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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60] 스튜디오 9, 조하석 연출 '동물원 이야기'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5-31 22:27:12
  • 수정 2023-02-15 07: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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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극장동국에서 스튜디오 9의 에드워드 올비 작, 조하석 연출의 <동물원 이야기>를 관람했다.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 1928~)의 <동물원 이야기>를 시대와 배경을 한국으로 바꿔 재창작한 작품이다. 에드워드 올비는 미국 극작가 겸 연출가다. 워싱턴에서 출생해 어릴 때 부호 올비 집안의 양자가 되었는데, 가정생활은 유복했지만 애정이 결핍되어 뒤에 작품 주제의 방향이 가정불화, 부부의 갈등 등으로 기울어졌다. 

대학 중퇴 뒤에는 뉴욕에서 여러 가지 직업을 전전하다가 창작을 시작했다. 1959년 현대생활의 폭력적인 인간관계를 그린 단막극 <동물원이야기>가 베를린에서 초연되어 주목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브로드웨이를 벗어난 소극장에서 상연하는 극)에서도 <미국의 꿈>(1961)을 포함한 단막극이 차례로 공연되어, 미국 전위극의 기수로 등장하게 되었다.

1962년에는 처녀 장막극으로 황폐한 가정의 실체를 그린 대표작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하였다. 이후 철학적인 <작은 앨리스>(1964), 중년 남녀가 좌절감에 흔들리는 심리와 권태를 그린 퓰리처상 수상 작품 <델리키트 밸런스>(1966), <바다의 경치>(1975) 외에 사실주의적 장막극이나 실험적 단막극을 발표하여, 1960년대를 대표하는 극작가가 되었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미국의 꿈에 대한 허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점에 있다. 특히 가정 내부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의 잔혹함이나 고독이 가져오는 황폐를 파헤치는 등 예리한 필치로 문명비평을 했다.

조하석은 배우이자 연출가다. 영화에 추파, 너나 잘하세요,로스트, 짐승, 휴일, 무방비도시, mercy me mercy you, 불꽃처럼 나비처럼, 부산, 로사 이야기, 황해, 부당거래, 평양성, 최종병기 활, 가시, 무게, 베를린, 소리 없는 남자, 미나 문방구, 진영이, 명량, 회오리 바다에 출연하고, 연극에는 동물원 이야기, 아름다운 낯선 여인, 돌아온 박첨지에 출연하고 동물원 이야기를 연출했다.

연극 <동물원 이야기>는 햇볕이 따뜻한 일요일 오후. 40대 초반의 출판사의 관리직에 있는 평범하고 전형적인 중산층인 피터는 센트럴 파크의 한적한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이때 초라한 모습의 제리가 다가와서 느닷없이 동물원에 갔다 왔다고 하면서 내켜 하지 않는 피터와 대화를 시작한다. 

대화중에 피터가 부인과 두 딸에, 잉꼬 2마리, 고양이 2마리가 있다는 걸 알아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정작 제리가 원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진정한 만남이고, 대화이다. 스스로 “영원한 방랑객”임을 자처하는 제리는 무슨 얘기를 해도 피터가 자신에게로 다가오려 하지 않자 드디어 개와의 접촉을 시도한 ‘제리와 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하려 했던, 그 어떤 것하고의 만남을 위한 노력을 이야기하지만, 피터에게 그의 얘기는 이해되지 않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피터와의 대화의 실패를 인식한 제리는 동물원에서 있었던 얘기를 빌미로 피터의 유일한 안식처인 공원벤치를 폭력으로 빼앗으려 한다. 이전까지 소극적이고 소심하게 반응하던 피터는 안식처를 빼앗길 위험에 처하자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제리는 한 때 깡패였던 자신과 공평한 싸움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피터에게 칼을 준다. 이윽고 제리는 두려움에 떨면서 칼을 쥐고 있는 피터에게 돌진하여 스스로 칼에 찔리고,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마침내 소원하던 진정한 만남을 이룬다.

무대는 동물원에 벤치 한 개가 중앙에 놓이고, 피터가 책을 읽고 있는 벤치 주변에 제리가 다다와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말을 거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제리는 혼잣말을 하듯 연신 지껄이고, 피터는 답변 없이 듣기만 하다가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하는 모양으로 시작하고, 제리는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점점 더 열변을 토하듯 계속하고, 피터 가까이 다가가 벤치 자리싸움까지 벌인다. 

그러다가 우격다짐이 되면서 제리는 칼을 뽑아들고 결국 격돌하는 양상으로 바뀌고, 제리는 자신이 뽑아든 칼에 찔리고 만다. 피터가 놀라 손수건을 꺼내 간호하려하자 제리는 필요 없으니 어서 자리를 떠나달라고 한다. 결국 피터는 자리를 떠나고 제리의 죽어가는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난다.

조하석이 제리, 윤관우가 피터로 출연해 작품에 어울리는 성격설정과 연기로 관객을 극 속으로 심취시키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조명 신지인, 무대 문수영, 음악 천대식, 디자인 한종훈, 진행 정해린, 제작 기획 스튜디오 9 등 스텝진의 기량과 열정이 드러나, 스튜디오 9의 에드워드 올비 작, 조하석 연출의 <동물원 이야기>를 관객의 기억에 기억될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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