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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제사 주재는 최연장자가...장남.장손 최우선은 성차별"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3-05-12 10: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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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준 기자] 고인의 유해와 분묘 등 제사용 재산의 소유권을 갖는 민법상 '제사 주재자'는 유족 간 합의가 없으면 가장 가까운 직계비속 중 최연장자가 맡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장남, 장손 등 남성 직계비속에게 우선권을 주었던 기존 대법원 판례가 15년 만에 깨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숨진 A 씨의 유족 사이에 벌어진 유해 인도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제사 주재자는 공동상속인 간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자와 서자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 주재자로 우선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우선 "현대 사회의 제사에서 부계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계 계승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했다"면서,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서 남성 상속인과 여성 상속인을 차별하는 것은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우선하는 것은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 헌법 11조, 개인 존엄과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36조 정신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은 성별을 제외한 나이와 근친 관계를 새로운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앞으로는 가장 가까운 직계 비속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제사 주재자가 된다.


다만 법적.사회적 안전성을 위해 이날 변경한 법리는 판결 선고 이후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뤄지는 경우에만 적용키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종래 남성 중심의 가계 계승을 중시한 적장자 우선의 관념에서 벗어나 헌법 이념과 현대사회의 변화된 보편적 법의식에 합치하게 됐다는 점에 판결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2017년 혼외자를 둔 남성 A 씨가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A 씨는 1993년 배우자와 혼인해 2명의 딸을 낳은 이후 2006년에는 다른 여성과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다.


A 씨 사망 후 혼외자의 생모는 배우자 및 다른 딸들과 합의하지 않고 고인의 유해를 경기도 파주의 추모 공원 납골당에 봉안했다.


배우자와 딸들은 "A 씨의 유해를 돌려달라"면서 혼외자 생모와 추모 공원 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1.2심 모두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인의 유해와 분묘 등 제사용 재산의 소유권은 민법상 제사 주재자에게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8년 11월 "망인의 공동상속인 사이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적서를 불문하고 장남 내지 장손자가,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장녀가 재사 주재자가 된다"고 판결했다.


1.2심은 이 판례에 따라 A 씨 배우자와 딸들의 청구를 기각했고, 11일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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