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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극장 정미소, 17년만에 문닫아...폐관작 ‘딸에게 보내는 편지’
  • 김진성 기자
  • 등록 2019-05-17 09: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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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블랙 드레스를 차려 입고 나타난 배우 윤석화는 스탠딩 마이크 앞에서 “떨려서 실수하게 되면 한 번만 다시 부르겠다”면서 평소의 그답지 않게 긴장돼 있었다.


[김진성 기자] 우아한 블랙 드레스를 차려 입고 나타난 배우 윤석화는 스탠딩 마이크 앞에서 “떨려서 실수하게 되면 한 번만 다시 부르겠다”면서 평소의 그답지 않게 긴장돼 있었다. 


이유는 17년간 서울 대학로 동숭동에 자리를 지켜온 설치극장 ‘정미소’가 폐관작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끝으로 극장 건물을 매각키로 하면서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6일 오후 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윤석화 대표를 비롯한 연출진이 참석해 마지막 라인업에 대해 설명했다. 


1975년 민중극단 ‘꿀맛’으로 데뷔한 윤석화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신이 몸담은 연극계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때로는 돌꽃컴퍼니의 제작자이자 연출자로서, 때로는 월간지 ‘객석’의 발행인으로서 자리를 지켜왔다. 


2002년에는 건축가 장윤규와 의기투합해 오래된 폐건물을 구입해 작품에 맞춰 극장이 자유자재로 변하게 하자는 의미로 ‘설치극장’을 이름 앞에 붙인 ‘설치극장 정미소’를 세웠다. 


윤석화는 “제 나이가 뭘 기념하고 그런 나이는 지났다. 원래는 이번 공연도 안 하고 조용히 페이드아웃 하려고 했는데...”라고 윤을 떼면서 “17년 동안 보람도 있었지만 아픈 일도 많고 힘든 일도 많았다. 막상 공연하면 제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제일 보람 있었던 기억은 아직 힘은 없지만 작품에 대한 열정이 있던 젊은 후배들을 후원해준 정미소 프로젝트였다”면서 눈물을 참지 못하면서, “세상에 영원한 건 없잖아요.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고. 그 흔적으로 충분한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 개인이 극장을 운영을 하는 것은 어떻게 해도 손익분기점이 안 맞는다.”면서, “제가 하면 (분기점은) 맞추지만 늘 공연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할 만큼 했다는 생각도 들고 배우로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폐관작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윤석화 자신이 직접 출연해 그간의 세월을 기념한다. 영국 극작가 아널드 웨스커의 작품으로 배우 한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도맡아야 해 책임감이 막중한 모노드라마다. 1992년 극단 산울림에서 임영웅 연출과 함께 세계 초연을 선보였다. 오는 2020년 런던 공연을 앞두고 오픈 리허설 형식으로 공연될 예정으로, 새롭게 작곡된 노래 5곡을 부르는 장면이 추가됐다. 


한편,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오는 6월 11일부터 22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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