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준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 A씨 측이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와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들이 과거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쓴 자필 편지를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피해자 실명을 노출했거나 노출에 관여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조국백서’로 불리는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을 집필한 조국백서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인사다.
25일 중앙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A씨의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김 교수와 민 전 비서관을 전날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에 고소했다”면서, "특히 김 교수가 2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실명으로 올린 편지 원문에 피해자 이름이 노출된 채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발단은 23일 민 전 비서관과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 페이스북에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쓴 자필편지 3통을 공개하면서다. 김 교수는 이 편지의 원문 사진을 공개하면서 A씨의 이름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내보냈다가 이후 이름을 가렸다.
김재련 변호사는 “이 같은 행위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비밀누설금지)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24조2항은 ‘누구든지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등 피해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을 피해자 동의를 받지 않고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지난 10월7일 네이버 밴드와 블로그에 A씨의 실명을 공개한 네티즌을 경찰 고소한 것을 알고도 똑같은 행위를 한 것"이라면서, "피해자가 자신의 신상을 드러내지 않기를 원한다는 점을 악용해 좌절시키려는 것으로 다분히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24일 오전 4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찰나의 노출 현장은 제 페이스북”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이 보다 2시간여 앞서 쓴 글에서 “아주 잠시, 눈 깜박할 사이에 실명 노출 자료인 것을 알고 즉시 교체한 순간 누군가 봤다”면서, “정작 내용(본질)은 그렇게 해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언론이 이 지경”이라고 했다.
실명 공개를 걸고넘어지는 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한 사람이 쓴 편지가 이럴 수 있다면 대체 어떤 멘탈의 강력함을 가졌는지 궁금하다”면서, “2019년 9월엔 자기 동생 결혼기념 글까지 부탁한다. 성추행한 사람에게 그런 걸 부탁할 수도 있는 모양”이라고 해, 해당 사건이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라는 점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이 앞서 ‘네이버 밴드.블로그 실명 공개 사건’ 관계자를 구속 수사하는 선례를 보였다면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결국 ‘실명공개가 별 것 아니구나’라는 인식을 낳았다. 구속수사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주장했다.
사건이 불거지자 김 교수는 2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김 교수는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면서 “(실명을 가린) 민 전 비서관의 게시물을 공유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아 이전에 얻게 된 자료(편지)를 따로 올리는 과정에서 실수가 생겼다. 깊이 사과 드린다”고 썼다.
김변호사는 실명을 직접공개 하지 않은 민전비서관을 함께 고소한 이유에 대해 "SNS 외에 김교수와 소통한메신저 등도 (성폭력특례법에금지된) 정보통신망이용으로 봄이 합리적 일 것”이라고 말했다.