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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을 깨라! 새로운 판을 벌여라!”
  • 민병훈 기자
  • 등록 2020-10-06 22: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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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명의 젊은 연출가가 자신만의 미학으로 풀어내는 ‘대통령’


[민병훈 기자]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은 오는 9일부터 11월 1일까지 ‘연출의 판-작업진행중’을 소극장 판에서 선보인다.


‘연출의 판-작업진행중’은 2018년 시작된 국립극단의 작품개발 프로젝트로, 연출가들이 각자의 미학을 올해의 주제와 접목해 색다른 무대를 탄생시키는 자리다. 


첫 해인 2018년에는 ‘국립극단 연극선언문’을 주제로 박해성, 남인우, 하수민, 김지나, 그리고 지난해에는 ‘노동’을 주제로 김민경, 쯔카구치 토모, 백석현, 윤혜진 등의 연출가들이 쇼케이스 또는 공연을 선보였다. 연출가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키 위해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판 감독’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극단 그린피그의 연출가 윤한솔이 ‘판 감독’으로서 3년차를 맞은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올해의 발상 주제는 ‘대통령’으로, 전진모, 송이원, 설유진, 정진새 등 네 명의 연출가가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미학 세계를 접목시켜 네 편의 쇼케이스를 선보인다. 


이들 네 명의 연출가는 올 5월부터 정기 모임을 통해 공통 주제에 대한 집단 토론과 아이디어 교환을 계속하면서 영감을 발전시켜 왔다. 또, 외부전문가를 초청해 주제와 관련된 특별 강의 및 토론을 진행함으로써 아이디어를 확장하고 작품 구상 및 발전에 적용시켰다. 

 

‘연출의 판-작업진행중’은 네 명의 연출가가 6개월간 공통 주제 및 서로의 작품에 대한 토론을 통해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 중심’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연출가들이 상호작용하여 만들어내는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 진행 방식은 창작자의 실험성과 자율성을 최대치로 끌어 올려 연출가 자신에게도 ‘연극적 관성’을 깨는 도전의 기회가 된다. 또, 관객에게는 기존의 정제된 결과물을 관람하는 방식이 아닌, 팔딱팔딱 살아 숨쉬는 발상이 배를 그대로 드러낸 ‘작업진행중’ 상태를 엿보는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다.

   

올해 ‘작업진행중’인 쇼케이스는 전진모 연출의 ‘대관령’, 송이원 연출의 ‘물 불 흙 공기’, 설유진 연출의 ‘제4의 벽’, 정진새 연출의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 통합사회탐구 영역’ 등이다. 4주에 걸쳐서 매주 금, 토, 일 3일간 차례로 관객과 만난다. 매주 토, 일요일 공연 종료 후에는 각 작품의 연출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예술가와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윤한솔 판 감독은 “어느덧 ‘연출의 판-작업진행중’이 3년차를 맞게 됐다. 주제도, 연출가 선별도 긴 시간이 걸렸고,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사업”이라면서, “참여 연출가 분들이 평소에 작업하면서 미학적으로 아쉬웠던 부분, 제작에서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자유롭게 작업하실 수 있는 기회가 됐었으면 한다.”고 기대를 밝혔다.

  

입장권은 선착순 무료 예약제이고, ‘거리두기 좌석제’로 진행된다. 국립극단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고, 쇼케이스별 예약 개시 일정이 상이하므로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참조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강화 시 비대면 공연으로 전환될 수 있다.

  

프로젝트 3년차를 맞는 ‘연출의 판’은 작품 개발에 힘쓰고자 하는 이성열 예술감독의 주요사업 중 하나로 연출가 초청 작품개발 및 제작 프로젝트다. 국립극단의 3개 극장 중 명동예술극장은 ‘관객’ 중심의 레퍼토리 극장으로, 백성희장민호극장은 ‘작가’ 중심의 창작 극장으로, 소극장 판은 ‘연출가’ 중심의 실험 극장으로 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특히 ‘연출의 판’은 지원금을 위한 경쟁과 심사 없이는 자유로운 예술 활동이 어려운 연극계에서 연출가들이 포장 없이 솔직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마련됐다.


‘연출의 판-작업진행중’은 ‘판 감독’ 윤한솔 연출을 필두로 연출가들이 모여 각자 천착해온 연출 미학을 연간주제에 대한 집단토론과 개별적 고민에 접목해 풀어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연출가들은 의뢰를 통해 진행되던 기존의 주문제작식 연출에서 벗어나 자신의 연극을 해체하기도 하고 자신과 연극과의 관계를 되짚어나가기도 한다.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논의함으로써 연극하는 개인이 변화를 도모하고, 나아가 그 과정을 관객과 공유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접근이 가능한 연극계를 만드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그리고 그 중간 과정을 제한된 형식 없이 관객에게 제안한다. 


올해의 발상 주제인 ‘대통령’은 특히 한국사회에서 가장 대조적이고 첨예한 시각차가 존재하는 개념으로, 전진모, 송이원, 설유진, 정진새 등 참여 연출가 네 명은 작품 구상에 앞서 관련 도서 연구, 외부전문가 초청 강의 청취, 집단 토론 등 다양한 시각을 검토하고 논의를 확장하기 위한 과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네 편의 쇼케이스들이 탄생했다. 하나의 간판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의미 기호에 집중한 전진모 연출의 ‘대관령’, ‘대통령’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다양한 개념들을 표현한 송이원 연출의 ‘물 불 흙 공기’, 주제에서 비롯된 연출가의 단상을 연극 무대를 배경으로 표현한 설유진 연출의 ‘제4의 벽’, 평행 우주의 한국을 가정하고, 수능 출제를 위해 콘도미니엄에 모인 출제위원들의 면면을 통해 한국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정진새 연출의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 통합사회탐구 영역’ 등이다.


‘연출의 판-작업진행중’에 드라마투르그로 참여한 연극평론가 이경미는 “올해 주제는 ‘대통령’이지만 특정인물에 대한 기억 내지 평가는 지양하고, ‘대통령’이라는 단어 자체에 복잡하게 얽힌 우리의 현주소를, 그 안의 권력과 위계, 무감각과 욕망까지 오롯이 드러내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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