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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불명 남편 대신 아내가 합의...대법 “처벌 불원은 본인만 가능”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3-07-18 21: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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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광준 기자]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남편의 성년후견인인 아내가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했더라도, 이는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17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는 원칙적으로 피해자 본인만 표시할 수 있고, 성년후견인이 대리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해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결정하거나 처벌 희망 의사 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에 통상적인 소송행위가 포함돼 있거나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다만 박정화.민유숙.이동원.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피해자가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 성년후견인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반의사불벌죄에 관한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반대 의견을 남겼다.


형사소송법에 성년후견인의 대리를 허용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지만 이를 금지하는 규정도 없어, 의사 무능력이라는 이유로 신상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이나 행복추구권을 부정하는 거란 의견이다.


앞서 A 씨는 고등학생이던 2018년 11월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서 자전거를 타던 중 앞에 가던 60대 보행자를 들이받아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의 아내는 남편의 성년후견인 자격으로 A 씨와 합의하고 법원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제출하면 법원은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A 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신해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했더라도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원심 결론에 별다른 오류가 없다며 사건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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