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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선 7기 지방정부 1년, 복지국가 위한 혁신을 기대한다!
  • 윤호창/복지국가소사어티 사무처장
  • 등록 2019-07-29 00: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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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7기 지방정부가 구성된 지 1년이 지났다. 촛불 시민 혁명의 결과로 문재인 정부가 구성되고, 시민들은 지난해 지방선거까지 새로운 정부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17개 광역지자체 중 14곳에서 당선자를 냈고, 기초자치단체장 226명 중 151명, 광역의원 824명 중 647명, 기초의원 2541명 중 1386명을 집권여당에서 배출했다. 이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지지였다. 그만큼 새로운 정부, 새로운 사회, 그리고 혁신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높았던 것이다.


민선 7기 지방정부가 구성된 지 1년이 지났다. 촛불 시민 혁명의 결과로 문재인 정부가 구성되고, 시민들은 지난해 지방선거까지 새로운 정부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17개 광역지자체 중 14곳에서 당선자를 냈고, 기초자치단체장 226명 중 151명, 광역의원 824명 중 647명, 기초의원 2541명 중 1386명을 집권여당에서 배출했다. 이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지지였다. 그만큼 새로운 정부, 새로운 사회, 그리고 혁신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높았던 것이다. 


# 일상생활에서 민주주의가 취약한 이유 


변화와 혁신에 대한 촛불 시민들의 높은 열망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좀처럼 제대로 된 선진 복지국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인당 GNP는 3만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양적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질적으로 시민들이 체감하는 삶은 선진국과 거리가 멀다. 부실한 사회안전망, 심각한 사회 갈등, 낮은 사회적 신뢰 등은 우리 사회가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는 사회지표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아르헨티나 등이 경험했던 중진국의 함정을 우리나라도 명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 미·중간 무역 전쟁 등 대외 환경은 급변하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 구조가 취약한 우리 사회는 갑론을박만 하면서 제대로 된 비전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보다 좋은 사회,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민주주의, 특히 생활 단위에서 민주주의가 취약한 탓이 크다. 혹자는 우리 사회를 일러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라고 표현할 만큼 일상생활에서 민주주의는 취약하다. 민주주의야 말로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인데, 민주주의가 취약하니 사회적 합의와 비전을 만들어 가기가 힘든 것이다. 지난해 일어난 ‘미투운동’은 제도와 정치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일상과 생활의 문제로 민주주의가 옮겨오고 있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그 속도는 여전히 더디고, 더러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는 것은 제대로 된 자치와 분권의 문화가 부재한 것과 관련이 깊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지만,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해 30년의 역사가 다 되어가는 지금도 제대로 된 자치와 분권의 문화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여전히 중앙권력은 지역과 권력과 자원을 나누지 않고 있고, 행정은 시민사회와 파트너쉽을 맺지 못하고 있다. ‘협치’나 ‘거버넌스’라는 말이 유행한 지 오래되었지만,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기에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부족한 자치분권의 현실은 우리 사회의 인구 지도를 보면 보다 확연하게 드러난다. 2018년 총인구는 전년도에 비해 2만7천9백 명의 자연증가를 기록해 1970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낮은 인구증가를 보였다. 이미 ‘출산인구-사망인구’의 자연증가분은 2013년부터 전남을 시작으로 경기도와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자연감소가 현실화되었으며, 2018년부터는 부산광역시부터 인구감소가 시작되었다. 나머지 광역시들도 멀지 않아 자연감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인구 정체와 감소의 위기 속에서도 2018년도 경기도 인구의 자연증가는 2만8천1백 명, 서울과 인천은 각각 1만2천7백 명과 4천8백 명을 기록해 전국의 자연증가를 훨씬 뛰어넘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경기도를 제외한 광역자치도의 인구는 2만3천9백 명 줄어들었지만, 수도권의 자연증가 4만5천6백 명이 이뤄져 자연 인구 증가가 2만8천 명 선을 유지한 것이다. 왜 인구는 줄어들지만 사람들은 수도권으로 몰려드는가? 그 이유는 자명하다. 많은 사회적 권력과 자원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 복지국가로 가는 길,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해남군은 지난 6월 26일 전국 최초로 군내 농민들에게 ‘농민수당’을 지급했다. 분기별로 30만 원씩 연간 60만 원에 불과한 금액이지만, 지역사회의 요구에 맞춰 지역맞춤형 복지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겠다. 해남군의 첫 시도와 함께 전국 10여개의 농촌 지자체가 농민수당 도입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남도 차원에서도 농민 기본소득 도입을 구체화하고 있다. 


