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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40] 극단 대학로극장 이우천 연출 ‘갈매기’
  • 박정기 본지 자문위원
  • 등록 2020-09-16 05: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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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76에서 극단 대학로 극장의 안톤 체홉 작, 이우천 연출의 ‘갈매기’를 관람했다.


안톤 체홉(러시아어 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 영어 Anton Pavlovich Chekhov,문화1860~ 1904)은 의사, 소설가, 극작가다.

 

체호프는 모스크바 예술극단과의 유대가 강했고, 직접 무대에 서기도 했다. 1901년에 결혼한 ‘올리가 크니페르’는 예술극단의 여배우이기도 했다.

 

1887년에 쓰여진 ‘이바노프’는 모스크바 및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희곡 ‘프라토노프’와 ‘숲의 정(精)’ 실패는 체호프의 극작을 한때 멈추게 했으나, 이 무렵에 쓰인 단막극 ‘곰’(1888)이나 ‘결혼신청’(1889) 등은 다행히 성공을 거두었다.

 

체호프의 본격적인 극작은 1896년의 ‘갈매기’에서 시작된다. 이 작품 및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바냐 아저씨’(1899), ‘세 자매’(1901), ‘벚꽃동산’(1903) 등은 모두 체호프의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근대극 가운데 걸작이며 새로운 형태의 회화극(會話劇)을 확립했다.

 


‘갈매기’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초연 때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으나 2년 후에 다시 새로 설립된 모스크바 예술극단이 다루었을 때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희극으로서 쓰여진 이 작품을 오히려 비극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린 연출가 스타니슬랍스키가 진정으로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있다고 체호프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튼 이후 체호프의 작품은 모두 모스크바 예술극단이 상연하게 됐다.

 

‘바냐 아저씨’는 앞서의 ‘숲의 정’을 다시 쓴 것으로서 그 톨스토이즘이나 멜로드라마의 성격에서도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 ‘세 자매’는 초연 후 전집에 수록되자 다시 고쳐쓴 바 있다. 마지막 작품인 ‘벚꽃동산’은 체호프가 44세에 폐결핵으로 사망한 바로 그해 그의 생일에 초연의 막이 올랐다.


이우천은 현 대학로극장 대표이자 작가인 연출가로 대진대 연극영화학과 대학원 출신이다.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로 2010년 제22회 거창국제연극제 연출상과 희곡상을,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로 2014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출상, 2016년 ‘장판’으로 대학로극장이 서울연극제 희곡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 ‘궤짝’ ‘장판’ ‘할배동화’ ‘하멜린’ ‘권력유감’ ‘팬티 입은 소년’ ‘유형지에서’ ‘평상’ ‘결혼기념일’ ‘전통연희극 배뱅이 굿’ ‘창작하다 죽어버려라’ ‘우박’ ‘오뎅팔이 청년’ ‘수녀와 경호원’ ‘두 남자의 그림자’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 ‘모텔 판문점’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 ‘고시원 연쇄 화재사건’ ‘중첩’ ‘청찬리에서 광화문까지’ ‘우리 아배 참봉 나으리’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부장들’ ‘귀하신 손님’ ‘기쁜 우리 젊으날’ 등 다수의 작품을 쓰거나 연출했다.



연극 ‘챠이카(갈매기)’의 무대는 배경과 좌우 벽에 자작나무형태의 나무기둥을 둘러 매달아 놓았다. 하수 쪽 상단에 가설무대가 있고, 막을 열고 닫게 해 놓았다. 상수 쪽에 창이 있는 것으로 창틀을 매달아 놓았다. 장면변화에 따라 원탁과 의자, 크고 작은 벤치형태의 의자가 사용된다. 무대 네 귀퉁이에 등 퇴장로가 있고, 사각의 무대 주변은 정원으로 사용된다. 환자이동용 의자가 사용되고 죽은 갈매기와 박제된 갈매기가 소품으로 등장한다. 계절변화에 따른 출연자들의 의상이 눈길을 끈다. 

 

연극은 원작대로 펼쳐지지만 이 집 일꾼이 연극의 도입부터 등장해 무대장치를 하고 가설무대의 공연 전에는 타악 연주도 한다. 꼬스챠는 가족들 앞에서 니나를 주연으로 자신의 희곡을 공연한다. 하지만 공연하기에 앞서 니나에게 키스를 퍼붓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꼬스챠의 어머니 아르까지나는 아들의 공연을 가볍게 여기고 처신한다, 이 때문에 화가 난 꼬스챠는 공연을 중단하고, 막을 닫아버리고, 자리를 떠난다. 


