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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362] 제45회 서울연극제 자유경연작 극단 피오르, 임후성 연출 '우주의 물방울'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4-05-20 05: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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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씨어터에서 제45회 서울연극제 자유경연작 극단 피오르 김성민 작 임후성 연출의 우주의 물방울을 관람했다.


김성민은 희곡 <개고기 숲> <비극의 일인자> <술에 취한 두 남자><안심> <최선의 목적> <훨훨> <우주의 물방울 너는 영원해> <표절작가> 등을 발표 공연하고, 조선일보 신춘문예당선(2004), 신작희곡페스티벌당선(2006), 창작 팩토리 희곡당선(2012), 아르코창작기금 수혜(2015), 공연예술창작산실 대본공모에 당선한 미모의 여류 극작가이자 극단 피오르의 대표다.


임후성은 희곡 <저쪽 풍경> <터널 아래 카페> <3일> <소나기> <물 위의 글씨> <단 한 번의 아이>를 발표공연하고, <저쪽 풍경> <개고기 숲> <비극의 일인자> <라르고> <우주의 물방울 너는 영원해> 등을 연출해, 2013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연극우수작품제작지원에 선정되고, 2014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연극우수작품 재공연지원에 선정, 2015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 2015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우수작품재공연지원에 선정된 연출가다.


우주의 물방울은 무거운 현실과 가벼운 물방울의 이미지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묻는다. 죽음이 삶의 끝이라는 생각을 벗어난다면, 또 다른 시작과 삶의 가벼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 안에서 가장 빛나는 가치는 맹목적인 사랑이다. 지고지순한 일봉의 모습을 통해 삶의 시작이 사랑이었음을 일깨워준다.


풍성한 드라마가 곁들여진 친절한 이야기는 아니다. 일봉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몇몇 사건이 나열되듯 극을 채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섬세하게 표현된 대화와 장면은 더 탄탄하고 깊은 여운의 텍스트를 완성한다.


인간의 존재론적 의미를 되묻는 시간이다. 일봉과 화수의 삶과 누에의 삶. 끝이 있는 걸 알기에, 유한한 의미를 제대로 곱씹을 수 있다. 누에가 될 알을 낳고 사라지는 누에나방의 삶일지라도, 우리는 또다시 살아갈 것이다


연극배우였던 일봉은 이제 변두리 룸살롱 반주자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절박한 상황이지만 아내 화수와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이들에게는 스스로 세상을 떠난 아들 동수와의 추억이 있다.


일봉과 화수는 누에를 키우는데, 누에가 뽕잎을 먹고 살이 올랐다가 고치를 짓느라 제 몸을 축내며 실을 잣는 모습에 감동한다. 누에의 삶에 자신의 삶을 이입하여 교감하던 부부는, 누에가 나방이 되자 아름답게 날아줄 것을 기대하지만, 나방은 본래 입이 없어 먹지도 못하고 수많은 알을 낳은 후 무심히 죽는 과정을 반복할 뿐이다.


어느 날 일봉은 룸살롱 미스홍의 거짓말에 속아 남은 돈 전부를 날리고 유일한 생계 수단인 기타마저 처분하기에 이르는데...


마침내 일봉과 희수는 물방울처럼 가벼워졌다. 그리고 우주로의 여행을 계획한다.


2024 '우주의 물방울'은 절박한 노인 부부, 홀아비 부자(父子), 미래 없는 젊은이, 맹목의 생을 살아내는 누에나방 등이 등장해서 단순하고 고된 한 번의 삶이 대체 무엇인지 묻고 답한다.


‘우주’는 심오한 시공간으로 등장한다. 우리는 우주를 미지의 ‘바깥’이라고 부르지만 우주야말로 모든 것의 유일한 ‘안’이고 생명과 무생명의 근원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우리의 일상에서 찾아질 우주의 존재가 또 한 번 궁금해진다.


승의열 (고일봉 역), 배우경 (강만수 역), 정경화 (안화수 역), 양한슬 (강병만, 신혼남자 역), 박지연 (안화수 역) 이인화 (미스홍, 신혼여자 역) 등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은 물론 성격창출에서 감정설정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관객을 집중시킨다.


무대 이윤수, 조명 김종석, 음악 임후성, 프로듀서 김성민, 조연출 함혜정, 그래픽 김소영, 공연영상 박정범, 사진 쉼표스튜디오, 기획 및 홍보 등 스텝진의 기량도 드러나 제45회 서울연극제 자유경연작 극단 피오르 김성민 작 임후성 연출의 우주의 물방울을 한편의 독특하고 창아기발한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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