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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북에 부역 누명' 김복연 할머니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4-03-28 0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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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준 기자] 법원이 6.25 전쟁 당시 북한군에 부역했다는 누명을 쓰고 10년 넘게 옥살이를 한 고(故) 김복연 할머니의 유족에게 국가가 총 2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7일 김 할머니의 자녀 전모 씨 등 4명이 제기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일부 승소 판결했다.


김 할머니가 체포될 당시 4살이었던 아들 전 씨에게 8천7백여만 원을, 국가의 불법 행위 당시 태어나지 않은 다른 자녀 3명에게는 고인이 된 김 할머니의 배상금을 상속해 각 3천7백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김 할머니는 24살이었던 1950년 10월, 서울이 수복된 뒤 피난 생활을 끝내고 돌아와 북한군에 부역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병세로 풀려나고 재수감 되기를 거쳐 12년여간 옥살이를 했다.


김 할머니가 체포된 뒤 아들 전 씨는 전쟁고아 수용소로 보내졌다.


어른이 된 전 씨는 1993년 7월, 우연히 언론을 통해 김 할머니의 사연을 접했고 모자는 헤어진 지 43년 만에 극적 상봉했다.


전 씨는 과거 사건의 전말을 쫓았다.


수소문 끝에 1950년 7월, 인민군에 쫓기던 김 할머니가 국군 일병 김모 씨를 숨겨주고 옷을 줬는데, 이를 한 집에 살던 세입자들이 거짓을 보태 인민군에 신고했고 모자가 피난을 떠나게 되었단 점을 알게 됐다.


또 세입자들이 할머니가 서울로 돌아오자 허위 사실이 들통 날까 두려워 김 할머니를 부역자로 밀고해 누명을 씌운 점도 파악했다.


전 씨는 이를 근거로 두 차례 재심을 청구했고, 이미 고인이 된 김 할머니는 2021년 5월 면소 판결로 무죄를 확정 받았다.


면소는 형사소송에서 소송절차를 종결하는 판결로, 김 할머니는 체포 당시 근거가 된 법령이 없어진 경우에 해당됐다.


재심 재판부는 "김 할머니가 국군 한 명을 구해줬다는 이유로 피난을 간 점이 인정되고, 반면 당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전 씨 등 유족은 2021년 11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지난해 6월 1심 법원은 김 할머니에 대한 불법 구금과 고문 등 가혹행위가 있었단 점을 인정해 국가가 유족에게 총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체포 당시 수사기관이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지 않아 위법한 체포가 이뤄졌다는 원고 측 주장은 증거가 부족해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법관이 아닌 사법경찰관이 발부한 영장으로 구속이 이뤄졌고, 김 할머니의 동의 없이 임의로 아들 전 씨가 공무원에 의해 보육원에 맡겨진 점 등을 지적했다.


2심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고인에 대한 체포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당시 형사소송법은 법원의 영장 없이 체포 또는 구속한 경우 48시간 이내 영장을 받지 못하면 즉시 석방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지만, 당시 수사기관은 고인을 석방하지 않았다"면서, "위법한 직무집행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모자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로의 생사 여부도 알지 못한 채 살아왔고, 정신적 고통이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가 배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고인이 받은 고문 등 가혹행위는 국가기관이 공권력을 악용한 것"이라면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조직적인 방법으로 침해한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정부 측은 2심에서도 김 할머니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경과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원고들은 재심을 통해 무죄 판단이 내려져 확정된 후에야 비로소 불법행위의 사실에 대해 인식할 수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 측은 "위자료 액수가 유사 사례에 비해 현저히 적어 수십년간 고통과 고충을 겪은 고인과 유족인 원고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판결문을 받은 후 유족 분들과 상의해 상고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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