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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82] 극단 유목민, 손정우 연출 '리 진'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0-12-05 01: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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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극단 유목민의 신경숙 원작, 정경진 극작, 손정우 연출의 '리 진'을 관람했다.


신경숙(1963년 1월 12일 ~ )은 소설가다. 전라북도 정읍 출생으로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8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등단. 이후 '겨울우화' '풍금이 있던 자리' '깊은 슬픔' '외딴방' '엄마를 부탁해' 등을 집필했다.


정경진은  목포출신으로 '벚꽃피는 계절' '푸르른 날에' '홍어' '별이 빛나는 밤에' '목포는 항구다' '카오스의 거울' '황홀한 고백' '어머니의 바' '위대한 유산' '배냇저고리' '붉은 꽃 푸른 메아리' '루미오와 소리엣', 창극 '흐엉의 희망일기' '나비야 청산도 가자'  '당신의 의미' '모란이 피기까지는' '푸른 바다의 수선화' 등을 발표 공연하고,  라디오 단막극 'KBS무대' '바람이 된 사랑' 외 다수 극본을 집필한 미녀작가다.


손정우(1960~)는 경남 마산출신의 연출가다. ‘혜화동1번지’ 동인 2기 출신으로 극단 상상과 표현을 이끌었고, 현재 극단 유목민의 대표다. 연출작으로는 '인형의 집' '체어' '사슬' '사랑의 기원' '빅토르 최' '서민귀족' '낙타풀' '레몬' '만화방 미숙이' '크리스마스에 소꿉놀이를' '병자삼인' '해뜨기 70분전' '유목민 리어' '끝나지 않는 연극'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2012 서울연극제 연출상 수상, 2103 서울연극제 연출상수상(끝나지않는연극, 2014 제3회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연출상 수상자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장이다.



무대는 배경에 파리의 명소의 영상이 투사되고, 스크린처럼 흰 격자무늬의 배경을 내리고, 무대 좌우에 격자무늬기 들어간 두툼한 궁궐의 벽이 마치 창호지로 만든 조형물 벽처럼 보인다. 출연자가 의자 한 개를 들여다 장면전개에 따라 배치하고, 궁중복식과 유럽풍의 복장, 컵을 뒤집은 듯 보이는 드레스, 그리고 여러가지 모양의 모자가 등장하고, 일본장검, 그리고 칼, 권총이 도구로 사용된다. 조명의 색상 변화로 충격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음악도 오페라 아리아 같은 멜로디를 깔아 극 분위기 창출을 돕는다.


연극은 왕궁 옆 반촌에 살던 고아 소녀 리진이 대비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다섯살 때 입궁한다. 그리고 길을 잃고 헤매던 그녀를 데려가 배를 긁어먹여주던 왕비 명성황후를 만난다. 어머니처럼 자신을 돌봐주던 과부 서씨, 프랑스인 선교사인 블랑 주교, 역시 고아 소년인 강연과 더불어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한 리진은 궁중무희가 되고, 때마침 조선에 부임한 콜랭 드 플랑시를 만난다. 그에게 반한 콜랭은 왕의 여자인 궁녀를 달라고 하고, 딸처럼 느끼던 리진에게 왕의 관심이 쏠리는 걸 안 황후는 그들의 결혼을 허락한다. 


프랑스 외교관과 궁녀의 사랑이야기로 펼쳐지던 연극은 2부에서 파리로 무대를 옮긴다. 리진은 근대의 생활상을 경험하고 모파상과 교류한다. 조선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이던 홍종우를 만나 그의 ‘심청전’ 번역작업 등을 돕지만 그의 연정을 외면한 대가로 악연을 맺고 만다. 점차 향수에 시달리던 리진은 콜랭과 함께 조선에 돌아오는데 김옥균을 처단해 왕의 신임을 산 홍종우가 궁녀는 다른 사람과 맺어질 수 없음을 강변하는 상소를 올려 리진을 조선에 남게 한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목격한 리진은 사건의 진상을 적은 편지를 콜랭에게 보내지만 묵살되고 자신이 어릴 때부터 지녔던 불한사전에 독약을 묻혀 한장 한장 먹으면서 자결하고 만다. 


연극은 근대라는 격동기의 여성 리진의 운명을 대변한다. 아름답고 총명하고 결단력 있는 그였지만 결국 패배자로 잊혀지고 만다. 그것은 봉건사회에서의 궁녀라는 신분, 제국의 외교관에 의해 선택된 사랑, 청·일본·유럽 열강의 사이에 낀 조선의 정황 등과 이중삼중으로 겹쳐 있다. 그녀가 수많은 자살의 방식 중 하필 독 묻은 사전을 뜯어먹는다는 설정은 프랑스어라는 것이 리진에게 양날의 칼이었음을 상징한다. 



어쩌면 임오군란도, 을미사변도 어머니 같은 황후의 곁을 지켰던 리진의 마음속 깊이 파고 들었던 상처였으리라.


김화영이 서씨, 이화영이 왕비, 한록수가 서상궁, 공재민이 고종, 추헌엽이 롤랭, 김재학이 중국외교관과 낭인, 이승현이 홍종우와 통역관, 임휘진이 러시아 외교관과 파리남, 정대곤이 강 연, 이상경이 리 진, 신민기가 일본외교관, 김태균이 미국외교관과 파리남, 공찬영이  소아,  동예윤이 어린 리 진으로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열정을 다한 연기력이 극수준을 최고급으로 상승시키고, 관객을 극에 심취시키며 감상에 젖도록 만든다.


무대 이태섭, 의상 이유숙, 조명 신 호, 안무 이경은, 분장 김미숙, 액팅코치 황연희, 드라마터그 김세한, 음악감독 박용신, 무대감독 손규홍, 영산 뚱딴지콘텐츠, 홍보 TFW, 프로듀서 이황용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유목민의 신경숙 원작, 정경진 극작, 손정우 연출의 '리진'을 원작, 극작, 연출, 연기, 기술진의 탁월한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작품을 세계정상급 수준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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