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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유형문화재 20] 흥천사의 불화(6)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3-10-11 22:18:38
  • 수정 2023-10-12 14: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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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11호 만세루 제석천도-제412호 도량장엄번-제423호 시왕도

[박광준 기자] # 만세루 제석천도


만세루 제석천도(興天寺 萬歲樓 帝釋天圖)는 서울특별시 성북구 소재 흥천사에 있는 조선 시대의 제석천도로, 2017년 6월 8일 서울특별시의 유형문화재 제411호로 지정됐다. 


가로와 세로의 크기가 거의 비슷한 규모로 제석천을 중심으로 天部世界의 여러 신들을 그린 비교적 간단한 구성의 신중도로, 화면 하단 중앙쪽으로 화기란을 마련해 조성연대, 봉안처, 화승, 시주자 등을 기록했다.


화면의 중앙의 제석천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면서 제석천을 감싸듯 天部衆과 天女 등의 권속들이 빙 둘러 배치되어 있다.


제석천의 경우 원형의 頭光과 장방형 身光을 구비한 모습으로 정면을 향해 두 손을 합장하고 있다. 두광은 짙은 암록색인 반면 신광은 토황색에 가까운 밝은 갈색 바탕에 황색의 구불구불한 선과 직선을 반복적으로 그어 마치 몸에서 빛이 방사하는 것처럼 처리해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보인다.


만세루 제석천도/사진-문화재청

한편 제석천 주위로는 관을 쓰고 笏을 든 왕 모습의 천부중 8위가 배치됐는데 하단에는 제석천을 향해 ∧꼴을 이루며 좌우로 각 3위씩 6위를 두고, 상단 어깨 좌우로는 각 1위씩 2위의 천부중을 그려 놓았다. 천부중은 遠遊冠 형식의 관모를 쓴 상이 4위, 方形 또는 半月形 日月冠 을 쓴 상이 4위로 일월관을 쓴 상의 경우 日宮天子와 月宮天子로 추정된다. 그리고 상단 천부중 옆으로는 幢幡을 들고 과일을 받쳐 든 天女의 모습이 보이면서, 상단 중앙부 제석천 머리 위좌우로는 幢과 扇을 들고 있는 두 명의 童女가 자리했다.


왕의 모습을 한 천부중은 턱이 두툼하니 통통한 얼굴에 눈과 코를 가는 먹선으로 그리고 주위에 옅게 음영을 가했다. 눈동자가 대부분 가운데 쪽으로 몰려있어 해학적인 느낌이다.


채색의 경우 의복과 관 및 광배는 19세기 중반 이후에 주로 나타나는 탁한 赤色과 暗綠色이 주조를 이룬 반면, 각 존상의 피부색은 흰색에 가까울 정도로 밝게 처리하고 하늘 공간과 관 및의복에 밝은 청색을 사용해 환한 느낌을 준다. 천부중들이 들고 있는 홀과 관모에 부분적으로 金이 사용되고, 옷 위에 그려진 문양 일부에도 금을 사용했다. 배경을 이루는 구름은 녹색과 밝은 갈색 구름으로 바름질을 가하여 입체감을 주고 있다.


화면 하단 중앙의 畵記의 내용으로 보아, 이 불화는 淸信女 乙未生趙氏妙法月과 乙巳生元氏 의 시주로 光緖 16년인 1890년 도편수 ?긍조?가 책임화승을 맡고?정익?과?성전?이 참여 하여 조성됐음을 알 수 있다.


# 도량장엄번


도량장엄번(道場裝嚴幡)은 도량장엄용 의식불화인 오여래도.사보살도.팔금강도로서, 오여래도 5점, 사보살도 4점, 팔금 강도 7점(8점 중 1점 결실) 등 총 16점이다. 오여래도.사보살도.팔금강도는 불교의식을 진행하 기에 앞서 야외 의식도량에 현괘되어 도량 주위를 結戒하고 수호하는 기능을 맡은 도량장엄용 불화로 대부분 괘불도와 함께 조성된다.


五如來圖는 南無多寶如來, 無妙色身 如來, 南無甘露王如來, 南無廣博身如來, 南無離怖畏如來 등 5폭으로, 각 폭의 향우측 상단에 존상의 명칭이 적혀있다. 오여래는 수인과 착의법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모두 녹색의 두광과 흰색의 신광을 지니고 붉은 법의를 입고 붉은 연꽃 위에 두 발을 딛고 서있다. 다보여래와 감로왕여래는 오른손은 가슴 앞으로 들어 2, 3지를 구부리고 왼손은 가슴부근으로 올려 엄지와 3지를 맞대고 있다. 이포외여래는 오른손을 길게 무릎 아래로 늘어뜨리고 왼손은 가슴부근으로 올려 엄지와 3지를 맞대었다. 광박신여래는 두 손을 가슴 부근으로 올려 손가락을 맞대고 묘색신여래는 두 손을 벌려 설법인을 취했다.


