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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59] 지공연협동조합, 장봉태 연출 '반성문 살인기억'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5-31 22:19:19
  • 수정 2023-02-15 07: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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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어터 쿰에서 지공연협동조합의 김환일 작, 장봉태 연출의 <반성문 살인기억>을 관람했다.

김환일(1973~)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주요 작품의 공연 및 수상 이력은 다음과 같다. 

2019년 1월 「고해(告解), 고해(苦海)」 [경상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 2019년 3월 「레테, 망각의 강」 인하극예술연구회 제80회 정기공연, 2019년 3월 「고해(告解), 고해(苦海)」 공연(28회 신춘문예 단막극전), 2019년 4월 「2인실」, 「양팔저울」 낭독공연, 2019년 6월 「양팔저울」 공연(무작정 페스티벌), 2019년 7월 「고해(告解), 고해(苦海)」 공연(무작정 페스티벌), 2019년 8월 「레테, 망각의 강」, 「도금의 시대」 공연(제3회 극장 동국 연출가전), 2019년 8월 「반성문 살인 기억」 낭독공연(아르코예술극장 스튜디오 다락), 2019년 8월 「양팔저울」 공연(제19회 밀양공연예술축제 젊은 연출가전), 2019년 10월 「양팔저울」 공연(제9회 서울미래연극제 경연부문)

장봉태(1970~)는 배우이자 연출가로 극단 단잠의 대표다. <막무가내들><키스할까요>에 출연해 기량을 발휘하고, <품바><유령친구> <버스를 놓지다> <나는 잘 있습니다.> <성인용 한글나라><어메이징 컴퍼니>를 연출하고, 연극집단 반의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의 <원맨쇼>를 기획한 발전적인 장래가 기대되는 배우 겸 연출가다.

. 연극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났던 인권 유린 사건을 다룬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을 통해 인권유린 사건을 오래 기억함으로써 가슴 아픈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사회복지법인 형제복지원(社會福祉法人兄弟福祉院)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대한민국 부산직할시 북구 주례동 산 18번지(현재 부산광역시 사상구 백양대로 372) 일대에 위치했던 부랑자 강제수용소로, 3,146명이 수용 가능한 대한민국 최대의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다. 1987년 3월 22일 직원의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이에 35명이 탈출함으로써 그 내부에서 일어난 인권유린이 드러나게 되었다. 1975년 내무부훈령 제410호, 그리고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민국 정부가 대대적인 부랑인 단속에 나선 것이 형제복지원 설립의 배경이었다.

형제복지원은 폐쇄 이후,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려졌지만, 이후 빠르게 잊혔다. 27년 뒤, 1984년 입소하여, 1987년 폐쇄당시 전원조치된 피해자인 한종선이 2012년 5월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 전규찬과의 공저 <살아남은 아이>(한종선, 전규찬, 박래군)의 책을 통해 형제복지원에서의 실상을 글과 그림으로 증언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형제복지원진상규명을위한 대책위원회, 형제복지원피해생존자모임이 결성되었다. 2014년 3월 2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홀로코스트 그리고 27년:형제복지원의 진실'에서는 27년 간 감춰져 온 이 사건의 의혹과 진실이 방영되었는데, 이 복지원에서는 수용자들의 중노동은 물론 수용자들에 대한 구타와 감금 그리고 성폭행까지 자행됐으며, 12년 동안 500명이 넘는 인원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2018년 11월 27일에 한종선씨 등 형제복지원 피해자 30여명을 만나 "검찰이 외압에 굴복해 수사를 조기에 종결하고 말았다는 과거사 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하면서 "검찰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였다면 형제복지원 전체의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지고, 인권침해에 대한 적절한 후속조치도 이루어졌을 것"이라며 "피해사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하고, 현재까지 유지되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 점에 대하여 마음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무대는 배경의 창을 마치 차일처럼 가리고 조명효과로맘 차일 안을 볼 수 있도록 하고, 과거 회상장면에서 소년 소녀가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주인공의 청년시절에 그와 몸과 마음을 같이 하고 임신까지 한 여인이 등장하는가 하면, 그와 가까웠던 나이든 여인도 등장해, 배경에서 돌아 무대로 들어와 연극을 펼친다. 무대는 흥사단 사무실 포스터가 붙어있고, 탁자와 의자형태의 조형물을 배치했다. 또한 형제 복지원 시절도 재현되고, 시체를 파묻는 공간으로도 사용된다.

전직 경찰출신의 사장과 방송사 피디 출신의 실장이 동업하는 흥신소로 주인공 노인이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인물을 찾아달라고 찾아온다. 흥사단에서는 이 노인의 기억을 떠롤리도록 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한다. 노인의 청년시절이 재현되면서 그와 사랑을 나눈 여인이 등장하고 두 사람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피어오를 무렵, 형제복지원 담당 관리자가 경찰처럼 행세하며 청년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한다. 청년이 차에 있다고 가지러 가려고 하자 관리자은 방망이로 청년의 머리를 때려 실신시킨다. 그 때부터 청년은 기억을 잃어버린 인물이 된다. 

형제 복지원에서의 생활이 펼쳐지면서 그 속에서 몇몇 인물과 대하게 되고 소년 한 명과 가까워진다. 그런데 관리자가 그 소년에게 당치않은 이유를 들어 매질을 하려다가, 청년에게 대신 매질을 하라고 시킨다. 그 뿐 아니라, 아직 목숨이 붙어있는 소년을 실신시킨 후 매장을 시키려 하면서 이 일을 청년에게 시킨다. 거절을 하는 청년에게 관리자는 사정없이 매질을 한다. 꿈틀거리는 자루 속의 소년의 모습을 청년은 평생 잊지를 못하고, 자신이 파묻어 주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세월은 흐르고 주인공은 노인이 된다. 

노인은 사람이고 연관된 내용이건 간에 다 찾아 준다는 흥신소를 찾아와 과거의 기억과 잃은 여인은 물론 자신이 살해한 것으로 생각하는 소년에 관해, 어떤 인물들인지 알고 싶고 살해한 것과 관련해 반성문을 작성하노라고 이야기한다. 

흥사단 종사 사장과 실장은 그와 관련해 세밀히 조사를 하고, 결국 소년을 살해한 사람은 노인이 아닌 것을 밝혀내고, 그의 아이를 임신해 출산한 여인과 관련한 정보도 알려준다. 대단원에서 자신은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노인은 항상 반성하고 회개하려던 생각에서 벗어나, 무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차희, 맹봉학, 손정욱, 김은현, 박선옥, 장용철, 전서진, 박리디아, 권기대, 김윤태, 김루시아, 이종승, 김효진, 박원진, 임기현, 박해란 등 출연진 전원의 성격창출은 물론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을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디자인 이창원, 조명디자인 박준범, 응악 강석훈, 사진 김명집, 조연출 이종관, 조명오퍼 이의령, 제작 지공연협동조합, 기획 아트리버 등 스텝진의 열정이 드러나, 지공연협동조합의 김환일 작, 장봉태 연출의 <반성문 살인기억>을 감동만점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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