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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이웃 챙긴 '봉사왕' 할머니, 시신까지 주고 떠났다
  • 한부길 기자
  • 등록 2023-12-20 16: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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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경남 의령군 공식 SNS[한부길 기자] 지역 내 '봉사왕'으로 사회와 이웃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까지 받은 공도연(82)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경남 의령군은 공도연 할머니가 지난 9월 1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의령군 측은 자녀가 있는 창원에서 장례를 치러 별세 소식이 늦게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30대부터 별세 직전까지 약 50년간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헌신해 온 공 할머니는 마지막까지 베푸는 삶을 실천하고자 생전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이에 자녀들은 뜻에 따라 할머니 시신을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에 보냈고, 추후 해부학 연구에 활용될 예정이다.


17살 때부터 천막집에서 시집살이하며 끼니 걱정을 할 정도로 가난에 허덕였지만, 공 할머니는 부지런히 일했다.


그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열심히 모은 돈으로 형편이 나아진 30대부터 본격적인 사회활동과 이웃돕기 봉사에 나섰다.


사진= 경남 의령군 공식 SNS새마을부녀회장 등 사회단체장을 다수 맡아 동네 여성들을 모아 한글을 깨치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불우이웃 돕기 성금에 돈을 보태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나이 예순을 넘어서는 노인복지시설 봉사와 경로 봉사에 주력하며 35kg의 작은 몸으로 손수레를 끌면서 나물을 내다 팔고, 고물을 주워 번 돈으로 기부했다.


이런 선행과 공적으로 공 할머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최근까지 관련 표창.훈장만 60번 넘게 받았고, 2020년에는 제24회 노인의 날을 기념하면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당시 공 할머니는 "평생 그렇게 많은 사회공헌활동을 했는데 시간 지나고 보니 남은 건 집 한 편에 쌓인 표창.훈장뿐"이라면서,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주민들 손에 직접 뽑혀 받은 의령군민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 한 교수가 연설하는데 평생 번 돈 자식 줄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쓰고 남은 건 기부에 쓰라고 하던데 딱 내 마음 같아 반가웠다"라면서, "세상과 작별하면 다시는 봉사 못하겠지만 장기기증을 해서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장녀 박은숙(61) 씨는 "봉사는 엄마에게 삶의 낙이었다"면서, "해부학 연구가 끝나고 선산에 어서 모셔 큰절을 올리고 싶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별세 소식을 접한 군민은 "진정한 천사가 하늘나라로 갔다", "죽어서도 큰일을 하는 진정한 어른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고인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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