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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 프로그램 ┃ 달과아이 극단 공동제작 ‘묵적지수’
  • 민병훈 기자
  • 등록 2019-06-18 16:13:50
  • 수정 2024-02-12 15: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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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김종휘) 남산예술센터는 2019년 시즌 프로그램 세 번째 작품으로 달과아이 극단과 공동 제작한 ‘묵적지수’(작 서민준/연출 이래은)를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공연한다.


[민병훈 기자]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김종휘) 남산예술센터는 2019년 시즌 프로그램 세 번째 작품으로 달과아이 극단과 공동 제작한 ‘묵적지수’(작 서민준/연출 이래은)를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공연한다.


제8회 벽산희곡상 수상작인 ‘묵적지수’는 ‘진짜 전쟁을 막기 위한 가짜 전쟁’을 다룬 작품이다. 초나라 혜왕 50년(기원전 439년),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묵자(본명: 묵적)가 초나라의 침략을 막기 위해 초혜왕과 모의전을 벌였다는 고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모의전쟁에는 규칙이 있다. 실제 전쟁과 같되 한 사람도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작품은 2500년 전 강대국에 맞서 전쟁을 막아내려는 의지를 다진 묵인들을 조명해 ‘우리 시대에 마땅히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극은 고대 중국을 무대 위에 재현하기보다 인간과 기술, 권력과 자본의 관계에 내재된 폭력의 실체를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작품 속 위정자들은 권력을 얻기 위해 살육을 불사하고 백성들을 소모품으로 취급한다. 그 사이에서 묵자는 ‘사람을 두루 사랑하라’는 겸애를 실천코자 고군분투한다. 


이를 통해 작품은 우리 사회가 능력으로 간주한 ‘힘’의 정체를 의심하면서, 승자독식 체제로 편성된 인간 사회의 모순을 짚어보고자 한다. ‘묵적지수’는 전쟁 서사를 담고 있지만 몇몇 영웅을 부각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등장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사회적 약자도 주체적으로 변화와 혁명을 주도할 수 있다고 인식한 묵가의 사상과도 맞닿는다. 현재의 한국 사회 안에서 기존 질서에 저항하면서 폭력을 밝혀내고 있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 개개인의 가치와 연대의 의미를 되돌아보려는 의도다.


또한 작품 안팎으로 고정된 관습에서 벗어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전쟁 서사가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관념을 깨고 성별에 관계없이 배역을 정하는 젠더 프리 캐스팅(Gender Free Casting)을 진행했다. 


‘왕은 반드시 남자일 것’이라는 고정된 이분법적 성별 규범에서 벗어나 젠더 스펙트럼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관객의 입장부터 조금 다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키 위해 휠체어 리프트 이용이 필요 없는 무대장치 반입구를 모든 관객의 객석 출입구로 사용한다. 


무대 또한 보통의 공연과는 다르게 360도의 모든 각도에서 다양한 시선을 둘 수 있는 원형 무대를 사용한다. 배우들은 원형의 무대를 중심으로 사방에 배치된 객석을 넘나들면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공간 감각을 전달한다. 이와 함께 자칫 작품의 제작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연령의 위계에 따른 폭력을 차단하고 수평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스태프를 구성했다. 


‘묵적지수’는 벽산희곡상 심사 당시 “섣불리 현대와 타협하지 않고 고문헌들에 대한 방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그 시대의 역사성과 사상을 재현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희곡을 쓴 서민준 작가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극작을 전공 중이고 2015년 신작희곡 페스티벌을 통해 등단했다. 지난해 두산아트랩 ‘종이인간’을 공연하면서 연극계에 떠오르는 신인 극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이래은 연출가가 맡았다. 전쟁 장면에 의례적으로 사용되는 거대한 무대장치와 화려한 효과들을 배제하고, 무대와 객석 사이를 넘나드는 배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경쾌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는 배우 경지은, 민대식, 박훈규, 성수연, 오지나, 이미라, 임원옥, 최희진, 하지은 등이 함께 한다. 특히 지난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18년 만에 부활한 젊은 연극상을 수상한 성수연 배우의 출연과 이태원 음악감독과 안데스 의상 디자이너의 참여로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인다. 의상 디자인을 맡은 안데스는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예술가로 헌옷의 유통경로를 추적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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