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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기획공연 ‘명색이 아프레걸’
  • 이승준 기자
  • 등록 2021-12-02 17:53:35
  • 수정 2021-12-02 18: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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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최초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을 통해 바라본 여성의 삶


[이승준 기자] 국립극장은 3개 전속단체(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가 참여하는 국립극장 기획공연 ‘명색이 아프레걸’을 오는 17일부터 31일까지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1923-2017)의 주체적인 삶을 그린 작품으로 지난 1월 초연했다. 초연 당시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5회 공연에 그쳤으나 최근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11개월 만에 해오름극장에서 다시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명색이 아프레걸’은 영화 ‘미망인’(1955)를 연출한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아프레걸(après-girl)’은 한국전쟁 이후 새롭게 등장한 여성상을 일컫는 당대 신조어로 봉건적 사회 구조와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 안에서 자신의 주체적 역할을 찾은 여성을 지칭한다. 


주인공 박남옥은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까지 격동의 시절을 살아오면서 전통적 여성상에 도전한 대표적인 인물로 꿈을 이루기 위해 아이를 업고 촬영장을 동분서주하면서 영화 ‘미망인’을 제작했다.


작품은 여성의 사회활동이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던 박남옥의 주체적이고 파란만장한 삶과 그가 남긴 유일한 영화 ‘미망인’의 서사를 교차하면서, 시대를 앞서간 한 인간의 삶과 고뇌를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이 작품은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의 주체적인 삶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아이를 낳고 사흘 만에 영화관을 찾은 박남옥의 노래로 시작되는 작품은 박남옥의 첫 영화이자 마지막 영화가 된 ‘미망인’의 제작 과정과 영화 속 장면들, 그리고 과거 그녀의 삶의 단편들이 교차되면서 흘러간다. 


세상의 편견과 제약을 넘어 영화감독의 꿈을 키워온 박남옥의 삶과 극중극으로 펼쳐지는 영화 ‘미망인’ 속 장면 등 시공간을 넘어 펼쳐지는 이야기에는 한국전쟁 이후 새롭게 나타난 여성상인 ‘아프레걸’을 바라보던 당시 사회 분위기와 한 인간의 고뇌가 녹아있다.


실제 박남옥의 삶에 더해 공연 속 작가적 상상력이 가미된 여러 장치도 극의 재미를 더한다. 주인공 박남옥과 함께 김신재.나애심.윤심덕 등 당대를 대표하는 여성 예술가들이 등장해 당시의 다양한 여성상을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안타깝게 소실돼 추측으로만 남겨져 있던 영화 ‘미망인’의 결말 부분도 공연에서는 작가 고연옥의 상상력을 담아 새롭게 완성했다. 


고연옥 작가는 “박남옥 감독이 촬영장에서 아이를 업고 있는 사진이 지금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면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와 맞닿아있어 동시대적 공감대를 끌어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색이 아프레걸’은 시대를 앞서간 여성의 삶 뿐 아니라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인간의 정신과 가치를 다룬다. 두터운 사회적 편견과 직업 장벽에 가로막혀 비록 단 한 편의 작품만을 남겼으나 박남옥 감독이 그 의미 있는 ‘시작’을 연 이래 1980년대 이미례, 1990년대 변영주·임순례 등 여성 영화감독의 계보가 이어질 수 있었다. 이러한 길고도 더딘 변화의 과정을 거쳐 현재에는 수많은 여성 영화감독이 영화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연출가 김광보는 “박남옥의 삶을 감히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으로 단정할 수 없다”라면서, “여성 감독의 영화계 진출 초석을 마련한 그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관객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라 밝혔다.


이번 재공연은 해오름극장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국립극장 3개 전속단체 단원들을 비롯한 초연의 두 배에 가까운 총 75명의 출연진이 참여한 풍성해 볼거리의 대형 연말공연으로 탈바꿈했다. 


초연 당시 6명의 무용수만 참여했던 국립무용단은 이번에 22명으로 출연진을 확대해 더욱 규모 있는 안무를 선보이면서, 국립국악관현악단도 실내악 편성에서 밴드 포함 26인조 편성으로 확장해 한층 풍성한 사운드를 선보인다. 


한편, 기존 박남옥의 일상 공간과 영화 ‘미망인’ 속 세트장으로 나뉜 2층 구조 무대에 대형 LED 장치를 추가하며 더욱 생동감 넘치고 감각적인 미장센을 구현할 예정이다.


초연 무대는 김광보의 섬세한 연출과 고연옥의 탄탄한 대본, 나실인의 아름다운 음악이 어우러져 “전통예술의 색깔이 살아있되 전통의 문법에 얽매이지 않은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재공연을 위해 다시 뭉친 제작진들은 작품의 큰 흐름은 유지한 채, 새로운 해오름극장 무대 스케일에 맞춘 수정.보완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주인공에 대한 관객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박남옥의 고뇌를 조명하는 장면이 추가되는가 하면 국악기와 소리꾼의 장점이 보다 돋보일 수 있도록 음악도 대폭 수정했다. 


또한 새롭게 합류한 안무가 이경은이 대극장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안무를 추가하고 국립무용단원 장현수가 협력안무를 맡아 한국적인 춤사위에 깊이를 더한다. 


이외에도 협력연출 윤혜진, 무대디자이너 박상봉, 영상디자이너 정재진, 조명디자이너 이동진, 의상디자이너 김지연, 소품디자이너 정윤정, 분장디자이너 백지영 등 걸출한 제작진이 합류해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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