四菩薩圖는 오여래도와 같이 불교의식을 행할 때 도량을 장엄하는 역할을 하는 번이다. 일반 적으로 장엄용번에 그려지는 사보살은 金剛索菩薩, 金剛眷菩薩, 金剛愛菩薩, 金剛語菩薩이지만, 흥천사 번의 경우 그림에 기록된 명칭으로 볼 때 神衆壇에서 奉請하는 104位신중 가운데 方便 擎物眷菩薩, 現身調伏愛菩薩, 普警群迷語菩薩 등 세 보살과 大聖引路王菩薩 등 4구를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 세 보살은 모두 녹색의 두광과 백색의 신광에 붉은색의 보관을 쓰고 소매폭이 넓은 붉은 천의를 입고 좌측 또는 우측을 향해 합장한 채 연꽃 위에 두 발을 딛고 서있다. 반면 인로왕보살은 幢幡을 든 동자와 함께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습으로 표현됐는데, 이러한 모습은 靈山齋를 통해 천도된 망자들은 극락으로 인도하기 위해 인로왕보살이 하강하는 장면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량장엄번/사진-문화재청

八金剛圖는 사보살도, 오여래도처럼 불교의식을 행할 때 그 도량을 장엄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장엄용 불화이다. 靑除災金剛, 辟毒金剛, 黃隨求金剛, 白淨水金剛, 赤聲火金剛, 定除災金剛, 紫賢神金剛, 大神力金剛 등으로 구성되지만, 여기에서는 黃隨求金剛圖가 결실돼 7폭만 남아있고, 대신력금강 대신에 대예적금강도가 포함됐다. 


7폭 모두 가는 먹선을 이용해 전체 화폭의 안쪽에 방형으로 화면을 구획하고 그 중앙에 금강의 모습을 크게 부각시켜 묘사했다. 붉은 옷에 두건을 쓴 紫賢神金剛을 제외한 나머지 금강은 모두 근육이 불거진 신장의 모습으로 칼.창.철퇴 등을 들고 있는데, 백정수금강은 마치 南極星(壽星老人)처럼 정수리가 높이 솟아있는 모습이 흥미롭다. 또한 대예적금강은 3面3目8臂像으로 손에는 金剛鈴, 印璽, 寶劍, 法輪, 뱀, 牽索 등을 들고 있으며, 다른 금강들과 달리 방형의 대좌위에 두 다리를 벌린 채 정면을 응시하고 앉아있다. 대예적금강은 석가모니불의 화신으로서 일체의 악을 제거하는 위력을 가졌는데, 팔금강을 거느리고 불법을 옹호하면서 중생을 교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보통 8금강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여기에서는 대신력금강 대신에 대예적금강을 함께 그린 것이 특이하다.


2017년 6월 8일 도량장엄용 의식불화인 오여래도(五如來圖) 5점, 사보살도(四菩薩圖) 4점, 팔금강도(八金剛圖) 7점(8점 중 1점 결실) 등 총 16점이 서울특별시의 유형문화재 제412호로 지정됐다. 


# 시왕도(十王圖)


시왕도는 패널에 오려 붙인 형식으로, 열 명의 왕 중, 2왕 또는 3왕을 한 폭(점)으로 구성한 4폭(점) 형식이다. 지장시왕도를 중심으로 우측(향좌)으로 1왕.3왕도 1폭, 5왕.7왕.9왕도 1폭, 좌측(향우)으로 2왕.4왕도 1폭, 6왕.8왕.10왕도 1폭 등이 배치되는 것이 원칙이나 일부 방제가 누락되거나 그 내용 역시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패널에 오려 붙일때 그 내용과 순서에 다소 혼동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즉, 1왕.3왕과 2왕.4왕의 방제가 뒤바뀌고 5왕인 염라대왕에는 제7태산대왕의 방제가 붙어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원래 각 왕의 방제가 각 화면에 쓰여진 것이 아니라 두 화면에 걸쳐있는 것도 있다 보니 판넬에 오려 붙일 때 혼동이 된 것 같다.


시왕도(十王圖)/사진-문화재청5.7.9왕도와 6.8.10왕도의 화기는 배접할 때 일부 잘려졌으나 “삼각산 흥천사 명부전에 봉안되었으며”, “상궁이 시주하였다”는 내용은 읽을 수 있다. 특히 “乙酉”의 “酉”가 남아있어 1885년에 제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왕도(1885)는 19세기 말 서울.경기지역에서 성행했던 대표적인 시왕도에 속하고, 보광사 시왕도(1872), 화계사 시왕도(1878), 봉국사 시왕도(1898), 봉원사 시왕도(19세기말) 등과 유사한 도상을 보여준다. 화면의 상단에는 시왕을 중심으로 심판하는 장면이 그려지고 하단에는 지옥장면이 펼쳐져있다. 시왕이 있는 곳이 성 안쪽이고, 지옥형벌을 받는 곳이 성 바깥이라는 표현을 성벽과 구름 또는 산수, 성문 등으로 장면을 분할한 바, 이는 조선 후기 시왕도에서 성행하던 기법이다. 상단에는 병풍을 배경으로 시왕이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큼직하게 묘사 됐고, 시왕 주위의 난간과 계단 아래쪽에 권속들이 시립하고 있다. 옥졸은 대부분 창과 같은 무기류를 들고 있으며, 판관은 복두를 쓰고 傘이나 扇 등, 동자는 벼루, 두루마리, 책, 천녀는 扇을 들고 있다. 하단은 거의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지옥의 형벌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2018년 2월 8일 서울특별시의 유형문화재 제423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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