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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41] 제2회 말모이 연극제 극단 무대그리고 나 박도윤 작/연출 ‘싸나이 로만스’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0-09-17 03: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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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스테이지 1관에서 극단 무대그리고나의 박도윤 작 연출의 ‘싸나이 로만스’를 관람했다.

 

말모이 연극제는 각 지방의 방언, 다시 말해서 8도 사투리를 사용해 공연하는 참가 극단의 공연행사다.


사투리, 방언은 통상적으로는 한 언어의 변종 정도의 의미로 사용된다. 한때는 방언이 표준어에 비해 열등하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표준이 아닌 말이나 교양 없는 말로 정의되기도 하였으나, 언어 구조상으로 방언과 표준어 또는 방언들 사이의 우열 관계란 성립하지 않으므로 현재는 이러한 정의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또한, 다른 의미에서 방언은 한 언어의 분화체이다. 본래 한 언어였으나, 어떠한 이유로 인해 말이 서로 달라져 여러 방언으로 나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언은 시간이 흘러 언어차가 매우 커지면, 아예 다른 언어로 인식되기도 한다.


어떤 두 말이 서로 다른 언어인지, 한 언어에 속하는 두 방언인지 하는 것은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리하여 그동안 이를 구별하는 기준으로 ‘상호 의사소통 여부’ ‘국경선의 개재 여부’ ‘표준어나 정서법 규정의 존재 여부’ 등이 제안되어 왔다.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인지, 서로 다른 국가에서 쓰이는 말인지, 한 국가 안에서 쓰이더라도 서로 다른 표준어나 정서법을 가진 말인지 등에 따라 언어 또는 방언으로서의 지위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호 의사소통 여부에 대한 판단은 다분히 주관적이며, 국경선의 개재 또는 표준어나 정서법 규정의 존재라는 기준은 언어와 방언을 언어 외적으로 특히, 정치적으로 구분하자는 말과 다름없다. 그렇다고 이들을 대신할 만한 기준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까닭에 어떤 연구자는 언어와 방언의 2분법을 포기하고 ‘언어(outer-language), 준언어(inner-language), 방언’의 3분법을 상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3분법을 받아들인다 해도 그것들 사이의 구분 기준 역시, 명료하지 않으므로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이로써 볼 때 언어와 방언은, 그 말을 쓰는 화자들이 공유하는 언어 내적.외적 판단에 의지해 구별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말에 대해 가지는 화자들의 생각에 따라, 해당하는 두 말이 서로 다른 언어인지 아니면 한 언어에 속하는 두 방언인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전혀 알아듣지도 못하고, 국가 경계나 표준어·정서법을 달리하는 함경북도 육진 지역의 어느 마을 또는 중국 연변 두만강변의 어느 조선족 마을에서 쓰는 말을 한국어의 방언이라 부르는 것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해된다.


한편, 방언과 사투리의 개념 또한 구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방언은 한 언어의 분화체로 해당 언어 체계 전반을 가리키는 데 반해, 사투리는 표준어가 아닌 것, 즉 해당 언어 체계의 일부로 특정 지방에서만 사용되는 말을 가리킨다.


가령, 강화도 지역에서 사용되는 ‘어디 가이꺄?’란 문장을 듣고 이를 ‘어디 갑니까?’와 비교하여 “어미 ‘-이꺄’는 ‘-ㅂ니까’의 뜻을 나타내는 강화도 사투리다.”라고 말했다면, 이때의 ‘사투리’가 바로 그러한 뜻으로 쓰인 예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언 개념에 의하면, 강화 토박이의 언어 체계 전반이 다 방언이므로 어미 ‘-이꺄’뿐 아니라, 부사 ‘어디’나 동사 ‘가-’ 모두, 강화도 방언의 한 요소가 된다. 말하자면 ‘사투리’는 ‘표준어’에 대립하는 용어로 그리고 ‘방언’은 ‘공통어’에 대한 하위 개념으로 구별해서 사용하는 셈이다. 일반인들은 대개, 이 두 개념을 따로 구분하지는 않는다.


제2회 말모이연극제 첫 번째 참가단체는 전라도 극단 무대그리고나의 박도윤 작 연출의 ‘싸나이 로만스’로, 후암스테이지 1관에서 개막을 했다.


박도윤(1991~)은 극단 무대그리고나 대표다. ‘드림 인 더 스쿨’ ‘싸나이 로만스’를 쓰고 연출한 발전적인 장래가 기대되는 연기자다. ‘내 남자친구에’ ‘로미오와 줄리엣’ ‘화랑’ ‘프라미스’ 등 뮤지컬에도 출연해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다. 


무대는 상수와 하수 쪽에 커피점과 주점 간판이 보이고 탁자와 의자 그리고 대소도구를 배치했다. 장면변화마다 대소도구와 츼자 탁자를 이동시키고, 마이크와 경쾌한 음악연주로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1인 다 역을 하는 남성배우가 여성의 의상과 가발을 착용 등장하고 그 외 남성복장으로 변화를 꾀한다. 출연진의 호남 사투리 사용과 표준말 사용이 조화를 이룬다. 



연극에서 상욱은 고향 후배 맹원과 함께 푸드트럭 운영을 위해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한다. 장사 준비를 끝마친 ‘상욱이의 푸드트럭’ 맞은편에 연희네 카페가 보인다. 상욱은 연희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고 그 어떤 남자보다 사나이답게 고백을 하고 연희와 만나게 된다. 상욱의 남자다운 모습에 자신을 지켜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연희는 상욱의 차가움에 점점 지쳐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상욱은 시한부선고를 받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맹원은 슬픔에 잠겨 마지막 소원을 말해보라고 한다. 상욱은 연희를 위해 남은 시간만큼이라도 자상한 남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맹원은 자신의 서울친구를 상욱에게 소개해 로맨틱한 도시남자 레슨을 시작한다. 객석에서는 비극적 결말을 예상하는데 출연진은 시종일관 희극적인 표현과 명확한 사투리 구사로 연극을 이끌어 가 관객의 폭소를 자아낸다.


강진철(상욱 역), 심우선 (맹원 역), 김채윤 (연희 역)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사투리 구사 뿐 아니라 희극적 연기력은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예술감독. 이윤선, 협력연출 백중훈, 방언지도 나평화, 조명 김동현, 조명오퍼 박형준, 음향오퍼 백중훈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무대그리고나의 박도윤 작 연출의 ‘싸나이 로만스’를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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