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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의 ‘신앙 출발지'...'마재성지'
  • 이승준 기자
  • 등록 2021-09-15 10:23:27
  • 수정 2023-12-21 13: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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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승준 기자

[이승준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자리한 마재성지의 옛 이름은 능내리 마현(또는 마재)이다. 이 지역에 서원부원군 한확의 묘가 있어 능내(陵內)라 했고, 말을 타고 광주 분원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어서 마현(馬峴) 또는 마재(馬峙)라 불렀다. 


이곳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하나가 된 물길은 몽환적으로 남양주 10경에 꼽힐 만큼 수려하다. 새벽이면 물안개를 피우고 온종일 소내섬을 감싸고 유유히 흐르는 맑은 물은 마음마저 씻어준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이 한강 물길을 ‘열수’(洌水)라 했다.


사진-이승준 기자마재성지는 복음을 받아들인 정씨 형제들과 믿음과 순교로 성가정을 일군 정약종 가족을 현양키 위해 지난 2006년에 조성됐다. ‘도마 성전’이라는 한글 현판이 걸린 한옥 성당과 약종 동산, 성가정 동산으로 이뤄졌다. 


현재 마재성지가 들어서 있는 자리는 한국 천주교 창립 성현 중 한 명인 정약종과 그의 형제들이 살았던 생가터다. 


18세기 중반 이 피안의 땅 마재에 살던 나주 정씨 집안의 약전.약종(아우구스티노).약용(요한 세례자) 형제가 한역서학서(漢譯西學書, 한문으로 번역된 교리서)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익히고 복음을 신앙으로 받아들였다. 이들 형제 가운데 정약종의 가족 모두는 조선 왕조 치하에서 순교해 복자와 성인품에 올랐다. 그들이 바로 복자 정약종과 정철상, 성 유조이(체칠리아)와 정하상(바오로), 정정혜(엘리사벳)이다.


사진-이승준 기자

사진-이승준 기자

많은 천주교 성지들이 ‘순교지’인데 반해 마재성지는 한 가정의 ‘신앙 출발지’이다. 정약종을 비롯한 그의 형제와 가족 중에는 천주교 신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박해로 순교하거나 유배생활을 했던 이들도 많았다.실학자로 더 잘 알려진 정약용은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유배를 떠나야 했고, 약종은 서소문 밖에서 순교했다. 그리고 약종의 부인과 세 자녀들도 유배생활을 했고, 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를 떠나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또한 약현의 사위 황사영도 순교했다. ‘한국 천주교의 역사’에서 마재마을은 매우 의미 있는 장소로, 이곳은 ‘한국 천주교의 요람’으로도 불린다.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한옥 성당이다. 한옥으로 지어진 성당에는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고 쓰인 현판이 걸려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사진-이승준 기자

현판에 쓰인 글은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이었던 토마스(도마)의 고백으로, 의심이 많았던 토마스는 부활한 예수의 가슴에 난 상처에 손을 댄 후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고 신앙고백을 하자, 그러자 예수는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요한 20, 27~29)”라고 답했다는 기록이 성서에 남아 있다.


이 토마스의 고백이 마재성지의 성당에 걸린 이유는 보지 않고도 하느님을 믿었던 정씨 형제들의 신앙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사진-이승준 기자

사진-이승준 기자

사진-이승준 기자

사진-이승준 기자성당 옆에는 만남의 장소와 전시관 역할을 하는 ‘명례방’이 있다. 한국 최초 신앙집회가 열렸던 김범우의 집은 명례방 장악원에 있었고, 명동교회 또한 이 명례방 자리에 지어졌기 때문에 이 명례방은 한국 천주교회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곳으로 여겨졌다. 


성당 맞은편에는 약종동산이 있다. 이곳에는 십자가의 길을 비롯, 여러 조각.부조상들이 세워져 있다. 야트막한 동산 위로 이어지는 십자가의 길은 예수가 십자가 지기까지의 과정을 14장면으로 나눠 조각상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곳을 찾은 순례객들은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서 기도를 올린다. 


사진-이승준 기자

사진-이승준 기자이 길 중간에는 예수상이 하나 있다. 특히 여느 예수상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옷차림은 두루마기를 입어 한국적이다.


십자가의 길 끝에는 바위 위에 발목과 발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동상이 세워져 있다. 매우 주름져 있는 데다 가운데에는 못이 박힌 자리가 또렷이 남아 있다. 그리고 가운데 나 있는 구멍 사이로 피가 흐른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모습을 표현한 동상으로, 발만 있어서 그 상황이 더 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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