그 사이 니나는 명성 있는 작가 뜨리고린을 소개받게 된다. 뜨리고린이 인사로 좋았다고 하는 소리를 들은 니나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 남은 관리인의 딸 마샤는 닥터 도른에게 자신이 꼬스챠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르까지나는 자신을 자랑해 보이고, 아르까지나의 부친 쏘린과 닥터 도른은 언제나처럼 논쟁을 벌인다. 아르까지나는 시내로 나가겠다고 하지만 주택관리인 사므라예프는 말을 내주지 않으려 한다. 자리에 동석해있던 니나는 갈매기를 사냥하고 돌아오는 꼬스챠를 반기지만, 작가 뜨리고린 때문에 기분이 상한 꼬스챠는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며 자리를 떠난다. 뜨리고린과 니나는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은연중에 마음이 밀착되는 정황을 보인다. 사므라예프의 부인 뽈리나는 닥터 도른에게 좋아하는 심정을 드러내며 가까이 다가간다. 닥터 도른은 자신은 55세라며 늙은 나이임을 애써 강조를 하지만, 뽈리나에게는 도른의 소리가 더욱 다정하게만 들릴 뿐이다.

 


이런 경황 중에 꼬스챠는 자신이 사랑하는 니나가 작가 뜨리고린에게 보이는 열정을 감지하고 일종의 시기심과 질투에 따른 증오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까지 기도하지만 실패로 그친다.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은 모스크바로 돌아가기로 한다. 마샤는 술에 취해 작가 뜨리고린에게 호감을 드러내고, 사랑을 하지는 않지만 메드베젠꼬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아르까지나는 아들 머리의 붕대를 갈아주면서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공연관계나 작가 뜨리고린 때문에 틀어졌던 어머니와 아들의 화해가 이루어진다.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은 출발한 다. 그러다가 지갑을 일부러 탁자 위에 놓고 나간 뜨리고린은 잠시 되돌아 와 니나와 상면한다. 장차 배우가 되려는 니나가 뜨리고린에게 보이는 기대와 열정이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2년이 흐른 것으로 설정된다. 그 사이 꼬스챠는 소설가가 된다. 꼬스챠의 설명으로 니나가 뜨리고린의 사생아를 낳고, 아이는 죽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결국 뜨리고린은 니나와 헤어져, 옛 애인인 아르까지나와 재결합하고, 니나는 배우로서 성공하지 못한 채 자신의 고향으로 잠시 되돌아 온 상태다. 관리인의 딸 마샤와 메드베젠꼬는 결혼했지만 두 사람사이에 사랑은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닥터 도른의 종용으로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은 아르까지나의 부친 쏘린을 만나기 위해 돌아온다. 노년의 쏘린은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인다.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을 비롯해 사람들이 거실에서 카드놀이를 하다가 내실로 이동을 한다. 그 사이 혼자 작업실에 남아 집필을 하던 꼬스챠는 창밖으로 보이는 니나를 발견하고 뛰어 나간다, 바로 정원에서 등장초라한 모습의 니나를 발견하고 오랜만에 상면한다. 집으로 니나를 데리고 들어와 꼬스챠는 니나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심정을 몸과 마음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그 소리가 니나에게는 당나귀 귀에 코란을 읊는 격이다, 니나 자신은 여전히 뜨리고린을 사랑하고 있음을 꼬스챠에게 고백한다. 그리고 니나는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꼬스챠를 떠나간다. 니나가 떠나자마자 꼬스챠는 옆 방으로들어간다.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 그리고 카드놀이 참가자들이 다시 무대로 등장해 판을 벌일 때 총성이 울린다. 


닥터 도른이 약품이 폭발한 듯싶다며 출구 쪽으로 간다. 잠시 후 도른이 나와 역시 약병 폭발소리였다며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꼬스챠가 자살한 것을 뜨리고린에게 만 알린다. 그 내용을 모르는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의 평상심과 밝은 미소 속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서 진이 아르까지나, 김장동이 샤므라예프, 황무영이 쏘린, 선정화가 뽈리나, 박준상이 뜨린고린, 송은석이 뜨레플레프, 전민영이 도른, 김예림이 야코프, 전상건이 메드베첸코, 오혜진이 마샤, 김 다가 니나, 안은상이 요리사, 김종일이 하인 등 출연진의 열정적 연기로 연극을 이끌어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기획 김선진, 드라마트루크 이은진, 무대 홍민기, 조명 현승철, 음악 이 준, 영상 천정하, 분장 강진휘 등 수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대학로극장의 안톤 체홉 작, 이우천 연출의 ‘갈매기’를 연출력과 출연진의 열정이 합하여 공연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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