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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157] 제42회 서울연극제 극단 ETS, 김혜리 번역/연출 'Jungle'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5-29 17:47:46
  • 수정 2023-02-15 07: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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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제42회 서울연극제 극단 ETS의 Joe Murphy Joe Robertson 원작 김혜리 번역 연출의 을 관람했다.

김혜리는 배우이자 연출가다 대학은 저외과를 다녔고, 유학중 연극을 했다. 연출작으로는 <빅 러브><벤트> <프로메테우스> <욕조연극> <사랑해 416 그후> <자베트> <페이스> <나이팅게일의 소리> <핫 하우스> <리처드 3세> 등의 대본을 쓰거나 연출을 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연출가다.

조 머피와 조 로버트슨, 모두 영국 극작가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임시 극장인 굿 찬스의 설립자들이다, 

굿 찬스는 이브닝 스탠다드 에디터 상(2016), 피터 브룩 상(2017)의 수상자로, 표현의 자유 상 후보에 오른 작가들이다.

유럽의 대표적 난민촌 중 하나였던 프랑스 칼레에서 유로터널을 통해 영국으로 가려던 많은 난민들은 당시 영국을 브렉시트로 이끈 장본인인 캐머론(David William Donald Cameron) 전 총리의 ‘swarm of people’이라는 과격 한 표현으로 함축되던 강경 정책으로 묶여 있었다. 2015년, ‘Pray for Paris’를 기억하고 추모하던 이들조차 난민들을 과격분자로 낙인찍는데 주저함이 없었으며, 그저 몇 천 명의 표류난민으로 기사화 되었던 '난민'들은 ‘ Alan Kurdi(알란 쿠르디)’의 사진으로 그제서야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영국 총선에서 ‘유럽연합 회의론자’, 보리스 존슨(Alexander Boris de Pfeffel Johnson)이 승리했다. ‘영국은 이민자들이 아니라 영국인들의 나라다. 이민자들이 아니라 영국인을 우선하겠다’는 그가 내세운 공약으로 이민자들은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할 듯하다. 미국 못지않게 영국 또한 인종차별주의자들의 기세가 등등해질 것이고 난민과 이주민들이 추방되는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과 강력한 협력을 구축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탈리아의 움직임도 미지수다. ‘난민’들이 처음으로 도착하는 유럽연합국가들의 갈등 양상은 그들만의 문제가 될 수 없다.

세계화 이후 ‘세계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또는 ‘작은 세상’이라는 표현은 곳곳에서 회자된다. 이러한 표현은 기후, 경제, 정치, 문화, 질병을 포함하여 이 세계 어느 한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이들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전 지구적 상호연관성’의 현실을 예시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현실은 이제 우리 주변의 다양한 타자들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하여 근원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같은 민족인 북한과도 이러한 ‘인류 공동체’라는 가치를 적용시키지 못하고 살아 온 한국인들에게, ‘동료 인간’의 범주를 국가적 경계를 넘어서 확장하여 개인적 또는 제도적 환대를 나누는 ‘코즈모폴리턴 환대’를 사회정치적 현실 속에서 구체화하는 것은 참으로 먼 길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인종, 국적, 신분 등 다양한 이유로 처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향해서 사회정치적인 ‘환대의 지평’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도덕적 의무와 책임’이며 ‘인류공동체’의 절박한 시대적 요청이다.

극작가 Joe Murphy와 Joe Robertson은 극의 배경이 되는 정글 난민캠프에서 2년 동안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의 소재가 가진 다면성을 대본 속에 극적으로 살려 냈다. 제도의 불합리성, 혐오, 배제, 공존에 대한 질문들을 난민들의 경험을 통해 관객이 생생히 목격하도록 만들면서, 관객이 가져가는 경험을 극대화 시키는데 중점을 두었다. 극이 가지는 입체감과 인물들이 가진 사회.역사.문화적 배경과 다양성을 작품 속에 녹아 들게 만들고,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이 공존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끔 하는 것이 극의 목표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이 관람객이 아니라 칼레의 난민 캠프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목격하는 목격자로서의 경험을 선명히 가져가도록 공연을 만들었다.

불과 백여 년 전에 우리도 나라를 잃었고, 독립이 될 때까지 여러 사람들이 만주와 러시아를 헤맸던 기억이 있고, 전쟁을 겪었다. ‘희망’이라는 추상적인 가치 하나만을 붙잡고 현실과 싸우며 버텨야 했다.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다른 이들과 공감하고 교감하고 공동체를 일궈냈다.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끈질긴 질문과 절망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관객들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길 것이다.

