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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70] 제20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극단 홍차, 홍영은 작/연출 '열나게 속 터지는 라면'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0-11-07 19: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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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통신대학 열린관 소강당에서 제20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극단 홍차의 홍영은 작 연출의 '열나게 속 터지는 라면'을 관람했다.


홍영은은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출신의 작가 겸 연출가다. '검투사 용감해져 제발' '청춘밴드' '그냥 청춘 여름' '그냥 청춘 가을' '홍차 단편선' '옥탑방 크로키' '달빛 크로키' '얼간이 둘' 그 외 다수 작품을 집필 또는 연출한 극단 홍차의 대표다.


무대는 딸의 자취방이다. 하수 쪽에 침상이 있고, 상수 쪽에 식탁과 냉장고, 전기밥솟, 전기주전자가 있다. 배경 가까운 중앙에 옷걸이가 있고 옷이 걸려있다. 상수 쪽에 등퇴장로가 있다.

암전이 되면 남성음성의 지문 낭독자의 소리가 녹음되어 들려나온다. 조명이 들어오면 잠옷을 입은 딸이 침상에 누워 자는 모습이 보이고, 휴대전화의 음악소리가 들리며 엄마가 반찬가방을 들고 등장한다. 딸은 별로 엄마는 반기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늘 상 있는 것처럼 대한다. 딸의 휴대전화의 경음악 소리와는 달리, 엄마는 클래식 음악을 틀어 듣는다. 



딸이 일어나면, 엄마는 식탁에 반찬 만들어 온 것을 꺼내 놓는다. 아침 식사시간인 모양인데, 딸은 밥을 먹는게 아니라, 라면을 끓이기 시작한다. 당연히 엄마가 핀잔을 주면서 밥을 지어먹으라고 한다. 향후 엄마와 딸은 모녀임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일에서부터 크고 작은 일에까지 갈등과 대립으로 늘 상 다투는 모습이 연출된다. 방바닥에 잔뜩 깔린 옷가지를 엄마가 치워 정리하면, 딸은 다시 방바닥에 흐트려 놓는다. 엄마가 침상 밑에서 맥주깡통과 소주병을 찾아내면서 야단을 치고, 반대쪽 침상 밑에서 담배곽을 꺼내들면서 담배을 피우면 안 된다고 또 야단을 치면, 딸은 자신은 병에 안 걸리니 걱정말라고 한다. 


엄마가 이렇게 살면 어쩌느냐며 시집을 가서 아기도 낳고 살라고 애원하듯 말해도, 시집은 가지 않을 거고 평생 애를 낳지도 않겠다고 대답한다. 모녀는 언성을 높이고 눈물까지 흘리며 다투듯 고함친다. 딸이 지친 듯 침상에 널브러지면, 엄마는 밥을 짓고 찌개를 만들고 반찬그릇을 냉장고에 넣고 퇴장한다. 중간 중간에 남성음성의 지문낭독이 해설처럼 관객에게 전달되고, 대단원에서 엄마가 실은 삼년전에 저세상으로 갔음을 알린다.  


엄마가 작고한 후 딸은 생시모습의 엄마를 늘 상 생각하며 지내는 장면이 연극을 통해 재현되었음을 관객이 알면서 저마다 손수건을 눈으로 가져가는 모습과 함께 공연은 마무리가 된다.          


이선주가 엄마 역, 허지나가 딸 역으로 출연하고, 이건영이 목소리로 출연한다. 이선주와 허지나가 실제 모녀와 방불한 연기는 물론 열연으로 연극을 이끌어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 트루거 김동미, 조명감독 임효섭, 조연출 이 준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합해, 제20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극단 홍차의 홍영은 작 연출의 '열나게 속 터지는 라면'을, 실제로는 드문 듯싶은 내용이지만, 실상은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모녀의 모습이기에, 관객의 공감대가 형성됨은 물론 기억에 길이 남을 한편의 우수작이라 평하겠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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