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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잊혀 지겠지만, 나는 아무것도 잊지 않겠다.
  • 민병훈 기자
  • 등록 2020-11-30 01: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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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 무아지경-극단 에스 공동제작 연극 ‘화진포’


[민병훈 기자] 연극 ‘화진포’가 ‘스튜디오 76’에서 공연된다. 


만나야 할 아픔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고 그 아픔을 위로하고 공감해주는 이 연극은 지난 2018년 ‘좋은희곡읽기모임’의 낭독극 페스티벌을 통해 관객을 만나기도 했다. 


‘화진포’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직면한 여인을 그리고 있다. 여인은 고통이 기억되지 않는 것, 고통당한 자가 사라지는 것을 거부한 채 신분을 버리고 무명씨로 살아남는다. 살아남아 고통을 ‘존재’시킨다. 그것이 소중한 이를 지키지 못한 자의 이별방식, 영원히 끝나지 않는 장례식이다. 


“난 잊혀진 무명씨가 되고 싶은 거지 잊어버린 무명씨가 되고 싶은 게 아니거든요.”

그러나 여인의 고통은 설명이 부족하다. 고통 자체만 남겨둔 채 과거를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관객은 여인이 과거로부터 도망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그저 불쌍한 여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른 한 시선인 남자는 그래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고통에 빠진 여인을 남겨둘 수도 없고 책임질 수도 없다. 누구나 그렇듯, 타인은 타인일 뿐이다. 


‘화진포’는 해가 지는 시간(1장 sunset)에 시작해 한밤중(2장 midnight)을 지나 해 뜨는 시간(3장 sunrise)에 끝난다. 태양이 사라진 암흑의 시간이 지나 다시 아침이 오는 것처럼 이 여인의 삶에서 사라진 태양이 언젠가는 다시 떠오르기를. 수많은 타인의 고통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밤을 지나 온기로 다시 타오르기를. 누군가는 사라졌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존재하기를. 고통스럽지만 끝끝내 기억되기를...


“진짜 싫은 건 재미없어도 재밌는 척 가짜로 웃는 거예요. 싫어. 너무 싫어.”

극단 무아지경과 극단 에스가 공동제작으로 참여했다. 연출은 연극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장용철 연출이 맡았다. 


극단 무아지경은 연극 ‘물고기 남자’를 통해 물질 만능주의 세태를 비판하면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을 뿐 아니라 전석 매진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이목을 집중시켰고, 연극 ‘Herstory’를 통해 신예극단으로서 저력을 과시 하기도 했다. 


극단 에스는 연극 ‘블랙박스’를 통해 말 속에 감춰진 인간을 통해 현대인의 불안을 창조적이고 감각적인 무대를 선보여 호평을 받기도 했고, 연극 ‘태엽’을 통해 상처를 주고받는 우리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고통만을 남겨둔 채 모두에게서 잊히기로 결심한 여인을 통해 죽음과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극 ‘화진포’는 다음 달 9일부터 13일까지 스튜디오 76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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