무대는 극장 주변과 이층객석의 난간까지 현수막과 시위구호가 적힌 긴 천을 뱅 둘러 쳐놓았다. 천정과 극장 양 벽은 청홍색 전구로 뱅 돌려 달아놓고, 배경에 스크린 같은 조형물을 달아 그곳에 영상을 투사하기도 한다. 원래 무대보다 1미터의 높은 단을 만들어 객석 앞쪽은 시체를 넣은 함까지 만들었고, 원래 높이의 무대 양쪽에 객석을 마련해 움푹 들어간 곳에 관객을 여러 명 앉을 수 있도록 했다. 무대 상 하수 양쪽에 등퇴장 로를 만들어 계단으로 오르고 내리도록 했고, 상수 쪽에 레스토랑이라는 현수막을 붙여, 식당처럼 설정을 하고 물통이나 기구를 배치했다.

연극에서는 무대에 착석한 관객과 객석전체에 앉은 관객들도 난민인 것으로 설정 공연된다. 연극은 도입에 난민 전체에게 소식을 전하는 전달자의 출연에서 시작되고 마무리는 대단원에서 영국으로 밀항에 성공한 주인공의 해설로 끝을 맺는다.

중동과 그 밖의 지역에서 온 난민 개개인의 국적과 신상행적이 소개가 되고, 난민들이 시체를 여럿이 어깨에 메고 들어와 객석 앞에 설치된 조형물에 담는 장면, 그리고 개개인의 남녀 난민문제가 중요 줄거리가 된다. 부모를 잃은 어린이가 난민들의 도움을 받고, 종교적 신앙이 대립되는 난민들끼리의 갈등과 충돌 뿐 아니라 다툼이 부각이 되고, 레스토랑 임자 격의 난민의 행동이 리더 흡사한 구실을 한다. 

어린이 문제 뿐 아니라, 청소년의 문제가 온 몸에 자해를 당한 청소년의 등장으로 알려지고, 전달자가 프랑스 정부가 난민촌 철거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과 함께 기자행세를 하는 인물이 등장하고, 경찰이 난민촌을 벗어난 난민 한사람의 신분증을 압수하고 연행하려 하자, 영어와 불어에 유창한 여성난민의 역할로 구조가 되기도 한다.

전달자가 알린 난민촌 철거와 관련해, 난민전체가 이를 찬성하는 측과 결사반대하는 측이 대립하게 되면서, 레스토랑의 사장 격인 인물의 철거반대가 강렬하지만, 결국 프랑스 정부를 믿고 난민전체가 철거에 동의하니, 레스토랑 사장도 결국 찬성 쪽으로 마음을 접는다. 

그러나 과연 프랑스 정부의 난민정책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대단원에서 난민들 중 영국으로 천신만고 끝에 밀입국한 해설자 역할을 한 주인공이 소식을 전해온다. 영국정부에서도 금세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지역 이외에는 행동통제를 하고, 똑 같이 난민취급을 받고 있다는 소식으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2016년 프랑스의 난민촌 철거 문제를 다룬 한국의 방송과 대부분의 신문은 프랑스의 정책을 지지하는 기사를 썼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현재 제주도로 밀려드는 동남아인들의 난민문제를 다룬 극단 놀땅의 최진아 연출의 연극도 있었지만, 현재 한국의 난민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김승기, 강인성, 권재은, 김동현, 김새하, 김준삼, 김진호, 김태민, 김태성, 김해솔, 박상휘, 박성환, 박지영, 설재근, 이채령, 조장연, 허진, 김연지, 김연화가 출연한다. 출연진의 혼신의 열정을 다한 호연과 열연은 물론 이스람 노래, 영국국가, 그 외의 노래도 수준급으로 열창을 해 갈채를 받는다.

프로듀서 김혜성, 조명디자이너 신성환, 무대디자이너 이승희, 음향 이예민, 그래픽 홍보영상 홍보디자인 김연준, 사진 김동하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제42회 서울연극제 극단 ETS의 Joe Murphy Joe Robertson 원작 김혜리 번역 연출의 을 프랑스 칼레의 난민 이야기 뿐 아니라, 현재 제주도로 엄청난 숫자로 비자 없이 입국하는 동남아 난민을 관객이 생각하도록 만드는 독특한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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