 발굴한 것으로 높이 5m, 폭 4.3m의 거대한 보살상이다.


머리에는 좌우 옆으로 뿔이 있는 관을 쓰고 있으며, 뿔 끝에는 복잡한 타원형의 장식이 늘어져 있다. 얼굴 생김새가 토실토실하면서 어깨가 넓고 웅대한 형상을 하고 있다. 비교적 자연스럽고 미감이 풍부한 표정이며 옷은 양 어깨를 감싼 형태로 표현됐다. 최근에 온 몸을 흰색으로 칠해 백불(白佛)의 인상을 풍기는데, 입술은 붉은색, 눈과 눈썹, 윤곽은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마애불 어깨쪽의 좌우에 홈이 패여 있는 것으로 보아 불상을 보호하던 전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애불 오른쪽 아래에는 제작 당시에 새겨진 명문(銘文)이 남아있다.


보타사는 개운사(開雲寺)에 속한 암자로서 개운사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보타사의 대웅전 뒤에 있는 커다란 바위면을 'ㄱ'자 형태로 깊게 파고 그 안에 보살상을 새겼다. 측면에서 보면, 벽면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위쪽에는 자연석의 보개(寶蓋)가 늘어진 형태로 되어 있다.


현재 마애불 앞에는 대웅전이 있지만 이 마애불상이 새겨진 바위면 좌우에 구멍의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마애불을 중심으로 별도의 목조 전각(殿閣)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낮은 부조로 새겨진 이 마애불상은 몸전체에 호분(胡粉)이 칠해져 있어서 흔히 '백불(白佛)'이라고도 부른다. 이처럼 불상에 호분을 두껍게 칠한 백불의 예로는 고려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서울 홍은동 보도각 마애보살좌상과 안성 굴암사 석조약사여래좌상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이 불상들은 갸름하면서 약간 살이 붙은 얼굴과 옷자락 사이로 주름들이 형식적으로 흘러내린 점등에서 양식적으로 거의 유사한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보타사 마애보살상이 새겨진 바위면은 보도각의 마애보살상 보다 더 굴곡져 있어 고개를 약간 숙인 얼굴이나 신체의 부드러운 선들이 바위 면을 그대로 이용한 듯하다.



이 마애보살상은 5m에 이르는 거대한 불상으로 두 다리를 포개어 결가부좌한 자세로 앉아 있다. 머리 위에는 원통형의 보관(寶冠)을 쓰고 있는데 관대(冠帶)의 좌우에 늘어진 복잡한 장식이나 목걸이와 팔찌, 그리고 얼굴의 이목구비에 칠해진 채색 등이 흰색의 호분과 함께 화려하면서 장식적인 느낌을 준다.


보살의 대의(大衣)는 모두 호분으로 칠해져 쉽게 구분되지 않지만 양어깨에 가볍게 걸쳐져 있다. 특히 왼쪽 가슴을 가로지르는 스카프 형태의 천의가 밖으로 흘러나오도록 표현됐다. 


오른손은 어깨 높이로 올려 엄지와 둘째손가락을 맞대었고 왼손은 무릎 밑으로 내려 엄지와 셋째 손가락을 맞대고 있다.



이 불상은 크기가 매우 크면서 특히 벽면 자체의 굴곡이 마애불의 부드러움을 더해주는 것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경기도 지역에서 조성됐던 고려 후기 마애불상 중의 하나이다.


마애불상의 왼쪽 편으로 '나무금강회상불보살(南無金剛會上佛菩薩)' 등이 새겨진 원패(願牌) 모양의 장식이 보인다. 원패는 원래 부처.보살의 이름을 적어 불단 위에 놓는 목제 장식물로 마애불상 옆에 새겨져 있는 점이 흥미롭다.


원패는 시대마다 유행된 문양이 다른데 이 마애불의 원패처럼 연꽃 받침과 연잎이 장식된 직사각형 형태는 고려시대 사경(寫經)의 표지화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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