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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성관계 촬영물 배포, 당사자 특정 안 돼도 무죄 아냐"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3-06-16 13: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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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준 기자] 타인의 성관계 정황 촬영물을 인터넷에 올렸을 때 신원이 명확히 파악되지 않아 수사기관이 등장인물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더라도 죄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5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 이용 촬영.반포)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무죄 판결을 유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21년 9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국야동'이라는 제목으로 일부 나체로 침대에 앉아 있는 남녀의 사진을 이들 의사에 반해 올려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남성이 나체로 앉아 있기는 하지만 성기가 보이지 않고 옷을 입은 여성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앉아 있어 성관계가 연상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일부 성기가 노출돼 음란물에 해당한다'며 항소했으나 2심 역시 성기가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검찰은 2심에서 남녀의 의사에 반해 사진을 배포한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지만 재판부는 당사자를 조사하지 않는 이상 몰래 촬영한 것처럼 연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역시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런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이같이 등장인물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사례에서는 촬영 경위, 성적 욕망·수치심 유발 정도, 당사자 특정 가능성, 취득·배포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기준을 새로 제시했다.


여기에 광범위한 고통을 초래할 수 있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이 사건 사진은 남성이 여성의 동의 없이 성관계를 몰래 촬영한 동영상 중 일부를 캡처한 것으로 성관계 직전 혹은 직후를 암시하는 모습을 담고 있어 상당한 성적 욕망과 수치심을 유발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사진을 통해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으므로 광범위하게 유포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해 배포될 경우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야기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촬영대상자, 특히 여성이 이 사진의 배포에 동의하리라고는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그 의사에 반해 배포했고 피고인도 그 사정을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경우 그 의사에 반해 배포가 이뤄졌는지 여부의 판단 방법을 최초로 설시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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