농촌의 노령화와 공동화, 그리고 도농 간의 격차가 날로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약하지만 지방자치 30년의 역사가 있었기에 지역사회의 요구로 중앙정부가 시행하기 힘든 새로운 복지제도를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04년 처음으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가 체결된 이후 한국의 농촌은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 한·칠레 FTA가 시작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119조 원을 농촌에 투입한다는 소위 ‘119 대책’이 마련됐지만, 이 대책이 농촌의 회생과 성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2008년 318만 명이던 농가 인구는 2017년에 242만 명으로 24%나 줄었으며, 농업을 통한 가계소득은 1994년 1032만 원에서 2018년 1005만 원으로 떨어졌다. 24년이 지났지만 가계의 농업을 통한 실질소득은 줄어든 것이다. 그 결과, 농촌의 심각한 고령화와 지역 소멸을 이제 눈앞에 두고 있다. 엄청난 중앙정부의 예산이 농촌에 투입되었지만, 지역은 더 심하게 왜곡되고 뒤틀렸다. 왜 그럴까? 지역의 시선에서 문제를 절실하게 바라보고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중앙의 시선에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문제 해결을 도모해온 탓이 크다. 


미약하긴 하지만 농민수당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더 이상 중앙정부 투·융자 방식으로는 지역의 농업과 농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적·사회적 생태계가 경쟁이 어려운 조건에서 무조건적인 경쟁을 강조하기 보다는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보장해 줌으로써 지역생태계를 복원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농민수당은 농업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였다면 갑론을박 논란을 벌일 수는 있었겠지만, 혁신적인 시도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성남시 또한 지역화폐를 통해 지역 혁신의 모델과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청년수당 등 각종 사회수당을 지역화폐와 연계해서 지급함으로써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이 25% 이상의 매출 증대를 이루도록 함으로써 지역경제가 선순환 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앙정부에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수많은 정책을 전개했지만, 성남시의 지역화폐처럼 성공적인 모델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지역의 실정을 바탕으로 지역주민들과 함께 만들었기에 실효성과 만족도가 높았다고 볼 수 있다. 성남시의 성공 사례를 통해 경기도는 31개 기초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화폐 실험을 전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해남군과 성남시의 지역 단위 복지 실험은 그곳이 지방정부였기 때문에 선제적이고 혁신적으로 정책 실험으로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초 지방정부의 성공적인 정책 실험들을 수렴해서 광역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이를 보다 확산하고 체계화시킬 때 사회적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자치와 분권이 강화될수록 풀뿌리 민주주의가 심화될수록 해당 사회의 혁신과 통합이 일어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 연방제에 가까운 자치분권이 중요한 이유


지난해 정부가 제출한 헌법 개정안에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제 준하는 자치분권을 실시하겠다고 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정부의 헌법 개정안은 반목과 질시를 거듭한 국회의 무시로 인해 무산되었지만, 보다 강력한 자치와 분권은 우리 사회의 도약을 위해서는 절실히 필요한 과제라고 하겠다. 


대체로 선진 강국들은 강한 자치 분권제도를 도입해 일상생활의 웬만한 일들은 지방정부가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자치와 분권이 강하고, 지역 언론이 활성화돼 있으며, 주민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자치의 규모 또한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이 작다. 실제로 우리의 읍·면·동 수준이거나 그 이하인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자치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규모가 커지면 모든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자치를 위해서는 읍·면·동 수준으로 자치의 규모를 대폭 줄일 필요가 있으며, 실질적인 권한과 힘을 지역 주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혁신과 실험의 성과가 나올 수 있다. 


유럽이나 우리나라에서도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몇 개월 째 공전하는 국회를 보면서 국회의원 소환제에 대한 목소리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페인의 포데모스나 이탈리아의 오성운동 등도 시민들의 직접민주주의에 기초하고 있으며, 지역에 기초한 연합정치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와 같은 큰 단위에서는 직접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읍.면.동이나 시·군·구 차원의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다양한 직접민주주의를 모색하고 실험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의 직접민주주의에 기초한 참여가 무기력에 빠진 오늘날의 민주주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 지방정부의 보다 과감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은 두고두고 자연생태계와 우리 사회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강에 시범사업을 우선 해보고 효과가 검증되면 확산하자는 시민사회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그 결과, 4대강은 생명을 잃고 우리 사회는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국가주의와 중앙주의 폐해가 4대강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자치분권의 장점은 작은 단위의 다양한 실험과 혁신을 통해 전체 사회가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남군의 농민수당 실험처럼 실험이 성공적인 것으로 결론이 나면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고, 만약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면 해남의 작은 실험으로 그치면 된다. 지역 단위의 이런 정책 실험은 전체 사회의 비용은 최소화하고, 효능은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인 셈이다. 


문제는 한 세대에 가까운 28년 동안이나 자치분권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혁신이나 실험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전히 예산권을 가진 중앙정부에 대한 눈치 보기, 실패에 대한 두려움, 관료들의 무사안일 등이 사회는 날로 위태로워지지만 의미 있는 지역 혁신과 실험이 나오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새로운 정부로 국가권력이 바뀌었지만, 국민행복의 역동적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의미 있는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오랜 기간의 다양한 권력이 첩첩이 쌓인 중앙과 서울의 변화는 마지막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걱정도 생긴다. 사회 전체가 지체된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의미 있는 정책 실험과 모델을 만들어낸다면 가뭄에 단비처럼 청량한 맛일 것이다. 민선 제7기 지방정부 1년을 지나면서 243개의 지방정부 중에서 제대로 된 혁신을 통해 역동적 복지국가로 가는 데 디딤돌이 될 지역모델이 하나라도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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