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기자] 종이가 발명되기 전 백제인들의 주요 기록 수단이었던 나무 조각 ‘목간(木簡)’을 통해 백제의 기록문화를 엿볼 수 있는 특별전이 오는 7월 30일까지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2009년 이후 새로 출토된 자료를 포함해 다양한 형태와 내용의 목간을 만날 수 있다.
모두 3부로 구성되는 전시의 1부 ‘목간, 발굴에서 보존까지’에서는 나무로 제작된 문자 자료 목간이 1천500년 동안 땅속에서 썩지 않고 발견된 이유와 이후 어떤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문자 자료로 활용될 수 있게 되는지 다룬다.
이어 2부 ‘목간, 어디에서 나왔을까?’에서는 백제 목간의 90% 이상이 발견된 사비도성, 즉 오늘날의 부여읍의 모습을 축소모형(디오라마, diorama)으로 선보이고,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기술을 적용한 영상을 통해 목간 발견지역을 입체적으로 소개한다.
마지막 3부 ‘목간, 나무에 쓴 백제 이야기’에서는 그동안 백제 목간에 쓴 글씨를 판독하고 목간과 함께 출토된 문화재를 연구하면서 축적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백제 목간을 11가지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즉 백제인들의 신분과 이름, 행정, 세금 징수와 꼬리표, 구구단, 의료, 대출과 이자, 백제 사찰과 제사, 손편지, 글씨 연습과 폐기, '논어' 등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백제 사람들의 삶의 기록을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백제의 관리를 주인공으로 한 ‘어느 백제 공무원의 하루’를 준비해 목간에 담긴 주제를 오늘날 기록문화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 대화 형식으로 소개한다.
국립부여박물관은 “목간은 몇 글자 되지 않는 내용이 적힌 나뭇조각에 불과하지만,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가치를 담고 있다.”면서, “이번 특별전에서 목간에 적힌 백제 사람들의 손글씨를 감상하며, 문자를 자유자재로 구사한 백제 사람들의 수준 높은 기록문화와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특별전과 연계해 백제의 기록문화를 재조명하고 학계의 최신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학술심포지엄이 오는 25일 박물관 사비마루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